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톤 프로젝트, 시련의 끝에서 과거를 바라보다
<기착>은 새로운 출발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왔음을 깨달은 이의 마음 정리다.
글: 이즘
202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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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이래 여행을 주제로 한 메시지를 음악에 녹여내 온 에피톤 프로젝트가 이번엔 여행 중의 잠깐의 멈춤을 다뤘다. 앨범의 제목 '기착'은 목적지로 가는 도중 어떤 곳에 잠시 들르는 것을 뜻하는 단어로 코로나가 야기한 고립과 사색을 의미한다. 때문에 음반의 분위기가 진중하며 한편으론 시련의 끝 무렵에서 과거를 바라보는 형식을 취했기에 긍정적인 미래의 가능성을 도모한다.

회상은 그의 음악의 오랜 재료로 향한다. 영화 <토이 스토리 3>의 캐릭터가 떠오르는 제목의 '랏소'와 지난 사랑에 대한 미련을 그린 '그대와의 꿈'은 모두 과거의 추억과 현재 상황의 대비가 일으키는 감정적인 긴장을 드러낸다. 꾸밈없이 깨끗하게 툭툭 내뱉는 보컬이 가창 기술보단 가사에 귀를 기울이게 하고, 농익은 어쿠스틱 편곡은 쓸쓸함을 연출한다. 이러한 견고한 감성은 무엇을 더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뺄지 고민한 결과다.

자유에 무게를 둘지, 낙하에 무게를 둘지에 따라 해방감을 표현한 단어로 읽을 수도 있고, 추락을 암시하는 의미로 다가올 수도 있기에 '자유낙하'의 제목은 묘하다. 가사를 들여다보면 두려움을 극복하는 신뢰로 몸을 던지는 믿음에 관한 이야기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산뜻한 편곡으로 떠나간 인연에 대한 아쉬움을 노래한 '달콤씁쓸한'은 명확한 양가감정을 표현한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곡은 한 가지 감정을 고집하지 않아서 우리의 삶과 더욱 가깝다.

피아노 연주곡 '작별'과 '눈 오는 날의 풍경'은 각각 EP의 간주와 아웃트로로 기능한다. 멜로디 그대로 노래를 불러도 무리가 없을 선명한 선율감으로 가창곡들 사이에 이질감 없이 섞여 앨범의 서사를 구축한다. <기착>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들이 스치는 두 연주곡 덕에 트랙들의 감흥을 하나의 이미지로 연결하는 것에 성공하며 진부하지만 다루기 어려운 주제인 사랑을 꿰어낸다.

예상치 못한 잠깐의 멈춤은 우리의 마음 안에 각기 다른 모양으로 나름의 서사를 만들어냈다. 코로나가 허락한 수동적 성찰에 터를 잡은 에피톤 프로젝트의 이번 앨범도 우리의 이야기만큼이나 개인적이다. 전작들과 비슷한 문법의 전개를 사용한 탓에 얼마간의 지루함이 느껴지나 솔직한 감성에서 기인한 특유의 편안함이 앨범 전반적으로 깔려 잔잔한 매력이 있다. <기착>은 새로운 출발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왔음을 깨달은 이의 마음 정리다.



에피톤 프로젝트 (Epitone Project) - 미니앨범 : 기착寄着
에피톤 프로젝트 (Epitone Project) - 미니앨범 : 기착寄着
에피톤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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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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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톤 프로젝트

섬세한 멜로디와 시적인 노랫말로 마음의 빈자리를 다정하게 채우는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 에피톤 프로젝트(Epitone Project). 2006년 단단한 음악적 초석이 되어준 EP 《1229》로 리스너들에게 처음 이름을 알린 에피톤 프로젝트는, 한국 대중음악계 작곡가 중심 프로젝트 그룹의 빛나는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희정, 타루, 심규선 등 서정적인 음색을 지닌 객원 보컬들과의 완성도 높은 협업을 선보이는 한편, 차세정 본인의 담담하고 솔직한 보이스를 더해 대체 불가능한 감성 영역을 구축해 왔다. 듣는 이의 마음 깊은 곳을 울리는 아름다운 노랫말과 유려한 멜로디 라인은 오랫동안 가슴 깊은 여운과 따뜻한 위로를 선사한다. 특유의 아날로그적 감성이 돋보이는 대표 연주곡 〈봄날 벚꽃, 그리고 너〉부터 깊은 서정성과 아련함을 품은 〈선인장〉,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그대는 어디에〉, 그리고 리스너들의 인생반열에 오른 정규 앨범 《유실물 보관소》,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 《각자의 밤》, 《마음속의 단어들》에 이르기까지, 완성도 높은 작품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며 탄탄한 팬덤과 음악적 입지를 동시에 확립했다. 또한 영화 같은 연출과 배우 수지의 출연으로 큰 화제를 모은 〈첫사랑〉을 비롯해, 독보적인 가창력의 윤하와 합을 맞춘 〈불면증〉, 배우 김선호와의 컬래버레이션 〈너라는 이유〉, 그리고 최근 임윤아의 따뜻한 음색을 담아낸 싱글 〈노크 Knock〉에 이르기까지 장르와 분야를 넘나드는 감각적인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끊임없이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에피톤 프로젝트는 시대를 초월해 수많은 이들의 일상과 기억을 보듬는 독보적인 감성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