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 리쿠 “재능이란 뭘까? 소박한 의문에서 시작한 소설”
인기를 얻은 책의 속편을 쓰는 작업은 부담이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열심히 활동했던 동아리 OB 모임에 나가는 기분으로 의외로 편하게 쓸 수 있었습니다.
글ㆍ사진 신연선
202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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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 작가

2017년, 제14회 ‘올해의 서점대상’ 1위를 차지한 동시에 제156회 ‘나오키상’을 수상해 큰 화제가 된 온다 리쿠의 장편소설 『꿀벌과 천둥』은 같은 해 국내에 출간되어 한국 독자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3년에 한 번 열리는 ‘요시가에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배경으로 저마다 다양한 사연과 각기 다른 재능을 가진 네 명의 참가자 ‘아야’, ‘마사루’, ‘다카시마 아카시’, 그리고 ‘가자마 진’의 이야기를 펼쳐 놓은 이 소설은 열정을 쏟는 마음, 타인의 재능을 지켜보는 마음과 선한 마음으로 기꺼이 경쟁하는 인물들을 보여준다. 

700쪽 분량, 집필 기간만 7년이 걸렸을 만큼 작가의 공력을 쏟은 『꿀벌과 천둥』의 스핀오프 소설집 출간 소식은 그래서 반갑기만 한 것. 『축제와 예감』은 『꿀벌과 천둥』에 등장한 주요 인물과 그 주변인들의 소소하면서도 내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꿀벌과 천둥』에서는 몰랐던 인물들의 반짝이는 마음, 그 자리에 오기까지 인물들이 지나온 숨은 장면들을 지켜보는 즐거움을 주는 『축제와 예감』은 그러므로 작가가 독자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일 것이다. 이에 온다 리쿠는 속편을 쓰는 작업이 부담스러웠다고 말하면서도 의외로 “과거에 열심히 활동했던 동아리 OB 모임에 나가는 기분”이라 편하게 썼다고 밝혔다.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습니다. 



스핀오프를 출간한 이유

2016년 『꿀벌과 천둥』을 출간한 이후 3년 만에 『축제와 예감』(2019년)을 출간하셨지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궁금했어요. 

이 스핀오프를 쓰게 된 이유는 『꿀벌과 천둥』 안에서 연주한 음악을 전부 수록한 CD를 발매한 것이 계기였습니다. 그 라이너노트에 부록으로 쓴 게 「축제와 성묘」였어요. 결국 『꿀벌과 천둥』 컴필레이션 CD는 세 회사에서 내주셨는데요. 한 곳에는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에세이를 썼고, 다른 한 곳에는 역시 스핀오프로 쓴 소설을 실었습니다. 그것이 「전설과 예감」이었죠. 영화화도 결정되었고 모처럼 두 편을 썼으니 조금 더 써서 영화 개봉에 맞춰 내기로 하고 다른 단편을 써서 책으로 엮었습니다.

『꿀벌과 천둥』은 156회 나오키상에 이어 2017년 올해의 서점대상 1위를 차지한, 많은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한국에서도 물론 독자들이 열광하며 읽었고요. 그런 만큼 완결된 작품에 이야기를 더하는 작업이 조심스러웠을 것도 같아요. 스핀오프를 쓰는 데 부담은 없으셨나요? 

말씀대로 인기를 얻은 책의 속편을 쓰는 작업은 부담이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열심히 활동했던 동아리 OB 모임에 나가는 기분으로(웃음) 의외로 편하게 쓸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은 집필을 할 때 가장 먼저 제목을 정하신다고 하는데요. 이번 제목 『축제와 예감』은 어떻게 정해진 것인가요? 

『꿀벌과 천둥』의 속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와 XX'라는 규칙을 정하고 단편들의 제목을 고민했습니다. 책 제목을 『축제와 예감』으로 정한 이유는 첫 단편 「축제와 성묘」와 마지막 단편 「전설과 예감」의 처음과 마지막 단어를 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축제와 예감』에는 인물들의 조금 더 사적이면서도 조금 더 사소한, 어쩌면 그래서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뜻깊은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독자에게 선물 같은 이야기였고요. 한편 이 작품을 쓸 때 작가님께서 특히 즐거웠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꿀벌과 천둥』은 콩쿠르 기간에 한정된 이야기였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과거나 일상을 들여다보는 작업은 즐거웠습니다. 아아, 이런 면이 있었구나, 이런 과거가 있어서 이렇게 되었구나, 하는 발견이 있었죠.

두 작품 모두 ‘예술’이라는 비범한 세계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 좋아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마음은 누구나 공감하는 것이 큰 감흥을 주는 것 같아요. 

두 작품은 재능이란 뭘까, 하는 소박한 의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실제로 피아노 콩쿠르를 봐도 다양한 재능이 있습니다. 생각하는 재능, 듣는 재능, 조숙한 재능, 늦게 꽃피는 재능 등 다양합니다. 재능이라는 건 꼭 선천적인 게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 아닐까? 사람들 사이의 만남으로 자극을 받아 비로소 태어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형태로 담아낸 것이 이 두 작품입니다. 

작가님께서 특별히 좋아하는 작품 속 인물이 있으세요? 작가님과 닮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은 누구인지도 궁금하고요. 

소설을 쓰다 보면 특별히 누가 저와 닮은 게 아니라 각각의 등장인물에 저의 일부분이 들어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듣는 재능’을 가진 ‘가나데’, 서툴고 인간적인 ‘너새니얼 실버버그’가 마음에 듭니다. 

『꿀벌과 천둥』『축제와 예감』 두 작품에서 특히 좋아하는 장면이 있나요? 

『꿀벌과 천둥』에서는 ‘에이덴 아야’와 ‘가자마 진’이 ‘달’을 테마로 한 곡을 함께 연주하는 장면을 좋아합니다. 두 사람의 순수한 ‘영혼의 교류’를 잘 써낸 것 같거든요. 『축제와 예감』에서는 ‘마사루’와 너새니얼이 베이글을 먹는 부분이 마음에 듭니다(웃음). 이 두 사람의 대화를 쓰는 작업은 즐거워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쓴다

『꿀벌과 천둥』이 『축제와 예감』으로 연결되었듯, 조금 더 이야기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계속해서 작가님께 말을 거는 작가님의 작품 속 인물들이 있을 것도 같거든요. 

저는 원래 시리즈 작품은 별로 쓰지 않는 편입니다. 전에 쓴 작품도 금세 잊어버려요. 『꿀벌과 천둥』의 경우 너무 오랫동안 연재하다 보니 아무래도 정이 들어서 스핀오프를 써보았습니다. 아마도 앞으로 속편을 쓰는 일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서는 미스터리는 물론 호러, 판타지, SF, 학원소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시죠. 작품을 쓰는 데 있어 장르는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선택이 되나요? 특별히 장르를 염두에 두고 집필하는 것은 아니라는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작가님께서 생각하는 작품과 장르의 관계는 무엇인지 듣고 싶어요. 

아마도 저는 싫증을 잘 내는 성격인 것 같아요. 독자로서도 다양한 장르에 관심이 있다 보니 작가로서도 자연히 그렇게 되었습니다. 항상 몇 편씩 동시 진행으로 연재하고 있어서 되도록 다른 장르를 쓰는 게 서로 기분전환이 되어 쓰기 편하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언제나 다음 번 작품은 지금까지 써본 적 없는 장르를 쓰려고 합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현대에서 장르 믹스는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현재는 몇 작품이나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거죠?  

항상 네다섯 편의 원고를 동시에 쓰다 보니 좀처럼 새 작품을 쓰기가 어렵습니다. 지금은 발레 무용수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요코하마를 무대로 한 환상소설, 로지스틱스(물류)를 테마로 한 소설을 잡지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2021년만 해도 한국에 작가님의 작품이 세 권이나 소개되었습니다. 그동안도 왕성하게 작품을 발표해오셨죠. 팬으로서는 굉장한 행운이고요.(웃음) 작가님의 집필 일과, 글쓰기 방식, 하루 일상이 궁금합니다. 

옛날에는 완전히 저녁형 인간이었는데 나이가 쉰을 넘고 나서 완전히 아침형 인간이 되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줄기차게 원고를 쓰고는 있는데 예정대로 원고가 진척된 적이 없어서 한 줄도 쓰지 못하는 날도 흔해요. 마감이 있으니 항상 조마조마합니다. 이제는 전혀 밤샘을 못 하게 되었어요. 

마지막으로, 한국에 있는 작가님의 팬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친애하는 한국의 독자 여러분, 코로나 장기화로 몹시 갑갑하지만 같은 책을 읽고, 같은 음악을 들으면 세상 어디에서나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믿습니다. 부디 여러분도 건강 조심하시고 또 다음 책으로 만나요.




*온다 리쿠

기존 장르의 테두리에 갇히지 않는 유연하고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펼쳐 한국에서도 이미 든든한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는 보기 드문 진짜 이야기꾼으로 연간 200편의 도서를 독파하는 문자 중독자로 유명하다. 1964년 일본 미야기현에서 태어난 그녀는 와세다대학교 교육학부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집필한 소설 『여섯 번째 사요코』로 데뷔했다. 이 책은 1991년 제3회 일본 판타지노벨 대상 최종 후보작에 올랐다.
회 나오키 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2006년 12월에 발간된 『네버랜드』는 일본의 인기 아이돌 그룹인 V6와 쟈니스주니어가 출연하여 드라마로 만들어져 화제가 되었다.

 


축제와 예감
축제와 예감
온다 리쿠 저 | 김선영 역
현대문학
꿀벌과 천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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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 저 | 김선영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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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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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

기존 장르의 테두리에 갇히지 않는 유연하고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펼쳐 한국에서도 이미 든든한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는 보기 드문 진짜 이야기꾼으로 연간 200편의 도서를 독파하는 문자 중독자로 유명하다. 1964년 일본 미야기현에서 태어난 그녀는 와세다대학교 교육학부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집필한 소설 『여섯 번째 사요코』로 데뷔했다. 이 책은 1991년 제3회 일본 판타지노벨 대상 최종 후보작에 올랐다. 온다 리쿠의 소설은 뛰어난 대중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영상 매체에도 활발하게 소개되고 있다. 2000년에 데뷔작인 『여섯 번째 사요코』가 TV 드라마화된 데 이어, 2001년에는 『네버랜드』가 드라마화되었다. 2002년에는 『목요조곡』이 영화화되었으며, 2006년에는 『밤의 피크닉』이 영화화되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노스탤지어의 마법사’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그녀의 작품은 어떤 장르이든 인간의 원초적인 상실감과 그리움을 일깨운다. 매혹적이고 찬란하지만 그만큼의 어둠과 불안한 기운을 품고 있는 세계, 그 비밀스럽고 중독성 강한 이야기에 수많은 독자들이 열렬한 관심과 애정을 보내고 있다. 2005년에 발표한 『밤의 피크닉』은 남녀공학 고교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로 아침 8시에 학교에서 출발하여 다음날 아침 8시까지 학교로 걸어서 돌아오는 '보행제' 행사를 배경으로, 24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자신의 고민을 좀 더 성숙하게 이겨내는 소년, 소녀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 책은 그 해 '[책의 잡지]가 선정하는 베스트 10' 중에서 1위에 올랐고, 제26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및 '서점 점원들이 가장 팔고 싶은 책'을 투표로 선정하는 제2회 서점 대상을 수상하였다. 이 밖에도 『Q & A』는 2005년 제58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후보에, 『유지니아』는 제133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 또 「도코노 이갸기」 시리즈 중 두 번째 이야기인 『민들레 공책』이 제134회 나오키 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2006년 12월에 발간된 『네버랜드』는 일본의 인기 아이돌 그룹인 V6와 쟈니스주니어가 출연하여 드라마로 만들어져 화제가 되었다. 또한 2009년 초, 140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라 가장 유력한 수상작으로 점쳐지며 최종까지 경합을 벌이기도 한 『어제의 세계』는 작가 스스로가 “내 소설 세계의 집대성”이라고 표현했을 정도의 야심작이다. 온다 리쿠의 트레이드마크인 기묘하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작품 전체를 타고 흐르며, 그녀의 놀라운 진화를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 밖의 저서로는 『나비』, 『한낮의 달을 쫓다』, 『빛의 제국』, 『엔드게임』, 『삼월은 붉은 구렁을』, 『흑과 다의 환상』,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황혼의 백합의 뼈』, 『1001초 살인 사건』, 『코끼리와 귀울음』, 『굽이치는 강가에서』, 『도미노』, 『공포의 보수 일기』, 『토요일은 회색 말』 외 다수가 있다. 『여섯 번째 사요코』, 『네버랜드』, 『빛의 제국』이 드라마로, 『목요조곡』, 『밤의 피크닉』은 영화로 제작되어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2020년에 발표된 『스키마와라시』는 오래된 건물을 허무는 곳에 나타나는 신비한 소녀를 통해 옛 시대와 새 시대가 교차하는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불안을 특유의 향수 어린 시선으로 담아내어, 독자들로부터 이 작품이 바로 온다 리쿠 ‘노스탤지어 문학의 정점’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서구식 추리물과 달리 평범한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긴장감 넘치고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들로 많은 독자들을 매료시켜 온 온다 리쿠는 인간의 원초적인 상실감과 그리움을 일깨우는 묘사로 ‘노스탤지어의 마법사’라 불린다. 미스터리, SF, 호러, 청춘소설, 음악소설 등 장르를 넘나들며 매혹적인 이야기로 독자를 사로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