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줄만 넘어도 읽기 힘들다. 두꺼운 인문책은 펼치기도 싫다. 대화가 ‘그거 있잖아, 그거…’로 시작한다.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게 어렵다. 전부 내 얘기 같다면 문제는 ‘문해력 부족’이다. 짧은 스마트폰 글, 자극적인 영상 콘텐츠, 잡다한 정보에 휘둘리는 시대. 어린아이뿐 아니라 어른의 문해력 저하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도 어른을 위한 문해력 학습법을 제대로 알려주는 책은 아직 없었다.
13년 경력 방송작가이자 글쓰기 코치 ‘글밥’으로 전작 『나도 한 문장 잘 쓰면 바랄 게 없겠네』에서 문장력 업그레이드법을 헬스 PT 형식으로 풀어내 큰 호응을 얻은 김선영 작가가 이번에는 ‘문해력 PT’로 돌아왔다. 저자는 글쓰기&독서 모임을 진행하면서, 어느 정도 잘 쓰는데도 “흰 건 종이요, 검은 건 글자. 읽어도 읽은 게 아닌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왜 계속 나타나는지 의문점을 갖기 시작, 그 원인은 심각한 문해력 부족임을 알게 된다.
이 책은 어른의 문해력을 확실하게 키워줄 단 한 권의 실전서다. 문해력을 이루는 ‘어휘, 읽기, 쓰기 능력’을 8주 만에 높이는 주 3회 훈련법을 제공한다. 읽고 쓰기가 마음처럼 안 되어 고민인 당신에게 문해력 PT는 분명 도움을 줄 것이다.
신작 『어른의 문해력』은 제목이 정말 인상적입니다. 어떻게 이 책을 쓰게 되셨는지, 왜 어른에게 문해력이 필요한지 궁금해요.
몇 년 전부터 문해력이 화두잖아요. 그런데 대상이 온통 아이들에 집중돼 있어요.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20대부터 60대까지 많은 성인을 만났는데요. 문해력은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죠.
똑같은 책을 읽어도 누구는 배경지식과 연결하면서 깊은 통찰을 끌어내는가 하면, 내용이 너무 어렵다며 읽기를 포기하는 분도 계시거든요. 표면만 핥듯이 읽으니 재미도 못 느끼고요. 제가 글쓰기 수업을 할 때 과제를 내드리면 엉뚱한 글을 쓰신 분들도 꽤 있었어요. 과제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거죠. 어른의 문해력은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더군요. 적당한 어휘를 구사하지 못해 본의 아니게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들고, 맥락을 파악하는 힘이 떨어지니 문자 소통에도 오해가 쌓입니다.
어른에게도 문해력이 절실하구나, 특히 아이 문해력을 걱정하는 부모라면 자신의 문해력부터 점검하고 훈련하는 일이 먼저라는 생각에 이르렀어요.
전작 『나도 한 문장 잘 쓰면 바랄 게 없겠네』에 이어 1년여 만에 『어른의 문해력』으로 돌아오셨습니다. 두 작품 간의 연결고리, 공통점과 차이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전작은 글 쓰는 습관을 만들고, 문장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짓는 능력을 키우는 훈련을 하는 구성입니다. 이번 『어른의 문해력』은 문장력 키우기에 ‘제대로 읽는 방법’을 더해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주는 책입니다. 결국 글 쓰는 능력은 ‘잘 읽는 능력’, 문해력에서 출발하거든요. 잔기술로는 한계가 있어요. 글을 읽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 비판적인 시각과 나만의 사유를 통과해야 진짜 내 글을 쓸 수 있어요. 문해력과 문장력은 젓가락 두 짝처럼 함께 가야 하는 것이죠. 어느 책을 먼저 읽느냐 관계없이 두 책을 함께 읽으면 시너지 효과가 나리라 봅니다.
헬스 트레이너가 PT를 진행하듯 정해진 시간과 횟수 안에서 문장력·문해력 근육을 키우는 법을 알려주는 점이 신선한데요. 『어른의 문해력』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인지 더 자세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문해력이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하는 책은 시중에 많이 나와 있잖아요. 또 그것이 왜 중요한지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키우느냐인데, 이 책에 그 방법을 담았습니다.
책을 한 번에 다 읽는 게 아니라, 헬스장에 개인 PT 받으러 가듯 8주 동안 주 3회 책 속에서 글밥 코치와 만나는 거예요. 그날 분량을 읽고 오늘의 문해력 PT 미션이 주어져요. 한 단어의 유의어, 반의어를 조합해서 문장을 만든다거나 글의 순서나 형식을 바꿔보기, 주제나 중심 문장 찾기, 남이 쓴 글의 문장 구조를 살려 새롭게 써보기 등, 실제로 독자가 읽고 쓰도록 이끄는 거예요. 눈으로만 읽는 책이 아니라 직접 머리로 생각하고 몸 밖으로 출력하는 행위가 바로 문해력 PT입니다.
본격적으로 PT를 시작하기 전에 스스로 상태를 점검하는 ‘문해력 체급 테스트’를 넣었고, 마지막 장에서는 그동안 얼마나 문해력 근육이 늘었는지 ‘문해력 체력장’에서 확인해보는 구성입니다.
문해력을 이루는 세 가지 근육을 ‘어휘, 독서, 구성’ 근육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 중 가장 먼저 키워야 할 근육,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무엇인가요?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문해력 집’을 짓는다고 표현하거든요. 어휘력으로 기반을 다지고 독서력으로 기둥을 세운 후 구성력 지붕을 덮으면 비바람이 몰아쳐도 안전한 문해력 집이 완성됩니다.
집을 지을 때 땅부터 다지잖아요. 어휘력이 부족하면 독서할 때도 글을 쓸 때도 흔들리고 위태롭습니다. 그렇다고 어려운 용어, 전문 용어를 많이 알아두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고요. 단어를 많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떠한 맥락에서 활용하는지 그 쓰임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독서 근육은 포기하지 않고 글을 읽는 인내에서 나옵니다. 그러려면 다양한 읽기 기술을 체화해야 하고요. 구성 능력은 큰 그림을 보고 논리와 창의를 발휘하는 쓰기 기술로 어느 하나 덜 중요하다고 말하기가 어렵네요.
문해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생활 습관이나 루틴이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서 지키고 계신 특별한 습관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하루도 빠짐없이요. 시간이 빠듯한 날에는 딱 한 페이지만 읽는 거예요. 읽는 것과 아예 거르는 것은 다르니까요. 책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이나 영감은 꼭 기록해둬요. 이렇게 하면 읽고 쓰는 것이 동시에 해결되지요.
TV는 주말에만 봐요. 요즘 재미있는 드라마가 얼마나 많아요. 한번 보기 시작하면 시간 잡아먹는 걸 아니까 꾹 참았다가 주말에 봅니다. 그 시간에 책을 읽어요. 그런데 푹 빠져서 읽다 보면 책도 드라마 못지않게 재미있답니다.
작가님이 운영하시는 ‘아무리 바빠도 매일 글쓰기(아바매글)’ 모임이 20회를 맞이하여, 이번엔 문해력 PT로 진행하신다고 들었어요. 아바매글 같은 모임을 꾸준히 운영하실 수 있는 원동력과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문해력 훈련이 글쓰기와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 들려주신다면?
저도 글쓰기 모임을 2년 넘게 운영할지 몰랐어요. 세 달에 한 번 방학을 하는데 회원들이 자꾸 물어요. “아바매글 언제 시작하느냐?”라고요. 함께 쓰는 즐거움을 알아버린 거죠. 혼자서는 게을러져도 함께 하면 자꾸만 쓰고 싶어진다고 하는데 제가 판을 깔아드려야죠.
글을 마주하는 것은 사람을 마주하는 것과 같거든요. 수개월 같은 사람의 글을 읽다 보니 얼굴을 몰라도 친한 친구처럼 느껴지거든요.
5개월 이상 저에게 글쓰기 훈련을 받으신 분이 스무 명이 넘거든요. 1년 넘게 지속하시는 분들도 꽤 계시고요. 제가 그분들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보잖아요. 하루에 겨우 서너 줄 쓰기도 벅차 하셨던 분이 긴 분량 글을 뚝딱 써내고, 맞춤법을 자주 틀리던 분이 정확한 글을 쓰세요. 1년에 책을 한두 권 읽을까 말까 한다던 분이 책을 자꾸만 찾고요. 잘 쓰고 싶은 마음은 읽을거리를 찾는 행동으로 이어지거든요. 결국 읽고 쓰는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상승 효과가 나는 거죠. 문해력을 키우고 싶다면 글쓰기나 독서 모임 속으로 들어가보세요. 나 자신이 변하고 싶으면 너무 오래 고민하기보다는 내가 지향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 속으로 풍덩! 빠지는 것이 효과가 좋답니다.
이 책이 필요한 독자, 이 책을 읽은 독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수많은 책이 꽂혀 있는 서점에서 어떤 분들이 『어른의 문해력』을 집어 들까, 상상해봤어요. 아이의 문해력 때문에 한숨이 깊은 엄마, 책을 읽고는 싶은데 잘 안 읽히는 초보 독서가, 회사에서 문서 작성이나 소통을 어려워하는 직장인들.
이 책 한 권을 읽는다고 문해력이 급격하게 좋아지지는 않을 겁니다. 꾸준히 운동을 해야 근육이 붙는 것처럼 문해력 키우기도 시간이 걸리는 일이니까요. 다만, 방황하는 시간은 아껴드릴 거예요. 책 속에 나온 내용대로 책을 읽고 글쓰기 훈련을 하면 마치 도수가 맞는 안경을 찾은 것처럼 세상이 밝아지는 경험이 하게 될 거예요. 문해력을 키우면 즐거운 일이 더 많이 생기는데요. 그 이유는 책 속에 모두 담아놓았답니다.
*김선영 13년간 교양 프로그램 방송작가로 글을 썼다. 웹 콘텐츠, 온라인 쇼핑몰, 기업 웹진 작가로도 일했다. 현재는 그동안 쌓아온 읽고 쓰는 노하우를 아낌없이 쏟아내며 글쓰기 코치로 활약 중. 헬스장에서 트레이너가 PT를 진행하듯 ‘아무리 바빠도 매일 글 쓰는 모임’에서 글쓰기 훈련을 진행하며 글쓰기 초보가 자신감을 찾고 강한 문장을 쓰도록 이끌고 있다. 잘 쓰려면 먼저 ‘제대로 읽어야 한다’라는 것을 깨닫고 구체적인 방법을 연구하며 문해력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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