여기, 근사한 여름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바다 그림책이 있다. 그림책의 매력에 빠져 숱한 시간 그림책에 몰두하던 작가 박찬미가 직접 쓰고 그린 그림책 『파란 조각』이다. 『파란 조각』은 작가가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경험한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만든 그림책이다. 작품은 한여름 바다를 배경으로, 현실과 판타지를 솜씨 좋게 넘나들며 즐거운 추억을 소환한다. 행복한 기억 조각들을 찾아 떠나는 시원한 여정, 『파란 조각』 박찬미 작가에게 작품 이야기를 물었다.
『파란 조각』은 작가님의 데뷔작입니다. 그림책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나 그림책도 궁금합니다.
유리 슐레비츠의 『새벽』을 보고 난 뒤였어요. 시적 언어와 점층적인 그림들이 어우러져 마지막까지 저를 이끌고 가는 큰 힘에 압도되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큰 감동을 받았고요. ‘나도 이런 책을 만들고 싶어!’라고 생각했고, 자려고 눈을 감으면 자꾸 만들고 싶은 장면들이 눈앞에 아른거렸어요. 더 늦기 전에 그림책을 만들고 싶어서 뛰어들었습니다.
좋아하는 그림책은 많지만 몇 개만 꼽자면 이수지 작가의 『여름이 온다』, 김동수 작가의 『잘 가, 안녕』을 좋아합니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작품도 좋아해요. 특히, 『할머니를 위한 자장가』가 너무 좋아서 보고 또 봤어요.
특별히 저에게 영감을 많이 주는 분은 ‘요안나 콘세이요’입니다. 제 그림은 정적이고 섬세한 편인데, 요안나 콘세이요의 그림을 보면서 제가 추구하고 싶은 그림과 닿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깊은 내공을 지닌 작가님을 정말 존경하고, 그분의 그림을 보며 영감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저만의 상상과 재치로 개성 있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담을 소재로 ‘바다 그림책’을 만드셨습니다. 『파란 조각』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파란 조각』의 가장 큰 매력을 짚어 주신다면요?
한 아이의 옷 위에 여러 소라와 조개가 박힌 그림을 그린 적이 있습니다. 그걸 보니 문득 소라와 조개들이 아이의 마음에 자리 잡은 추억처럼 보였어요. 그래서 아이가 바다에서 경험한 추억들을 나열하고 마지막 장면에 어린 시절의 경험이 성장한 아이와 함께하고 있다는 주제를 함축해 『파란 조각』을 만들게 됐습니다.
『파란 조각』은 전반적으로 차분한 느낌이어서 글과 그림을 천천히 감상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림책을 찬찬히 읽으면서 제 영혼을 느끼는 게 좋아요. 영혼을 느낀다는 것은 내가 나만의 감정과 생각을 하는, 살아 숨 쉬는 존재임을 깨닫는 거예요. 정신없이 살다 보면 제 자신이 껍데기뿐이라고 느낄 때가 있거든요. 제 진심이 담긴 한 장면 한 장면을 통해, 독자들도 ‘영혼이 살아 숨 쉬는 존재’임을 느끼면 좋겠습니다.
섬세하고 세밀한 그림체가 눈에 띕니다. 오랜 시간 공들이셨을 것 같습니다. 그림 재료는 무얼 쓰셨나요? 더불어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도 궁금합니다.
그림 재료는 대부분 색연필을 사용했고, 몇 장면에만 수채화를 사용했습니다. 세밀하게 표현하는 그림 스타일이다 보니 얇고 고운 재료에 손이 갑니다. 색연필의 사각거리는 느낌을 참 좋아하는데, 그 소리와 질감이 과거를 떠올리게 해서 『파란 조각』에 잘 어울리는 재료라고 생각했습니다. 추억이 밀려오고 퍼지는 듯한 느낌을 살리고 싶어 수채화도 함께 사용했는데, 주인공 아이가 회상하며 현재와 과거를 오갈 때, 바닷속 판타지 세계를 표현할 때 정도만 선택적으로 사용해서 몽환적인 느낌을 주려고 했습니다.
한 장면 한 장면 정성을 쏟았지만, 몇 장면을 꼽자면 과거 회상이 시작될 때 아이가 파도에 밀려온 소라 앞에 서 있는 장면과 바다에서 물장구치는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아이와 소라가 함께하는 첫 장면에서는 실제로 바다 앞에 서서 소라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설레었습니다. 바람 따라 구름이 길게 흩날리고 물결이 반짝이는 맑은 날의 바다 풍경을 표현했는데, 그런 바다에서 아이가 물장구치는 모습이 시원하고 아름다워 보여 만족스러웠습니다.
작품 속에서 ‘소라’와 ‘고래’가 자주 등장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소라는 ‘추억’을 상징합니다. 아이가 양동이에 소라를 담는 행동은 자신이 경험한 일을 소중히 간직한다는 의미입니다. 어린 시절의 즐거운 경험,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한 행복한 추억은 다 자란 어른이 되었을 때 그 기억은 흐릿해져도, 내면에 자리 잡아서 우리의 오늘을, 미래를 살아갈 힘이 되어 준다고 믿습니다. 그런 추억들을 잘 간직하고 기억해 보자는 뜻을 담았습니다. 고래는 나를 지켜주고 돌보는 존재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 아이에게는 함께 바다에 온 엄마가 곧 고래일 것 같아요. 초반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엄마는 아이 곁에 있지만 적당한 거리를 두고 아이를 계속 지켜봅니다. 고래 또한 아이가 넓은 곳으로 가도록 이끌어 주기도 하고, 멀리서 지켜보기도 합니다. ‘나’를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는 그 누군가를 떠올려 보길 바랐습니다.
독자들이 꼭 느꼈으면 하는 감상이나, 꼭 지나치지 않았으면 하는 장면이 있을까요?
아이가 용기를 내는 과정을 꼭 찬찬히 봐 주셨으면 합니다. 아이는 바다를 향해 거침없이 돌진하기보다 조심스레 다가갑니다. 어쩌면 바다를 처음 가 본 것일지도 몰라요. 저는 어릴 때 처음 바다를 본 날 파도가 저를 덮치는 줄 알고 무서워서 뒷걸음질친 기억이 있어요. 낯선 미지의 바다에 발을 담그는 것부터 시작해서, 물장구치고, 바다 깊은 곳까지 나아가고 바닷속으로 뛰어들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봐 주셨으면 합니다.
『파란 조각』을 감상하고 나면, 나만의 잊지 못할 행복한 ‘파란 조각’을 찾아보게 될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바닷가의 추억 외 지금 힘이 되어 주는 또 다른 ‘파란 조각’은 무엇일까요?
어릴 때는 가족이 저의 전부였기에 가족과의 추억이 주가 되었다면, 성인이 된 지금은 저를 둘러싼 세상이 훨씬 넓어져서 좀 더 다양한 이들과의 경험, 그리고 내가 도전한 모든 것들이 ‘파란 조각’이 되는 것 같습니다. 힘든 일을 겪었을 때 친구에게 받은 진심 어린 위로, 강아지가 달려와 안길 때의 행복, 풀리지 않는 그림을 붙잡고 끙끙대다 결국 맘에 드는 장면을 완성한 기억, 그 모든 것들요.
다음 작품이 궁금합니다. 특별히 관심 두는 주제나 소재가 있을까요?
자연을 좋아해서 자연물이 작품의 소재로 계속 등장할 것 같아요. 꽃, 숲, 강, 동물 그리고 돌멩이 같은 자그마한 것들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런 소재들을 작품에 녹여 내고 싶어요. 사람들이 서로를 품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마음을 담은 책들을 만들고 싶고, 사회 문제 같은 진지한 주제를 재치 있게 담은 책도 만들고 싶어요. 어릴 때 아빠와 등산을 자주 갔는데, 이 기억을 바탕으로 ‘초록 조각’을 만들어 볼까도 생각 중이에요.
*박찬미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림책의 매력에 빠져 꼭두일러스트교육원에서 그림을 배웠습니다. 색연필의 사각거리는 느낌을 좋아합니다. 『파란 조각』은 쓰고 그린 첫 책으로, 어린 시절 바닷가에 놀러 갔던 추억을 떠올리며 그린 작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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