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직장을 보장한다는 세계적 명성의 대기업에서도, 일본 최고의 IT 기업에서도, 발 빠른 스타트업에서도 일해봤다. 프로그래머였고 프로젝트 매니저였으며 지금은 시니어 UX/UI 디자이너다. 『계획이 실패가 되지 않게』를 쓴 이소연 작가의 경력이다. 그는 졸업 이후 거의 쉬지 않고 일하며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끊임없는 커리어 전환을 거쳐 왔다.
이처럼 계속해서 변화에 도전해왔다고 하면 무한한 에너지와 자원을 가진 사람일 것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였다. 기댈 자산이 없었기 때문에 일을 오래 쉴 수 없었고, 충분히 잠을 자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일하는 법을 익혔고, 경직된 업무 환경을 싫어했기 때문에 적합한 직무와 환경을 찾아 변화를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직장인의 얼마 안 되는 여유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찾은 방법이 OKR이었다.
'O(Objectives)'라는 영감을 부르는 목표와 'KR(Key Results)'이라는 그 목표로 이어지는 계측할 수 있는 혁심 결과로 구성된 이 목표 달성법은 실리콘밸리에서는 상식으로 통한다. 이소연 작가는 'OKR'을 기업이 아니라 자기 삶에 도입하며 영어 실력부터 앱 개발까지 자신만의 프로젝트들을 하나하나 성공시켰고, 결과적으로 더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 수 있게 됐다.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길 응원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경험과 개인을 위한 'OKR 방법론'을 담아 『계획이 실패가 되지 않게』를 썼다.
구글 같은 실리콘밸리의 기업에서 쓰는 목표 달성법을 개인의 삶에 적용한다는 것이 새로웠습니다. 무슨 계기가 있었을까요?
OKR을 알게 되고 나서, 처음에는 회사에서 팀원들과 함께 업무에 적용해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회사에는 별도의 성과 관리 시스템이 있었고, 기존의 시스템이 아닌 새로운 방식을 혼자의 힘으로 회사에 본격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기업에서 OKR을 추진하려면 경영진과 인사팀의 적극적인 이해와 지지가 필요합니다. 모든 사원들의 목표를 투명하게 공개해서,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며 서로 시너지를 얻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회사에 OKR을 전파하는 데 실패하고 나서 관련 책을 읽다가 이런 대목을 발견했습니다. “운동을 하려고 줄곧 마음먹었으나 계획이 영원히 실현될 것 같지 않을 때 OKR 기법을 사용해보는 것이다.” 그때 ‘이거다!’ 싶었습니다. 기업을 바꿀 수는 없지만 나 자신은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고, 저 개인의 삶에서 ‘멋진 수영인이 되자’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OKR을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요. 생생하고 또렷한 목표를 세우는 단계부터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간단한 팁을 공유해주세요.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을 떠올려보세요. 같은 영어 공부를 한다고 해도, 사람마다 목적이 다를 수 있습니다. 영어를 잘하게 된다면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해외에서 온 친구들을 사귀고 싶은 것인지, 해외 취업에 성공해서 더 나은 업무 환경에서 일하고 싶은 것인지,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자막 없이 즐기고 싶은 것인지, 뚜렷한 이미지를 그려볼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목표가 됩니다. 가령 그냥 ‘영여 공부’ 대신 이런 식으로 목표를 정해볼 수 있죠.
“교환 학생으로 와 있는 외국인 친구들의 강력한 서포터가 되자”, “1년 안에 외국계 회사로 이직해서,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일하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미국 드라마를 자막 없이 보고 즐기자.”
목표를 세울 때에 ‘토익 800점’, ‘5kg 감량’같이 수치를 먼저 설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왜 그 수치를 달성하고 싶은지를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그것이 내 진정한 목표입니다. 목표는 동기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게 해주고, 매일 아침 당신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야심차고 생생한 이미지여야 합니다.
직장을 다니며 사이드 프로젝트나 자기계발을 하기 어려운 이유로 시간이 없다는 것을 들잖아요. 퇴근 후에 피곤한 직장인들이 어떻게 시간을 내야 할까요?
먼저 자투리 시간이 아닌 덩어리 시간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하루에 1시간, 예를 들어 밤 9시부터 10시는 나만의 시간이라 선언하는 것입니다. 요새 유행하는 미라클 모닝도 같은 맥락입니다. 내가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거예요. 혼자만의 공간을 확보하고, 스마트폰은 비행기 모드로 설정해 주위의 방해 요소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다면 더 좋습니다.
한 시간이 어렵다면 30분이라도 좋고, 평일에는 피곤해서 도무지 불가능하다면 주말에 2시간의 덩어리 시간을 만들어 집중해보세요. 하루에 1시간씩만 투자해도 3개월짜리 프로젝트라고 가정하면 90시간이 됩니다. 이 하루 1시간은 점차 루틴이 되고, 습관이 되어 지속할수록 자동적으로 수행하는 일과가 됩니다. 90시간 동안 무언가에 집중해서 임한다면, 누구나 작은 발전과 성취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장기간에 걸쳐 반복하면, 언젠가는 복리 효과로 인해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어요.
이루고 싶은 일을 ‘프로젝트’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워라밸을 추구하는 요즘 사람들이 직장 밖에서 좋아하는 일까지, 관리해야 할 프로젝트로 삼는다면 너무 삶이 피곤해지지 않을까요?
아니요, 덜 피곤해지기 위해서 프로젝트 관리를 하는 거예요. 우리의 시간과 돈, 노력, 에너지는 모두 한정된 자원이기 때문에, 그 자원을 어떻게 쪼개 써야 성공할 수 있는지를 계획하고 점검해야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프로젝트로 정의하지 않는다면 ‘언제부터 언제까지 할 것인가?, ‘하루에 얼마만큼 할 수 있는가?’, ‘완수 후의 성과는 어떤 모습인가?’, ‘성공이란 무엇을 뜻하는가?’와 같은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이 불분명한 채로 나아가게 되고, 도중에 의지가 고갈되거나 방향을 잃어 포기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현대인은 항상 피곤하고 시간에 쫓기고 있기 때문에 작은 시간을 모아서 쌓고 불리는 방식으로 활용해야 지속 가능한 자기 계발을 할 수 있어요. 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하고 싶은 일을 진행할 때 의지와 감에 의존하기보다는 검증된 관리법을 활용하는 편이 훨씬 힘이 덜 드는 효율적인 방식입니다.
작가님께서는 OKR을 만나기 전에도 열심히 살아오셨던 것 같은데요. 그냥 열심히 하는 것과 OKR을 적용하는 것의 차이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OKR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제가 고등학교 때 어른들은 종종 이런 말을 하셨어요.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 잠을 줄이고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공부에 모든 시간을 쏟으라는 뜻이죠. 이런 교육을 받고 자라면서, 저 역시 그냥 악으로 버티고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OKR은 ‘설레는 목표’(O)를 설정하도록 격려합니다. 내가 진짜 원하는 나 자신의 모습, 내 마음을 설레게 하고, 아침에 즐거운 마음으로 눈이 번쩍 떠지게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게 됩니다. 또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면서, 우리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어요.
또한 KR은 목표 달성을 위한 방향을 제시해줍니다. 따라서 무조건 긴 시간을 들일 필요 없이 효율적인 방식으로 진척 상황을 점검할 수 있어요. 이렇게 OKR을 이용해 중요한 곳에 집중하는 목표 달성 방식을 제 삶에 적용하고 나니, 고생을 하거나 참고 인내할 필요도 없어졌고, 하루에 두어 시간만 온전히 활용해도 원하는 것을 차근차근 이루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가장 성공적으로 OKR을 적용한 프로젝트는 개발자 두 명과 함께 팀으로 진행한 사진 정리 앱 ‘알파카’의 개발이었던 것 같아요. 저희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사진 정리를 할 수 있게 하자는 뚜렷한 비전을 목표로 설정했고,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수치, 즉 핵심 결과 KR은 다운로드 수도 사용자 수도 광고 수익금도 아닌, ‘사용자들이 삭제하는 사진 수’로 정해 추적하며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결과 앱은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고, 긍정적인 리뷰도 많이 받았어요.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게 해주는 OKR 덕분에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새해 계획을 한창 세우고 있는 시기입니다. 작가님의 2022년 계획은 무엇일지, 또 그것을 달성할 방법도 세워두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제가 이 책을 쓰기 시작했을 때 세운 목표가 ‘독자들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달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글쓰기’였거든요. 책이 무사히 출판되었으니 이제는 SNS나 블로그 등 다른 채널을 이용하여 독자 분들의 목표 달성을 돕는 활동을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또 좋은 책을 읽거나 강연을 보는 등의 인풋 활동도 강화해서, 계속해서 글쓰기를 통해 영양 많은 요리를 내어드릴 수 있도록, 제 안의 지식 창고에 좋은 식자재를 가득 채워두고 싶습니다.
2021년에 글을 쓰면서 모니터를 너무 오래 본 탓인지 시력이 조금 떨어졌어요. 2022년에는 건강관리에 조금 더 신경을 써보려 합니다. OKR로 설정해 본다면 이렇게 되겠네요.
O : 건강한 습관으로 활기찬 일상 만들기!
KR1 : 매일 한 번 이상 야채나 과일을 먹기
KR2: 정기 건강 검진 및 안과, 여성의학과, 치과 검진 받기
KR3 : 한 달에 10번 이상 운동하기 (수영, 요가, 스트레칭 등)
책을 읽어보면 독자들에게 구체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독자들이 이 책을 읽기 바라시나요?
새해가 되면 새롭게 다짐을 하고 계획을 세우지만 생각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고민하고 좌절해 본 경험이 있는 분들, 자기 계발에 관심은 있어도 작심삼일과 유야무야의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해 속상한 모든 분들께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계획이 실패했다고 해서 쉽게 자책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면, ‘나는 뭘 해도 안 돼’라는 자기 비하의 감정이 커지게 되고, 점점 도전 자체를 하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계획이 실패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자신의 능력을 잘 알지 못해 틀린 견적을 내기 때문입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일은 처음에 몇 번 실패할 수도 있지만, 반복해서 도전해보고 나 자신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면, 점차 성취 가능한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작은 성취를 이루고, 반복해서 쌓아나가며 큰 성공으로 이어나가는 성장 곡선을 그려보는 겁니다. 더 많은 분들께 이러한 성취의 기쁨을 알리고 싶어요.
*이소연 홍콩에 거주하며 미국계 스타트업에서 UX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소니, 야후 재팬 등에서 프로그래머부터 프로젝트 매니저, 디자이너로까지 커리어 변신을 거듭해왔다. 일본 소니에서 경력을 시작했고 7년 넘게 재직하며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하지만 업무와 회사 문화에 큰 스트레스를 느끼다 결국 심각한 번아웃이 왔다. 무턱대고 퇴사를 할 수도, 쌓아온 경력을 뒤엎고 처음부터 시작할 수도 없었다. 깊은 무기력 속에서 삶을 추스르던 중 찾은 변화의 계기가 바로 구글의 목표달성법 OKR과 프로젝트 관리법이었다. 명확한 목표를 구축하고, 목표를 향한 정확한 이정표를 제시하는 OKR의 방식은 사그라든 줄 알았던 의욕을 다시 찾아주었다. OKR을 삶에 적용하자 직장 내에서는 무리하지 않고도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었고 직장 밖에서도 꾸준히 목표를 추구할 수 있었기에 서서히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갈 수 있었다. 지금은 만족스러운 수입과 유연한 근무 조건을 제공하는 회사를 찾아 홍콩에서의 즐거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일은 원래 고되고 괴로운 것이라고 믿으며 매일을 견디고 있는 독자들에게 삶은 충분히 더 좋아질 수 있다고 격려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더 많은 사람들이 OKR과 프로젝트 관리법을 통해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더 행복한 삶을 살게 되길 응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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