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의 기쁨과 긍지는 어디서 오는가?
‘만드는 것, 일하는 것, 살아가는 것’은 물질적인 순환뿐만 아니라 저의 인생에서 순환하면서 상호 영향을 줍니다. 서로가 저의 마음속에서 좋은 울림을 주는 것이지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2.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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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가와 아키라  ©Shoji Onuma

옆부분이 기린 모양인 의자 ‘지라프 체어(giraffe chair)’, 불규칙적인 입자가 원을 그리며 연속해나가는 ‘탬버린(tambourine)’ 문양의 가방이나 테이블웨어, 타일, 문구 등을 본 적이 있는가? 자연을 모티브로 한 무늬, 간결함에 위트를 더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미나 페르호넨’의 제품이다. 

일시적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쓰일 수 있는 패브릭과 의류, 생활용품과 인테리어로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하는 ‘미나 페르호넨’ 창립자 미나가와 아키라의 삶과 일에 대한 철학을 담은 책이 출간되었다. 

다음은 『살아가다 일하다 만들다』 저자 미나가와 아키라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다. 한국의 독자들이 이 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요청한 서면 인터뷰에 저자는 흔쾌히 그리고 성실히 임해주었다.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고등학생 때까지는 육상 위주로 생활을 했기 때문에 패션 디자인에 관심이 많지 않았습니다. 외조부모님이 수입가구점을 하셔서 유럽식 인테리어 디자인을 접할 기회가 많았고, 당시로서는 드물게 북유럽의 인테리어 디자인에도 친숙했습니다.

그 후 미술과 디자인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책 속의 에피소드로도 등장하지만 파리에 머무는 동안 우연히 파리 컬렉션의 일을 도운 것이 패션의 세계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떤 활동을 하면서 디자이너로서의 역량을 쌓아가셨나요?

문화복장학원 야간부에서 복식 디자인을 공부하고, 낮에는 맞춤 제작 매장에서 고객의 몸에 맞춰 직물을 입체적으로 재단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 후 작은 제조회사에서 텍스타일을 만드는 일도 경험했습니다.

1995년에 브랜드를 시작하고 나서는, 직접 그린 텍스타일 도안과 스스로 선택한 소재로 공장에서 텍스타일을 제조하고 그것으로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어왔습니다. 브랜드의 성장과 함께 발생하는 여러 가지 과제에 마주하며 디자인에 대한 깊은 고민을 되풀이하는 나날들이었습니다. 

또한 감사하게도 여러 가지 컬래버레이션 제안이나 디자인의 제작 의뢰를 받기도 하면서 그 덕분에 다양한 배경이나 조건하에 디자인하는 경험들이 결과적으로 디자이너로서의 경력으로 이어졌습니다.

미나 페르호넨이라는 브랜드의 탄생 배경이 궁금합니다.

1995년 5월 22일, 나의 브랜드를 시작하겠다고 결심한 후 혼자 힘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적어도 100년 이어질 브랜드’를 만들자는 생각에 제 이름이 아니라 핀란드어로 ‘나’라는 의미의 ‘mina’로 지었습니다. 이 이름이라면 저의 뒤를 이어나갈 사람에게도 이 브랜드가 ‘나’라는 의미를 갖게 될 것이고, 옷 역시 만든 디자이너의 것이 아니라 입는 사람에게 ‘나’의 것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텍스타일이나 패션 외에 의자, 숙박업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나 페르호넨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분야를 확장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고, 이때 염두에 둔 것은 무엇입니까?

우선 텍스타일이라는 것 자체가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기 좋았습니다. 다양한 아이템을 만들 때마다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어요. 텍스타일용 도안으로 텍스타일 이외의 소재인 문구나 도자기 등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숙박업에도 계속 관심을 갖고 있어서 디렉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는 설계자와 협업하여 인테리어에 미나 페르호넨의 디자인을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때의 상황이나 환경, 시기, 아이템의 종류 등을 고려하여 적절하게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왔습니다. 예를 들면 탬버린(tambourine) 무늬를 사용하더라도 그 아이템에 어울리는 배치, 사이즈, 배색, 소재 등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재구성하면서 그 디자인의 가치를 최대한으로 끌어내어 고객에게 기쁨을 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른 회사와 협업(컬래버레이션)하여 새로운 모습의 미나를 보여주고 계십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협업은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떤 이유에서 그러합니까? 

덴마크의 섬유회사인 크바드라트(Kvadrat)사에 디자인을 제공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협업하기 이전부터 아르텍(artek), 프리츠 한센(Fritz Hansen) 등의 인테리어를 통해 크바드라트의 텍스타일을 보고 그 우수성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함께 일하게 되었고 그것은 큰 기쁨이었습니다.

덴마크에 있는 본사를 방문했을 때는 훌륭한 장소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멋진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좋은 환경에서 일한다는 그들의 의식에도 감명을 받았습니다.

낭비 없는 물건 만들기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탄생시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제품을 몇 가지 소개해주시고, 고객의 반응은 어떠했는지 들려주세요.

옷을 만들 때 나오는 자투리를 활용해 패치워크 방식으로 만드는 ‘piece,’ 시리즈가 대표적인 제품입니다. 패치워크 방식이라 같은 모양이라도 무늬를 나타내는 방식이나 텍스타일의 조합이 제품 하나하나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것을 좋아하는 손님이 많고 스테디셀러 상품도 다수 있습니다.

자투리 또한 중요한 소재입니다. 소재를 낭비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소재를 만들 때 들인 노동력이나 궁리하는 노력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미나 페르호넨을 있게 한 저력은 무엇입니까?

저희를 이해해주시는 분들,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만난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미나가와 아키라 상의 ‘삶의 방식과 일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습니다. 선생님에게 ‘만들고, 일하고,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만드는 것, 일하는 것, 살아가는 것’은 물질적인 순환뿐만 아니라 저의 인생에서 순환하면서 상호 영향을 줍니다. 서로가 저의 마음속에서 좋은 울림을 주는 것이지요. 

미나가와 아키라 상은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특별한 사람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매일 다양한 만남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에 매우 큰 행복을 느낍니다. 그것으로 인생에서 실패나 성공 같은 개념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새로운 만남이 매일, 그리고 아주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이 책을 통해 미나가와 아키라 상, 미나 페르호넨을 만나게 될 한국 독자에게 인사말 부탁드립니다.

이 책에 큰 가르침이나 훌륭한 이야기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누구에게나 매일의 만남이 있고 그로 인해 인생은 조금씩 변화하며 ‘나다운 나’로 바뀌어가는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국의 독자 여러분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책이 되길 바랍니다. 




*미나가와 아키라(皆川 明)

1967년 도쿄에서 태어났고, 문화복장학원에서 패션 공부를 했다. 핀란드와 스웨덴을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의 삶에 녹아 있는 디자인의 관계성에 매료되어, 이후 디자인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1995년 ‘미나(minä)’를 설립했으며, 2003년 브랜드 이름을 ‘미나 페르호넨(minä perhonen)’으로 변경했다.

직접 그린 도안으로 만든 독자적인 디자인의 옷과 소품, 생활용품과 인테리어 등 일상에서 사용 가능한 제품을 발표하고 있으며, 각종 공연의 무대의상을 만들고, 아사히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연재물에 삽화를 그리기도 한다.



살아가다 일하다 만들다
살아가다 일하다 만들다
미나가와 아키라 저 | 김지영 역
퍼블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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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