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은 KBS 스포츠 기자로 활동 중인 저자가 국내 최초로 일본고교야구전국대회인 고시엔의 세계를 분석한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고시엔은 단지 하나의 야구대회가 아니다. 이 책은 청춘들의 꿈의 무대라 일컬어지는 고시엔과 이를 둘러싼 일본 문화, 사회상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100년 역사의 고교야구를 통해 일본 사회를 들여다보고 싶은 이들에게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첫 책을 출간한 지 2주가 지났습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방송과 출판은 속도에서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많은 사람의 협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작업이기도 하고, 주위의 평가뿐 아니라 시청자나 독자들의 반응이 중요하기도 합니다. 25년간 방송만 하다가 처음 출판 시장에 뛰어든 지금, 망망대해에 외롭게 떠다니는 듯한 느낌입니다. 결혼이나 상을 치렀을 때 인간관계가 긍정적인 면이든 부정적인 면이든 정리된다고들 하는데, 첫 책을 내고 보니 출판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저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일반 단행본에서 ‘고시엔’(일본고교야구전국대회)을 다룬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입니다. 20여 년 동안 스포츠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신데, 다양한 종목 중에서 하필 야구로, 그것도 일본고교야구대회를 주제로 첫 책을 내신 이유가 있을까요?
중국에선 야구를 방망이를 쓴다고 해서 봉구(棒球)라고 표현하고, 영어의 baseball은 한자식으로 하면 루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와 일본만이 야구를 야구(野球)로 부르는 셈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 올림픽이나 A매치 등 국가대표 간의 경기가 아닌 프로 스포츠 중에서는 야구가 최고의 인기 종목이라는 점도 비슷합니다. 지리나 문화, 역사적인 특성을 고려할 때 한일 야구는 다른 종목에서 찾기 힘든 유사함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고교야구만은 여전히 일본에서 인기를 누리는 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80년대 전성기 이후로 무관심 종목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사회가 다양해지고 즐길 거리가 많아진 21세기에도 일본에서는 여전히 아날로그식 야구의 상징인 고교야구가 사랑받는 비결이 무엇인지 연구해왔고, 그 결실이 바로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인 셈입니다.
고시엔만을 다루고 있지만, 고시엔에 투영된 일본 문화를 분석한 책으로도 독자들에게 좋은 평을 듣고 있습니다. 집필 중에 의도하지 않았지만 독자 리뷰를 통해 알게 된 책의 장점이 있나요?
독자 리뷰는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작은 부분까지도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저에게도 적잖은 공부가 됩니다. 고맙게도 제 책을 읽어주신 많은 분이 처음 잡았을 때는 스포츠 기자가 쓴 단순한 야구책인 줄 알았는데, 막상 읽어보니 일본 문화를 연구한 인문학 서적이라고 평가해주시는데요, 사실 이 말씀들이 제가 듣고 싶었던 말이었습니다. 당초 책을 기획할 때부터 야구 팬들과 더불어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이 책을 즐겼으면 하는 생각을 해왔었습니다. 한준희 축구 해설위원이나 정세진 아나운서에게 추천사를 의뢰한 것도 그런 생각을 표현한 하나의 방식이었고요. 이 책은 단순한 야구 이야기를 넘어 제가 경험하고 공부했던 일본의 사회 문화를 고교야구라는 무대를 통해 바라본 이야기입니다. 저는 스포츠라는 창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에서 가장 재밌게 쓴 부분과 가장 힘들게 썼던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가장 재미있게 쓴 것은 제가 직접 경험한 사례가 나오는 「외국인 감독의 셀프 커피와 학부모의 오차당번」입니다. 미국의 발렌타인(Bobby Valentine) 감독과 제가 나눈, 세상에서 두 명만이 나눈 이야기입니다. 발렌타인 감독은 이 대화를 기억조차 하지 못할 텐데요. 시간이 지난 뒤 한국의 한 기자가 이런 일화를 책에 썼다는 것을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정말 궁금하기도 합니다. 이 밖에도 저의 취재 경험이 녹아 있는 이야기들을 쓸 때마다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쓸 수 있었고요, 첫 장인 청춘 관련 부분은 만화 〈H2〉에 대한 오마주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부카츠(部活, 부 활동)를 다룰 때는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 더욱 철저하게 준비했던 기억이 납니다.
고시엔의 캐치프레이즈는 매우 유명한데요,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어느 해의 캐치프레이즈이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좋아하는 캐치프레이즈는 2013년의 ‘야구가 우리를 하나로 만든다(野球が僕らを一つにする)’입니다. ‘여름의 드라마가 움직인다(夏のドラマが動き出す)’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여름이 있어(君に見せたい夏がある)’ 같은 근사한 내용은 아닐 수도 있지만 고교야구 그 자체의 순수성을 보여주는 카피라는 점에서 잊을 수 없는 기억입니다. 또한 관중석이나 TV에서 지켜보았던 고시엔 무대를 취재를 통해서 직접 경험했던 것이 2013년이었다는 점에서도 더욱 특별한 대회로 남아 있습니다.
6. 한국계 교토국제고가 현지에서 4강에 드는 전력으로 평가를 받았지만, 올해 봄 고시엔 출전권을 받고도 코로나로 인해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로선 일본 최고의 축제에서 한국계 고등학교가 고시엔 본선에 진출하는 건 남다른 느낌입니다. 교토국제고에 대한 응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교토국제고는 좌완-우완 에이스 2명을 보유해서 이번 봄 고시엔에서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었는데, 대회 하루 전에 코로나로 인해 출전이 좌절되어서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교토국제고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상징과도 같은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야구부 주전 선수들이 모두 일본인이지만 한국계 학교에 다니고 있고, 교가를 부르는 고시엔의 특성상 한국어 교가를 부른다는 점에서 단순한 야구대회 참가가 아니라 한일 관계에서 매우 특별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본선행 티켓을 확보하고도 출전이 좌절되어 선수들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요? 여름 대회가 있다고는 하지만 10대의 어린 선수들로서는 정말 힘든 경험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름 대회에는 이런 시련을 뛰어넘어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오길 기대합니다. 스포츠에서 성적이 전부는 아니지만 한국계 학교가 일본 고교야구 결승전에서 뛰는 모습을 상상하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교토국제고를 응원합니다.
작가님의 다음 책도 무척 기대됩니다. 혹시 집필 중인 원고가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을지요?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이 고시엔을 통해 일본 사회를 바라보는 책이었다면, 다음 책은 고교야구만이 아닌 일본의 인기 스포츠들을 통해 일본 사회와 문화를 분석하는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4월부터 집필에 들어갈 예정인데 한일 스포츠와 한일 간의 문화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구성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일 간의 스포츠 교류는 정치적인 문제에 관계없이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제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한성윤 초등학교 2학년이던 1978년 부산고의 양상문과 대구상고 양일환이 벌인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을 보며 고교야구에 입문해, 각종 스포츠 중계방송과 함께하며 스포츠 키즈로 성장해왔다. 재현고등학교와 한양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KBS 스포츠 기자로 입사해 25년째 스포츠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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