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판타지 세계를 만들어 온 안녕달 작가가 신작 『눈, 물』로 성인 독자를 위한 이야기를 새롭게 선보인다. 녹아서 사라지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고투하는 여자의 시공간을 그린 이번 작품은 어둡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면서 경계 밖에 있는 소외된 사람들도 행복해질 수 있는지, 그들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기꺼이 지켜 낼 수 있는지 묻는다.
그동안 드러내지 않았던 작가의 색다른 감수성을 엿보는 동시에, 장편 서사를 만들어 내는 이야기꾼으로서의 눈부신 기량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세상에 지워져도 괜찮은 존재는 없음을, 누구나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지킬 권리가 있음을 말하는 목소리가 묵직하게 울린다.
신작 『눈, 물』은 거의 300면에 달하는 긴 분량의 그림책이에요. 2018년 『안녕』 출간 후에 이렇게 두꺼운 책은 다시 못 할 것 같다고 하셨는데, 그보다 더 긴 ‘장편 그림책’을 만드셨어요. 새로운 형식의 작품을 내신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드디어 끝나서 그저 좋아요. 제가 장편 그림책을 그리기엔 체력과 정신력이 모자란 것 같아요. 마감하면서 집에 굴러다니는 몸에 좋다는 건 다 주워 먹었어요. 전 겨우 한 권짜리 책을 그리면서 이렇게 낑낑댔는데 만화 작가님들은 어떻게 사는 건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분량도 예외적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도 무거워서 작가님께 이런 면이 있었다니, 하면서 놀라는 독자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새로운 형태의 작업을 하면서 고민이 많으셨을 텐데 그 와중에 의외로 좋았던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성인용 책을 하려면 글을 더 잘 써야 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읽어야 한다고 하니까 전엔 잘 안 읽던 글 많은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더미 상태에서 책으로 나오기까지 오 년 정도 걸렸는데요, 그사이에 읽은 책들로 제 글쓰기가 나아지진 못했지만, 덕분에 독서량이 늘었어요. 의외의 좋은 점이었어요.
또, 자체 검열을 좀 덜 하고 마음껏 그릴 수 있었던 점이 좋았어요. 아이들이 본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보여 줄지 더 많이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작년에 출간된 『눈아이』와 같은 모티브에서 시작된 작품입니다. 두 작품 모두 온기에 녹아서 사라지는 존재인 ‘눈아이’가 등장하지요. 두 눈아이를 대하는 작가님 마음이 각각 다르실 것 같아요.
『눈아이』의 '눈아이'는 처음부터 밝은 이야기를 만들려고 작정하고 쓴 이야기라 눈으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왠지 보드랍고 따뜻하게 느껴져요. 그런데 『눈, 물』의 눈아이를 생각하면 피부에서부터 시린 기운이 번져 오는 것 같아요.
작품을 읽으면서 여자의 맨발이 먼저 눈에 띄었어요. 연약한 발이 단단한 구두들과 대비되면서 여자의 처지를 더 극적으로 드러내요. 이것 외에도 작품 속에 많은 상징을 넣어 두셨는데요, 독자분들께서 이것만은 꼭 알아봐 주었으면 좋겠다 하는 것이 있을까요?
여자가 도시를 향해 달려갈 때 문만 남은 빈집들이 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소외되고 외면받고, 결국 ‘도시’로 표현된 주류 사회 체제에 흡수되어 버린 다양한 소수의 흔적이라고 생각하고 그렸어요. 자신만의 것을 지키지 못하고 주류에 편입된 그 소수가 남기고 간 문의 형상이, 그려 놓고 보니 묘비 같기도 하다고 생각했어요.
여자가 제때 눈아이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결말은 비극으로 보이지만, 시간이라는 기준을 벗어나서 결국 여자가 원하던 장치를 가지고 왔다는 행위에 집중해 보면 또 다른 해석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어떤 쪽에 더 무게를 두고 결말을 만드셨는지 궁금합니다.
처음 콘티를 슥슥 그려 놓고, 여자가 집으로 돌아와서 물웅덩이를 상자에 넣는 장면에서 ‘언제나 겨울 상자’가 관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그 뒤에 여자가 얼어붙은 물웅덩이에 입을 맞출 때 얼음에 입술이 달라붙는 장면은 눈아이가 여자의 온기를 붙잡는 것처럼 표현하고 싶었어요.
여자는 이후에 어떻게 지내게 될까요?
결국 돌아온 여자는 문만 남은 방을 다시 자신만의 방으로 만들 거라고 생각해요. 전과 같은 형태는 아닐지라도요.
최근에 재미있게 본 책이나 영화나 드라마, 만화 등을 추천해 주세요.
이번에 정세랑 작가님께서 추천사를 써 주셨어요. 그 글이 정말 좋아서 충격받고 그동안 미처 못 읽었던 정세랑 작가님 책들을 찾아서 읽고 있어요. 지금까지 읽은 책들 다 좋았는데 얼마 전에 『이만큼 가까이』를 읽은 뒤로는 멍해져서 한동안 뭘 더 못 읽고 있어요. 파주의 황량함과 인물들이 무심하게 던진 대사들 때문에 아직도 마음이 시려요.
* 안녕달 『수박 수영장』, 『할머니의 여름휴가』, 『메리』, 『안녕』, 『당근 유치원』, 『눈아이』 등을 쓰고 그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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