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교육전문가가 들려주는 ‘고전 길라잡이’
고전을 읽기 어려워하고 싫어한다고 방치하는 게 아니라 더 조심스럽고 다정하게 고전을 권하고 이야기 나누고 싶었어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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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운선 저자

2016년에 장편 동화 『해피 버스데이 투 미』로 마해송 문학상을 받고, 청소년 소설 『두 번째 달, 블루문』 등을 집필한 신운선 작가가 청소년이 꼭 읽어야 할 고전 40편을 소개하는 책 『고전을 부탁해(전2권)』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상담과 강의 등을 20년 넘게 해 오고 있는 독서전문가이기도 한 신운선 작가의 신간은 어떤 책일까요?




아동·청소년 이야기를 주로 쓰시고, 이번에도 청소년을 위한 책을 쓰셨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오랫동안, 그리고 지금도 아이들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다 보니 특별한 이유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아동·청소년을 위한 글을 쓰게 되었어요. 아동·청소년 시기의 경험이 평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크기도 했고요. 그동안은 동화와 소설(『해피 버스데이 투 미』『두 번째 달 블루문』『바람과 함께 살아지다』 등)과 부모와 교사를 위한 책(『엄마가 고른 한 권의 그림책』『아이의 독서력』 등)을 썼는데, 이번에는 제가 오랫동안 해 오는 일의 전공을 살려 글을 썼습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신문과 조선일보에 연재했던 글이 씨앗이 되어 주었어요.

청소년들은 사실, 서문에서도 말씀하신 것처럼, ‘고전(古典)’으로 ‘고전(苦戰)’하는 게 현실이 아닐까 합니다. 어떤 면을 제일 힘들어하나요?

제가 만난 청소년들은 고전이라고 하면 “읽어야 할 것 같은데 못 읽고 있는 어려운 책”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제목은 들어봐서 익숙한데 실상 읽어 보지는 못한 책이며 읽으려고 시도했다가 포기한 책이기도 하고요. 고전 말고도 읽고 공부할 것들은 쌓여 있으니 고전 읽기는 뒷전으로 밀리기도 하고요. 인터넷 미디어의 발달이 독서 환경도 바꾸어 놓아 진득한 독서를 하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하는 듯해요.

많은 부모님이나 선생님들도 아이들에게 고전을 권하지만, 고전에 관해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은 어려워하는 듯하고요. 관념적으로만 고전을 읽어야 한다, 혹은 읽어라, 하는 경우도 많다 보니 고전(古典)으로 고전(苦戰)하는 게 어른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럼에도 청소년에게 ‘고전’은 왜 필요할까요?

고전(古典)이기 때문이지요(웃음). 고전(古典)의 사전적 정의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이나 예술작품”으로 시대를 초월하여 높이 평가되는 작품을 말해요. 시대를 초월한다는 것은 어느 시공간에 고착되지 않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여 우리에게 삶의 지혜와 깨달음을 준다는 의미이기도 할 거예요.

최근에는 SNS나 인터넷 등에서의 즉흥적이고 파편적인 읽기나 쓰기를 하는 경우가 많죠. 인내심을 요구하는 책 읽기를 어려워하는 이들도 많은 듯하고요. 그러다 보니 어떠한 사안에 대해 깊게 사유하여 통찰력을 얻기가 쉽지 않은 듯합니다. 통찰력까지는 아니더라도 깊게 고민하고 질문하며 나름의 대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 중요한데, 그러한 것이 자주 생략되는 것 같죠. 경쟁하고 성취하는 것을 강조하는 교육보다는 사람과 삶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교육이 훨씬 큰 의미가 있을 텐데, 그러한 것을 위해 고전 읽기가 매우 좋다고 생각했어요. 좋은 것은 다 함께 나눠야죠(웃음). 

아이가 채소를 싫어한다고 채소를 안 주진 않는 것처럼 고전을 읽기 어려워하고 싫어한다고 방치하는 게 아니라 더 조심스럽고 다정하게 고전을 권하고 이야기 나누고 싶었어요. 특히 청소년기는 뭐든 가능성을 품은 시기이기에 이왕이면 삶에 자양분이 될 수 있는 경험을 했으면 했고, 그 방법으로 고전 읽기가 좋다고 생각했어요.

청소년들이 고전에 쉽게 다가가고 잘 읽을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웃음). 고전을 어려워하는 이들을 위해 쓴 책이니까요. 고전을 잘 읽어 내려면 기본적으로 독서력이 좀 있어야 하는데, 독서력이란 게 단시일 내에 생기는 게 아니다 보니 책을 잘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이런저런 방법을 쓸 필요가 있어요. 작품의 시대적인 배경을 알게 하거나 나보다 먼저 읽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보거나 작품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배경지식을 익히는 등의 방법을 쓰는 것이죠.

이 책을 쓸 때 가장 염두에 둔 부분이 ‘고전에 쉽게, 하지만 깊게 다가가게 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작가나 작품의 시대적인 배경, 작품의 주제 의식과 그것이 현시대에 어떻게 연결되고 의미를 주는지 등을 중요하게 다뤘어요. 많은 이들이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 책을 읽지 못한다고 하고, 특히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할 양이 많아져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소연하는데, 그런 분에게도 도움이 될 책이에요.

청소년들은 지금이 책 읽기 딱 좋은 시기예요. 이 책의 경우 40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는데,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어도 되고 제목을 보고 흥미로운 것부터 읽어도 돼요. 한 꼭지의 분량이 20쪽 남짓이니 읽는 데 어렵지 않을 거예요. 하루에 두세 꼭지만 읽어도 괜찮아요. 읽으며 의문이나 생각은 메모할 수도 있고 마음에 드는 문장은 밑줄을 그을 수도 있을 거예요. 읽고 나서 원작을 읽고 싶다면 찾아 읽어도 좋겠죠. 독서 모임을 만들어서 읽어도 좋아요. 정기적인 독서 모임은 책을 읽고 이해하고 사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이 책은 두 권으로 구성되었는데, 각 20편씩 총 40편이 수록되었습니다. 이 고전들을 고르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준은 크게 두 가지였어요. 청소년들에게 읽으라고 강조되어 현장에서 다루게 되는 책과 제가 좋아하는 책(웃음). 물론 『고전을 부탁해』의 분량을 가늠하여 문학과 비문학, 해외 작품과 우리나라 고전 등의 비율을 적절하게 분배하는 과정에서 이 책에 포함이 안 된 목록들도 있어요. 다루고 싶었지만 누락된 작품들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놓았습니다.  

‘작가’로서 내 인생의 고전 두 편을 꼽는다면 어떤 책이 있을까요?

두 편만 고르기는 너무 어려운데, 흠... 우선 한 권은 중학교 때 처음 읽은 『자기 앞의 생』이에요. 당시에는 책이 귀한 시절이기도 했는데 세로로 된 판형의 책을 밑줄 그어 가며 읽고 또 읽었던 경험이 있어요. 제가 성인이 되고 나서 어느 날 중학교 1학년이 된 딸과 함께 서점을 갔는데 이 책이 있더라고요. 반가운 마음에 책을 사 들고 집에 왔는데 딸은 엄마가 자기 나이에 감명 깊게 읽은 책이라는 말에 이 책을 열심히 읽더라고요. 그러면서 읽는 중간에 “포주가 뭐야?”, “진짜 중학교 때 읽은 책 맞아?” 하며 묻더라고요(웃음). 작품이 좋은 것과는 별개로 그 경험이 참 좋았어요. 

또 한 권을 꼽자면 다른 고전에 비해 근래의 작품인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예요. 인간 뇌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병에 걸린 사람, 혹은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깨부수죠. 인간의 존엄과 존중의 문제를 성찰하게 하는 작품이었어요. 각 이야기의 주인공은 개성이 있고 매력적인 캐릭터이며 벌어지는 사건은 아이러니하거나 반전을 주기도 해 멋진 단편 소설 같기도 했죠.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독서는 내면의 문을 활짝 열고 다양한 세계를 반갑게 맞이하는 일이며 새로운 만남을 통해 즐거움뿐만 아니라 자기성찰과 삶에 대한 통찰력을 얻는 데 가장 효과적인 일일 거예요. 하루에 한두 시간, 혹은 일주일에 하루라도 시간을 내서 고전을 읽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고전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면 이 책을 징검다리 삼으세요(웃음). 이미 이 책에서 다룬 고전을 읽었다면 나와는 다른 독자, 저겠죠?(웃음) 

저의 의견을 읽어 보며 내 생각과 비교해 보는 것도 책 읽기의 즐거움이 아닐까 합니다. 더 나아가 고전 읽기 모임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혼자 하면 어려운 길도 여럿이 함께하면 더 쉽고 즐겁게 갈 수 있으니까요. 많은 분이 고전 읽기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고 눈을 맑게 닦아 흐릿한 세상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혜안을 기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신운선

20년 넘게 학생과 성인을 대상으로 독서교육과 강의를 하고 있다. 제12회 마해송 문학상과 2019년 아르코 문학창작지원금 장편동화 부문을 수상했다. 작품으로 장편 동화 『해피 버스데이 투 미』(문학과지성사), 『바람과 함께 살아지다』(해와나무)가 있고 청소년 소설로 『두 번째 달, 블루문』(창비) 이 있다. 그 외 쓴 책으로 『엄마가 고른 한 권의 그림책』, 『아이의 독서력(공저)』, 『다문화 독서상담의 이해와 실제(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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