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볼로냐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황은아의 신작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화려한 색감과 형태의 그림이 주는 시각적인 즐거움과 간접적이나마 거침없는 해방감을 느껴보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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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끼야콩!』은 아이가 잘 준비를 하려는 순간, 갑자기 커다란 손이 나타나 소녀의 담요를 갖고 달아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이는 이불을 가져간 괴물 쿠앙을 따라 낯선 세계로 거침없이 뛰어들게 된다. 마치 술래잡기를 하듯, 달리기 시합을 하듯 아이와 괴물들의 신나는 놀이가 펼쳐지고, 아이의 이불은 상황에 따라 낙하산이 되었다가, 깃발이 되었다가, 커다란 트램펄린이 되며 재미를 더하는 작품이다. 


낯선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을 성찰하는 과정에서 『안녕, 끼야콩!』 속 아이처럼 거침없이 뛰어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책을 기획하실 때부터 이같은 메세지를 염두에 두고 소재와 주인공을 기획하셨나요? 기획 이야기를 좀 더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처음부터 메시지를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구상하지는 않았고, 그저 아이가 괴물들을 만나 신나게 놀다가 다시 침대로 돌아오는 잠자리 그림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야기를 보다 완성도 있게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아이의 심리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아이가 낯선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가 어떤 사건과 계기를 통해 극복하고 그들과 친해지는 성장의 서사가 정답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는 이 주인공 아이라면 처음부터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을 느꼈을 것 같았어요. (아마도 다른 상황에서는 겁이 많은 아이일 수도 있겠지만요) 그리고 제 경험을 돌이켜봤을 때,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어떤 사건을 통해서 쉽게 극복되는 감정은 아닌 것 같아요. 무의식적으로, 또는 즉흥적으로 작은 용기를 내서 뛰어든 상황에서 느끼는 작은 해방감과 즐거움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조금씩 옅어져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낯선 상황과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백퍼센트 부정적이기만한 감정도 아니고요.

그래서 이 책을 두려움의 극복이라는 서사가 아니라, 두려움 없이 뛰어든 아이의 신나는 여정으로 가득 채우기로 했어요. 책을 보는 독자들도 그 여정을 따라가면서, 용기를 가지고 낯선 세상으로 거침없이 뛰어들었을 때의 기분- 작은 해방감과 즐거움과 쾌감을 같이 느껴보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작업을 했습니다. 사실 작업을 하면서 어떤 메시지를 담아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책이 나오고 돌이켜보니 저의 그 바람이 바로 이 책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안녕, 끼야콩!』에서 작가님이 가장 애정하는 장면과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매 장면 공을 많이 들인 그림들이어서 다 애착이 가는데, 굳이 한 장면만 꼽자면 키훙쿠야 몸에서 나온 핑크 공을 괴물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둘러싸고 있는 장면이에요. 신나게 정신없이 우당탕탕 하던 분위기가 바뀌면서 약간의 긴장감이 느껴져서 좋고, 흑백에 핑크 컬러팔레트도 마음에 들고요. 그리고 앞에서는 계속 배경에 살짝씩만 보였다 말았다 했던 침대 프레임이 처음으로 전면에 나타납니다. 기획단계에서 서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요소를 추가했다가 없애는 과정을 반복했었는데, 침대 프레임을 활용하면서 고민이 해결 되었기 때문에 더 애정이 가는 것 같아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한국 그림책 100'에 선정되셨고, 2018 볼로냐 아동 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로도 선정되셨는데요. 일러스트(작업)에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고요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순간이나 그 풍경에서 종종 영감을 받는 것 같아요. 그런 상황에서 문득 어떤 움직임이 보이고 이야기가 시작되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시각적인 측면에서는 언뜻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질적인 요소들의 대비에 흥미를 느끼는 편입니다.


황은아 작가가 직접 펠트로 만든 인형

괴물들의 이름과 ‘끼야콩’이라는 제목은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나요?

괴물들의 이름은 각각의 형태적인 특징에서 연상되는 소리를 그대로 적어 보았는데, 열두 괴물의 이름이 그냥 술술 떠올랐어요. 반면에 괴물 언어로 아이의 이름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하니 쉽지 않아서 ‘끼야콩’은 좀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폴짝폴짝 뛰고 구르는 모양을 연상시키면서 아이가 신났을 때 자기도 모르게 내뱉을 법한 소리가 뭘까 궁리를 많이 했어요. 어린 조카가 엄마 핸드폰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녹음하곤 한다는 말을 듣고 그 파일을 받아서 들어보기도 했어요. ‘끼야콩’을 거기에서 따오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이 괴물 이름을 따라 하면서 재미있어하겠다는 기대는 하게 되었죠.

『안녕, 끼야콩!』 의 표지부터 본문까지 이어지는 쨍한 핑크색이 눈길을 사로잡는데요. 이 핑크색을 고르시는 데까지 고민이 많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최종 핑크색을 선택하게 되신 건지 자세하게 듣고 싶어요.

처음부터 글이 없는 그림책으로 구상을 했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일종의 길 안내를 해 줄 색이 필요했어요. 괴물 세계의 화려한 색감 속에서 아이와 이불이 눈에 확 띄어야 그사이의 거리감도 한눈에 보이겠다 싶었거든요. 핑크 특히 형광 핑크가 어떤 컬러 팔레트 속에서도 눈에 띄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컬러와 세련되게 잘 어울린다는 점에서 선택하게 되었어요.

다만 여자아이가 주인공이라 핑크 컬러를 쓰는 것이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어요.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핑크를 입고 덮는 주인공 여자아이가 거침없이 뛰고 구르고 점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핑크는 여자아이 색이라고 생각해서 피하는 것도 또 다른 편견일 수 있겠다 싶기도 해서 고수하게 되었어요.

인쇄에서 어떻게 구현을 할지 의논을 많이 했는데, CMYK 4색 중에서 마젠타에 형광을 추가하는 방법과 별색을 쓰는 방법 중에서 별색을 쓰는 쪽으로 결정을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사전에 고른 별색 핑크보다 더 쨍한 원색의 형광 핑크를 인쇄소 기장님이 추천해 주셨는데, 테스트해보니 이거다 싶었어요. 작업할 때 모니터로도 구현하지 못하고 머릿속으로만 상상했던 핑크 컬러가 인쇄로 완벽하게 잘 나와서 너무 만족합니다.



글이 많지 않은 그림책이라 읽는 독자에 따라 해석, 느끼는 점이 다를 텐데 『안녕, 끼야콩!』을 글 없는 그림책으로 설정하신 이유가 있다면 궁금합니다.

읽는 독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폭이 크다는 점이 글 없는 그림책의 매력이지요. 한 번에 다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반복해서 보면서 그림에 숨겨놓은 단서 같은 것들을 찾아내는 즐거움도 클 것 같아요. 이 책은 처음 이야기를 구상할 때부터 사건을 중심으로 서사가 펼쳐지는 이야기가 아니어서 자연스럽게 글을 넣지 않았어요. 괴물들이 내는 소리와 아이가 내는 소리에 더 집중해서 의미를 생각해보고 각자 해석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고요. 정답은 없으니 마음껏 즐기고 느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안녕, 끼야콩!』을 어떤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화려한 색감과 형태의 그림이 주는 시각적인 즐거움과 간접적이나마 거침없는 해방감을 느껴보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황은아 (글·그림)

한국과 영국에서 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습니다. 털북숭이 검둥개 후추와 남편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괴상한 소리를 내고 요상하게 움직이는 시커먼 괴물들도 머릿속에서 같이 살고 있습니다. 그 괴물들을 쫓아가는 아이의 이야기를 생각하며 그린 그림으로 2018년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고, 『안녕, 끼야콩!』이라는 그림책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아무 일 일어나지 않는 순간에도 숨어 있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앞으로 그 이야기들을 찾아 그림책으로 만들 예정입니다.




안녕, 끼야콩!
안녕, 끼야콩!
황은아 글그림
웅진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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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