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차 베테랑 증권맨이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박제영 차장이다. <삼프로TV>에서 증시셔터맨으로 활약하고 있는 그가 제안하는 하락장 출구 전략은 단 하나다. 바로 ‘내 손으로 내가 직접 고른 종목에 투자하라’이다. 유튜브, 리딩방 등의 누군가의 추천 또는 정보로 산 주식은 시장이 변화할 때 들고 갈 것인지 팔 것인지 판단할 수가 없어 결국 손실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초보 투자자도 쉽게 알 수 있도록, 18년째 매일 아침저녁으로 반복 중인 종목 선정법을 담은 『박제영의 종목선정 절대원칙 37』을 출간되었다. '차트→지표→업황'의 3단계 분석 과정으로, 오르는 종목을 찾고 적절한 타이밍에 매매하는 방법과 나만의 주식투자 원칙을 바로 세우기 위한 마인드 정립법 등의 종목선정의 절대원칙 37가지 비법을 공개한다.
주식 시장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올해의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시는지요. 그리고 투자자는 어떤 자세로 이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요?
2022년 상반기는 너무나 어려운 시장이었고, 하반기는 이보다는 조금 나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2020년처럼 V자형 급반등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아마도 지루한 횡보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대규모로 돈을 풀었던 각국의 중앙은행과 정부들이 인플레이션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긴축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식 시장의 패턴은 자주 반복되곤 합니다. 앞으로의 시장은 2012년부터 2016년 동안 장기 횡보했던 구간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0년에는 주식 시장이 돈을 벌어줬지만, 앞으로는 정말 좋은 종목을 발굴하는 사람이 돈을 버는 시장이 올 겁니다. 흔히 ‘선수의 시장’이라고 합니다. 지금의 시장은 코로나 때처럼 ‘가만히 있으면 주식시장이 회복되고 주가가 올라서 손해가 회복되겠지’라고 생각하는 투자자에게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반등 장에서는 새로운 산업과 테마의 주도주가 나타날 것이고, 많이 떨어졌다고 많이 오르는 시장이 아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종목을 발굴하는 법을 알고 있는 선수만이 혼전을 거듭하는 시장에서 돈을 버는 투자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증권업계에 몸담으신 지 18년 만에 첫 책을 출간하셨는데요. 첫 책의 주제를 '종목선정'으로 잡으신 배경이 궁금합니다.
2020년 동학개미 운동 이후에 종목 추천을 해달라고 저를 가장 많이 괴롭히는 사람 중 하나가 제 누나입니다. 모든 사람이 궁금해하는 것은 결국 ‘종목’입니다. 증권 회사에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은 소리가 ‘어떤 종목이 좋아요?’입니다. 주식 투자 하는 사람이 기업을 탐방하고 지표를 분석하고 경제를 공부하는 이유는 결국 오르는 종목을 사기 위함입니다. 저는 모든 투자자가 오르는 종목을 자신의 손으로 발굴해 투자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박제영의 종목선정 절대원칙 37』을 집필했습니다. 그래서 ‘종목 선정’이라는 주제를 택하게 되었고요.
현재 상황에서 원하는 수익을 거두는 투자자와 그렇지 않은 투자자가 있다면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주식 투자를 해온 투자자분들이라면 한 번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지난 2년간 내가 투자한 종목은 누가 골랐을까?’ 유튜브, 리딩방, 지인 추천으로 고른 종목에 투자해서 원하는 수익을 거둔 경험이 있으신가요? 아마 투자자 대부분이 자신이 투자한 주식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해서 매도 타이밍을 놓쳐서 물려 있는 상황일 겁니다.
만약, 본인이 가치평가를 해서 고른 주식에 투자했더라면, 자신이 생각한 주가에 도달했을 때 매도하여 수익을 냈거나, 미달했을 때 손절하여 손실을 최소화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 주식 투자로 원하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면, 내가 투자한 종목은 누가 고른 것인지를 냉정하게 되짚어 보셨으면 합니다. 수익을 내는 투자자와 그렇지 못한 투자자의 한 끗 차이가 바로 ‘투자 종목을 누가 골랐는가?’로 판가름난다고 봅니다.
오랜 기간 한 업계 한 회사에서 근무하셨는데요. 장기근속자가 된 비결이 있으실까요? 그리고 증권업계에 오기 전과 후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운이 아주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회사가 지속 성장해왔기에 저도 회사와 더불어 동반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 성격이 한 번 하기로 작심한 것은 될 때까지, 끝까지 합니다. 그릿(Grit) 파워가 센 편입니다.
증권업계로 오고 나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경제 공부를 남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입사 전에는 경제에 대한 관심도 높지 않았고 감각이 뛰어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에 주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지닌 분들이 많아지고, 이분들과 함께 일을 재미있게 하다 보니 주식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경제 공부도 재밌어졌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책까지 내게 되었으니 저는 다른 의미로 워라밸의 조화를 이룬 것 같습니다.
처음 투자를 시작하셨던 종목이 상장 폐지 당했다는 일화를 봤습니다. 어떤 종목에 투자하셨고, 어떤 교훈을 얻으셨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상장 폐지를 경험한 투자 종목은 ‘AP우주통신’이었습니다(지금 상장되어 있는 ‘AP위성(211270)’과는 다른 종목입니다). 그 당시에는 한 호가에 10주 이상을 투자해야 하던 시대라서 아르바이트 한 돈을 모아서 투자를 하던 제게는 대형주 같은 비싼 종목은 매수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동전주를 샀다 팔았다 했었는데 대부분의 동전주가 그렇듯이 제가 산 종목도 재무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결국, 상장 폐지를 당해 피 같은 돈이 사라지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주식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로 그러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주식을 매수하기 전에는 재무제표를 꼭 확인합니다. 그리고 손절매의 기준을 정해 반드시 지킵니다. 시장에 머물 수 있어야 투자를 지속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셈입니다.
내가 고른 종목에 투자하라고 강조하셨는데요. 남이 추천한 종목이라도 좋은 수익을 거두면 좋은 게 아닐까요. 꼭 내 손으로 고른 종목에만 투자해야 할까요?
다른 사람이 골라준 종목은 한계가 있습니다. 남이 추천한 종목은 주가가 올라도 어디까지 오를지 몰라서 불안하고, 반대로 주가가 내리면 일시적인 현상인지 지속될 현상인지 몰라서 불안해집니다. 뒤늦게 주식 공부를 시작했더라도, 본인이 공부한 것을 믿어야 할지, 추천인의 말을 믿어야 할지 헷갈리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변동성이 큰 시장이 오면, 투자자는 더욱 갈피를 잡지 못하고 불안을 넘어 공포와 맞닥뜨리게 됩니다. 주가가 요동칠 때마다 추천인에게 매번 연락해서 상담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결국, 좋은 기회는 다 놓치고 판단력을 상실한 채 텅 빈 계좌를 보며 좌절하게 됩니다. 주식투자는 종목에 대한 신뢰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야 시장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원칙에 따라 투자를 지속할 수 있습니다. 내가 직접 고른 종목으로 나를 믿고 투자하세요.
좋은 주식을 고르고 매수하기도 어렵지만 고른 주식을 팔아야 할 타이밍을 잡는 것이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최적의 매도 타이밍을 잡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이 있을까요?
매수는 기술이고 매도는 예술이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잘못된 가격에 주식을 샀어도 매도만 높은 가격에 잘할 수 있다면 원하는 수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가 매수보다 중요한 것이 매도라고 강조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적절한 매도 타이밍 중 하나는 매수 당시의 가치 평가 기준이 변화했을 때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종목을 매수한 이유가 기업의 이익이 증가하는 것이 매력적이어서였다면, 그 종목의 이익이 더 증가하지 않을 때가 매도 타이밍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가는 이유 없이 오르내리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수급 상황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단순히 주가가 하락했다는 이유만으로 주식을 팔게 되면, 얼마 뒤 크게 오르는 주식을 보고 후회하게 됩니다.
매수했을 때의 기준이 변하지 않는 한 주식을 보유해야 합니다. 시세에 부화뇌동한다면 장기 투자를 하기 어렵고, 장기 투자가 어렵다면 큰 수익을 내기는 더 어렵습니다. 자신이 종목을 고른 이유가 분명하다면 그 이유가 변화하지 않은 이상, 자신을 믿고 그 종목을 오랜 기간 투자할 수 있어야 원하는 수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박제영 <삼프로TV> ‘증시셔터맨’으로 활동하며 매일의 주식 시장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구독자에게 ‘종목감정평가사’, ‘종목발굴가’로 불리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대학 시절 상장 폐지 당한 종목에 투자했던 뼈아픈 경험을 교훈 삼아 주식 공부에 매진하였고, 2005년에 동원증권과 한국투자신탁이 합병하여 탄생한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해 18년째 몸을 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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