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소설/시 MD 박형욱 추천] 우리는 이렇게 세상을 바꿀 것이다
이 책도 분명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용기와 위로로 읽힐 것이다. 그렇게 거듭 태어나는 용기와 위로가 세상을 바꿀 것이다.
글ㆍ사진 박형욱(도서 PD)
20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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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내가 사라진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이 될까. 나를 나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내가 기억하는 사람들이 사라진다면, 그곳에서 나는 결국 내가 아닐 것이다. 그것은 한 세상의 종말. 그렇게 없어지는 세상이 수천 수만이라면?



『우리가 다시 만날 세계』는 그런 풍경을 그린다. 누군가가, 누군가의 세상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버린 그곳은 얼핏 아무 일도 없는 듯 존재하지만 그것을 바로잡으려는 이들이 있어 한걸음씩 변화하는 세계다.

개학 날, 익숙한 얼굴들과 함께하는 또 한번의 시작을 그리는 고등학생 채진리. 그의 세계는 그날 끝난다. 그리고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가 그 앞에 열린다. 남녀공학이던 학교를 남학교로 기억하는 아이들, 하나 둘 사라지는 친구들, 희미해지는 그들과의 기억. 1990년의 여아 선별 임신중지를 모티프로 한 이 소설은, 1990년생 여성들이 모두 태어난 세계와, 그 세계가 무너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 망가진 세상을 고치려는 이들의 여정을 따라간다.

그들은 사라진 여성들을 복원하기 위해 평행세계를 오가고 과거와 소통하며 분주히 애쓴다. 그들이 혼자와 혼자로 만나 둘이 되고 셋이 되면서, 어떤 선택에 의해 중지되었던 삶은, 다시 어떤 선택과 그 선택들의 연대로 새롭게 펼쳐진다. 첫 소설집 『밤의 얼굴들』에서 잊힌 이들의 이야기와 남은 이들의 기억을 꺼내고 이어냈던 작가 황모과는 이렇게 이 책에 이르러 다시 사라진 이들의 이름을 부른다. 쉽게 잊어도 좋은 이름은 없다는 듯 간절하고 뜨겁게.

작가는, 앞장서 싸우며 세상을 변화시켜온 이들 덕분에 이 소설을 쓰면서 작은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들에게서 자신이 받은 위로를 다른 이들에게 건네줄 수 있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더해서. 그의 바람처럼 이 책도 분명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용기와 위로로 읽힐 것이다. 그렇게 거듭 태어나는 용기와 위로가 세상을 바꿀 것이다.




*황모과

일본에 이주해 만화가 스튜디오에서 제작 스태프로 일했고 만화 관련 통·번역 매니지먼트 일을 병행해 왔다. 창작 현장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생계를 위해 전직, IT 기업에서 6년 일하면서 AI 부서에서 IoT 제품의 기획 개발 현장도 엿봤다. 한국 SF를 읽으며 늦깎이 소설가를 꿈꾸게 되었고 다시 생활고를 각오하고 있다. 브릿G 추천작에 『삼호 마네킹』, 『남겨진 자들의 시간』, 『가족이 되는 길』이 선정됐다. 『모멘트 아케이드』로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공모전에서 중·단편 대상을 수상했고, 동명의 수상집이 출간되었다. 안전가옥의 앤솔로지 『대스타』에 MBC 시네마틱 드라마 ‘SF8’의 원작 「증강 콩깍지」를, 『뉴 러브』에 「나의 새로운 바다로」를 수록했다. 2020년 6월 황모과 단편소설집 『밤의 얼굴들』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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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욱(도서 PD)

책을 읽고 고르고 사고 팝니다. 아직은 ‘역시’ 보다는 ‘정말?’을 많이 듣고 싶은데 이번 생에는 글렀습니다. 그것대로의 좋은 점을 찾으며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