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가슴에 큰 울림을 주거나 머릿속에 제대로 각인되는 말들을 만나기 어렵다. 같은 시대를 겪고 있는 이들의 말들은 공감은 더 줄 수 있으나 얕은 깊이 때문에 귓가에서 흩어지기 쉽다. 그럴 때 철학자들의 말들을 한번 들여다보면 어떨까? “외부에 의해 불안해진다면, 재빨리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라”는 아우렐리우스의 말이나 “춤추는 별을 낳으려면 마음속에 혼돈을 품고 있어야 한다”는 괴테의 말 등을 말이다.
『물러서지 않는 마음』은 이렇게 삶에서 흔들릴 때마다 나를 굳건하게 붙잡아주는 철학자 26명의 말들이 담긴 책이다. 이준형 저자를 서면으로 만났다.
흔히 철학은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지금 이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철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저는 2022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굳이 철학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철학은 일면 낡은 학문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철학이 생겨난 기원 전부터 근대 어느 시기까지는 철학이 꽤 트렌디한 학문이었을지 모르지만, 그 지위를 과학 또는 여러 분과 학문들에게 빼앗긴 지 오래예요. 다시 말해, 철학이 급변하는 시대를 이끌거나 그 변화를 재빠르게 따라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철학에 쓸모가 남아있다면, 그 쓸모는 아마도 이론이라는 결과물이 아니라 그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분투한 철학자들의 ‘삶’, 그리고 그 분투의 ‘과정’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신이 지향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혹은 어떤 의심을 해결하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한발씩 나아간 이들의 모습을 살피다 보면, 단순한 멋짐을 넘어 ‘아름답다’라거나 ‘경이롭다’라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만약 그런 삶의 자세를 갖고 싶거나 그런 삶을 살고 싶다면, 그 사람에게는 철학이 여전히 어떤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네요.
예전 철학자들이 살았던 시대가 더 힘들었을 텐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 시기를 버틸 수 있었을까요?
글쎄요. 그 철학자들도 이전 시대를 보면서 ‘그래도 지금이 저 때보다는 나았지’ 하며 살지 않았을까요? (웃음) 제가 그분들의 마음가짐까지 알 수는 없지만, 어떤 한 분야에서 이름을 알리거나 모두가 인정할 만한 성취를 이룬 사람들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크게 두 가지인데요. 어떤 상황에서도 상황을 낙관한다는 점, 그리고 그 낙관이 현실로 이루어질 때까지 끝끝내 견디고 이겨낸다는 점이에요. 우리는 어떤 일이 이루어지려면 수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잊고 살아요. 일을 시작하면 조급해하고 불안해하죠. 물론 그들도 빨리 결과물을 얻고 싶고, 뭔가 보여주고 싶어서 조급했을 거예요. 하지만 마음 다잡고 잘 견뎌냈던 거죠. 얘기하다 보니 이건 저도 좀 배워야 할 점인 것 같긴 하네요. (웃음)
서양 철학자들 외에 동양 철학자들도 함께 다뤄주셔서 인상 깊었습니다. 동양 철학이 주는 메시지의 특별함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물러서지 않는 마음』에 담은 동양 철학자들은 대부분 한 시기에 집중되어 출현한 것이 특징이에요. 춘추전국시대라는 시기인데요. 이 시기가 참 특이합니다. 전쟁이 끊이지 않고 일어났어요. 매일 국경선이 바뀌고, 사람들은 죽어 나가고…. 절대 좋다고 할 수 없는 시기였죠. 그런데 이때 우리가 이름 한 번 들어본 동양의 철학자들이 이 시기에 거의 다 나왔어요. 자신의 시대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나름의 해결책을 하나씩 들고서 말이에요. 공자, 맹자, 노자, 장자, 한비자 같은 사람들이 그들이죠.
저는 종종 이들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위기가 어쩌면 정말 기회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시대가 던진 위기와 절박함을 놓치지 않고, 이를 오히려 위대한 사상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으로 삼은 거예요. 만약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기가 혼란하고 어려운 시기라고 생각하는 분이라면? 그럼에도 ‘내가 무언가를 해보아야겠다’라고 다짐하고 계신 분이라면? 그들의 삶에서 더 많은 영감과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26명의 철학자 가운데 독자들이 잘 모르지만 그 매력을 꼭 알았으면 하는 철학자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왕 동양철학 이야기가 나왔으니 동양 철학자 중에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네요. 저는 ‘공자’를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사실 공자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공자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정말 드물어요. 요즘은 ‘공자님’이라고 하면 낡고, 오래되고, 꼰대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당대로 치면 이분은 일종의 교육 혁명가였다고 할 수 있어요. 신분의 높고 낮음을 따지지 않고 고급 지식을 가르쳤어요.
그리고 제자들이 그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이바지할 수 있도록 도왔죠. 이전 시대 혹은 당대의 다른 스승이라면 꿈도 못 꿀 일을 한 거예요. 철학에 가벼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 혹은 이제 막 관심을 가지게 된 분이라면 공자에 관한 이야기는 꼭 한 번 읽어보셨으면 해요. 편견을 걷고 어느 위대한 사상가를 만나실 수 있게 될 거예요.
예전보다 더욱 좌절을 겪을 일이 많아지면서 무기력해지고 열정을 다시 끌어 모으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철학의 말 가운데 어떤 것을 기억하면 좋을까요?
‘좌절’이라는 단어 안에 묶이는 일을 겪고 있더라도, 처한 상황이나 조건이 모두 다를 거라 조금 조심스러운데요. 굳이 하나만 이야기해야 한다면 쇼펜하우어의 말을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만약 현실에서 모든 욕망을 순조롭게 다 채우고 항상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았다면, 셰익스피어나 괴테는 시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말이에요. 지금 겪고 있는 불편함과 막막함을 이겨내기가 분명 쉽지 않겠지만,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분명 그 모든 일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될 거란 사실을 우리 모두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또 어떤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인문학을 소개하실지 기대가 큽니다. 집필해보고 싶은 주제나 콘셉트가 있으신가요?
개인적으로는 인문학 분야가 얼마나 현실적인 학문인지 알려주는 글을 쓰고 싶어요. 저는 10년 가까이 IT 분야에서 창업자 혹은 서비스 기획자,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는데요. 거짓말 조금 보태면, 제가 업무를 위해 배워야 할 거의 모든 기술과 역량을 철학 공부하며 배운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논리적으로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는지, 무엇을 매개로 충돌하는 욕망을 조절해야 하는지 등을 말이죠. 그런 이야기들을 해볼 기회가 생겼으면 합니다. 요즘 여러 형태로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데, 조만간 나름의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책 집필 외에도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식 콘텐츠 분야에서 꾸준히 다양한 시도를 할 계획입니다. 늘 함께 하는 좋은 분들이랑 같이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낙관하고 이겨내다 보면 그동안 이룬 것보다 더 멋지고 값진 결과물도 얻게 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요즘 느끼는 건데요. 걱정이나 고민 하나 없이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아요. 모두 다 다른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겠지만, 그 문제를 해결할 힘 또한 ‘나’에게 있다는 사실을 믿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여러분도요.
*이준형 콘텐츠 파는 서비스 기획자. 고려대학교에서 철학과 환경생태공학을 전공하고, 현재는 지식콘텐츠 분야의 서비스를 만드는 IT 기업의 기획자 겸 PM으로 활동 중이다. 경제 주간지 <이코노믹리뷰>에서 ‘숨은 철학 찾기’라는 칼럼을 2년간 연재했고, ‘카카오 프로젝트 100’의 인기 프로젝트를 책으로 엮은 『하루 10분 인문학』과 브런치북 오디오북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인 『첫술에 맛있는 철학』을 썼다. 유튜브 채널 ‘인문학 유치원’과 인문독서 서비스인 ‘언리드북’을 운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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