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클래식>은 문학, 역사, 예술, 철학 분야 고전 중 필독서를 소개하는 시리즈입니다. 민음사의 노하우로 엄선한 고전들을 사전 연재로 만나 보세요. |
BBC 설문조사 “오늘날 우리의 세계를 형성한 100개 이야기들” 1위
트로야전쟁은 트로야의 왕자 파리스에게 빼앗긴 헬레네를 되찾기 위해 그리스 연합 군대가 트로야를 공격하는 이야기다. 이때 꾀 많은 오뒷세우스가 트로야의 목마를 생각해 내서 전세가 불리한 그리스를 승리로 이끈다. 그 오뒷세우스가 10년간의 전쟁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오뒷세이아』다. 그 과정에서 요정 칼륍소가 오뒷세이아에게 반해 몇 년간 그를 잡아둔 적도 있고, 마녀 키르케가 오뒷세우스의 부하들을 돼지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오뒷세우스가 요정 칼륍소가 불멸을 약속하며 유혹하는데도 뿌리치고 죽을 고비를 무릅쓰고서라도 그토록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애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오뒷세우스는 잊히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죽음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꿈꾸는 불멸은 인간의 조건을 벗어나는 초인간적인 것이 아니라, 필멸이라는 인간의 조건 안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적인 불멸이었다. 인간적인 불멸만이 진정 의미 있는 불멸이며, 그 불멸로 가는 유일한 길은 죽음으로 유한한 삶을 오롯이 마감하고, 살아 있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불멸하는 명성으로 남는 것이었다. 그가 지금 트로이아 목마의 영웅으로 우리의 뇌리에 지워지지 않는 이름으로 남아 있는 것은 그가 그때 칼륍소의 품을 박차고 나왔기 때문이리라. _김헌, 『무엇이 좋은 삶인가』에서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따르는 위험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늘 용기가 필요하다.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를 읽으면서, 나 자신의 오뒷세이아를 감행해 보자.
세네카의 문학적 글쓰기의 정수가 담긴 ‘위로 3부작’
인간이 트라우마를 겪으면 감각을 닫아버린다고 현대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창조적인 삶을 누리기 위해 우리는 오랜 고통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충분히 애도하는 기간을 가져야 하지만, 슬픔이 오래되면 나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가 된다. 지금 당장 겪은 고통뿐만 아니라 내 안에 잠재되어 나도 모르게 빠져 있는 슬픔들을 직시하기 위해서는, 2000년이라는 시간을 뚫고 내려올 만큼 단단한 철학의 위로가 필요하다.
모든 즐거움은 우리를 빨리 떠나가고 흘러가고 지나치고, 오기도 전에 대부분 사라집니다. 그러니 우리 마음은 과거를 봐야 하고, 과거에 우리가 즐겼던 것들은 무엇이든 다시 불러와야 하고, 이것을 자주 생각하며 자세히 살펴봐야 합니다. _세네카, 『철학자의 위로』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 앞에서 충분히 애도하는 기간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계속해서 슬픔에만 매몰되어 자기 인생을 나락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며 즐거웠던 순간들, 어린 시절 사랑스러운 재잘거림과 지적인 성장기는 돌아보지 않고 사건의 마지막 모습만 움켜쥐고” 있는 것을 지속해서는 안 된다. “슬픔이 사라질 날을 기다리기보다 사라질 날을 직접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이세운 역자는 “위로는 위로하는 자의 의도가 아니라 위로받는 자의 마음으로부터 생겨난다. 세네카의 말은 오래전에 살았던 마르키아, 헬비아, 폴뤼비우스를 가리키며 시작되지만, 그 위로의 끝은 이 글을 읽는 새로운 독자들의 마음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세네카의 위로 편지는 그 고통이 우리에게 언제나 닥칠 수 있는 일이며, 따라서 스스로를 강건하게 함으로써만 고통을 이겨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 강건함의 논리를 갖출 수 있다면 이성적인 힘은 직접 위로를 줄 수 없지만, 위로가 시작되도록 도와줄 수 있다. 어떤 독자들에게는 이 편지글이 옛날 철학자의 고리타분하고 뻔한 내용으로 비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위로는 누군가가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으로부터 솟아나는 것임을 조금이라도 느꼈거나 지금 느끼고 있다면, 이 편지글은 큰 도움을 줄 것이라 확신한다. _이세운(서양고전학자)
현대시의 창시자 샤를 보들레르의 정신적 자서전
보들레르 서간집에는 시인의 가족관계뿐만 아니라 시인의 뮤즈들에 대한 절절한 심경들도 있다. 또한 당대 화제가 되었던 화가들과 동료 작가들에 대한 평가도 읽어볼 수 있다. 특히 보들레르는 미국 시인 에드거 앨런 포의 『애너벨 리』를 프랑스어로 처음 번역해서 소개한 작가이기도 하다.
보들레르의 서간집은 흥미롭다. 때로는 천재다운 직관을 퍼붓다가 때로는 알량한 모습으로 속물처럼 징징대는 보들레르의 편지는, 격변의 시대를 살다 간 유약하고 고집스러운 예술가의 실상을 보여준다. 그는 시로는 할 수 없었던 직접적인 고백과 아픔을 편지에 털어놓았다. 정신적 상처, 육체적 고통, 경제적 빈곤, 자살의 유혹 같은 것들이 편지에 얼룩져 있다. _허연(시인)
살아생전 출간한 단 한 권의 시집 『악의 꽃』만으로 시적 혁명을 이루어낸 보들레르는 46세라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낭만주의와 형식주의를 넘어서며 시의 새로운 지평을 연 시인은 이후 상징주의 시 계보를 잇는 폴 베를렌, 아르튀르 랭보, 스테판 말라르메를 비롯하여 수많은 시인에게 영향을 주었다. “금속 펜으로 글을 쓰는 일은 마치 흔들거리는 바위들 위로 나막신을 신고 걷는 것”과 같다고 표현한 보들레르의 처연하고 빛나는 삶을 서간집을 통해 만나 볼 수 있다.
“가장 비극적인 시인” ―아리스토텔레스
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스와 함께 고대 그리스 3대 비극 작가인 에우리피데스의 대표 선집. 에우리피데스는 가장 지적이고 다층적인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에우리피데스는, 혁신적인 구성으로 관계의 복잡함과 미묘함을 표현하고 인본주의적 사상을 내포하여 근세 유럽의 비극 문학에 큰 영향을 주었다. 현존하는 18편 가운데 대표작 「메데이아」, 「힙폴뤼토스」, 「엘렉트라」, 「알케스티스」 4편을 실었고, JTBC 「차이 나는 클라스」 등에서 고대 그리스 고전 문학을 명쾌하게 소개해 주셨던 강대진 서양고전학자가 희랍어 원전에서 번역해 주셨다.
에우리피데스의 가장 큰 특징은 당시 매우 현대적인 면모를 갖춘 작가였다는 점이다. 그러한 장치 가운데 하나가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들이 영웅이라기보다는 우리 같은 평범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이 매우 현실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고, 신화 속 존재들이 가지던 어떤 고귀함, 탈속(脫俗)한 느낌, 서사시적 위엄 등이 사라져버린다는 점이다. 이아손 같은 신화적 영웅이 한낱 범부로 그려지고, 미노타우로스와 맞싸웠던 테세우스 같은 영웅도 이제는 늙어서 총기가 흐려지고 사리 분별을 잃은 노인으로 나온다. _강대진, 『메데이아』 해설에서
특히 메데이아는 현대 소설, 드라마, 영화, 만화에도 계속해서 리메이크되고 있는 캐릭터다. 다양한 창작의 출처가 되는 원전 독서는 우리에게 또 다른 상상의 세계를 경험하게 해준다.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민음사 편집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