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울수록 애틋한 미니멀 부부 라이프
전작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는 에린남의 무작정 미니멀 도전기라면, 『하나보다 가벼운 둘이 되었습니다』는 에린남과 그의 남편이 본인들만의 방식으로 미니멀 라이프를 지속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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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스트 유튜버이자 작가인 에린남은 결혼 후 호주에 살면서,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남편 대신 서툰 솜씨로 집안 살림을 꾸려나갔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해결되지 않고 쌓이기만 하는 집안일에 잦은 혼란과 우울을 느꼈다. 본인의 마음뿐 아니라 결혼 생활까지 힘들게 만드는 집안일에서 해방될 방법을 찾고 있던 어느 날, 에린남은 한 미니멀리스트의 영상을 보고 집 안을 비우기로 결심한다.

전작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는 에린남의 무작정 미니멀 도전기라면, 『하나보다 가벼운 둘이 되었습니다』는 에린남과 그의 남편이 본인들만의 방식으로 미니멀 라이프를 지속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생활과 관계의 짐을 배로 늘리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는 에린남 부부의 소망은 ‘버릴 것 없이 딱 맞는 삶’을 살고 싶은 이들에게 다양한 질문과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긴 시간 준비한 책이라고 들었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감사합니다. 책이 나오니 시원하고 또 시원합니다. 첫 책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는 써 놓은 글을 조금 수정하고 몇 편의 글 정도를 추가한 것이라서 원고 작업 기간이 길지는 않았는데 『하나보다 가벼운 둘이 되었습니다』는 거의 처음부터 새로 쓴 원고여서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방향성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고요. 글 쓰는 일도, 책을 만드는 일도 어렵다는 걸 제대로 알게 되었죠. 당시에는 힘들기만 했는데 완고를 보낸 다음 다시 읽어봤을 때, 결국 이 과정이 저에게 필요한 과정이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만드는 과정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한 기분이 들어 더욱더 뜻깊게 다가오는 책입니다. 시간과 정성을 들인 만큼 재밌게 만들어진 것 같아 기쁘고, 무사히 이 세상에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전작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에는 맥시멀리스트였던 작가님의 무작정 일상 변화 도전기가 담겨 있었는데, 이번 책 『하나보다 가벼운 둘이 되었습니다』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요?

미니멀리즘으로 달라진 저의 결혼 생활과 일상에 대한 내용이에요. 미니멀리즘을 시작하기 전과 후로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결혼 생활도 마찬가지였어요. 결혼을 하니 나와 남편을 포함한 ‘우리’를 위한 삶을 살아야 했고,  아내가 된 동시에 얻게 된 주부, 며느리라는 다양한 역할까지 수행해야 했으니까요. 저는 ‘나’로서만 살기도 벅찬 사람인데 갑자기 나를 둘러싼 모든 상황들이 바뀌어버리는 게 버겁게 다가왔어요. 

하지만 미니멀리즘을 시작하면서 저의 일상도 하나씩 정리됐어요. 결혼 생활에서도 힘을 뺄 부분과 마음을 더 쓸 부분을 정했더니 다시 평화가 찾아왔죠. 책에는 남편과 제가 일상에서 어떤 생각과 판단을 하고, 어떤 태도를 가졌는지 썼습니다. 저는 이 책을 남편을 향한 마음이 뾰족해질 때마다 꺼내보려고 해요. 마음이 곧바로 말랑해질 게 분명하거든요.  

결혼 후에 호주에서 3년간 거주하시다가 2019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셨는데, 책을 읽다 보니 남편분과 어떻게 만나셨고 어떻게 호주에서 살게 되셨는지가 궁금해지더라고요. 또한 호주에서의 삶이 미니멀리스트로서 사는데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도 궁금합니다.

광고 제작 일을 할 때 호주로 해외 촬영 출장을 갔었어요. 남편은 현지 제작사의 인턴이었고요. 바쁘고 고된 출장 일정에서 만난 사이인데 연락처를 주고받고 연락을 이어나가다 보니 어쩌다 결혼까지 하게 됐답니다. 남편은 호주로 어릴 때 가족들과 이민을 가서 시드니에 살고 있었어요. 결혼 후에 한국에서 살지, 호주에서 살지 결정할 때가 왔을 때 저는 별다른 고민 없이 호주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말했어요. 인생에 한번쯤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는 것도 좋겠다고 아주 단순하게 생각했죠(저는 중요한 결정을 쉽게 하는 경향이 있답니다). 물론 남편이 학교를 끝마치지 않았다는 것도 호주를 고른 주요한 이유 중 하나였지만요. 미니멀리스트가 된 해에 남편이 대학교를 졸업했고, 저도 막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면서 ‘이제는 한국에서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몇 달 뒤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고, 벌써 2년이란 시간이 흘렀네요. 아직까지는 한국으로 돌아온 것에 대한 후회는 없어요. 남편도 같은 생각이라 다행이죠.

만일 제가 한국에서 내내 살았다면 미니멀리스트가 될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한국이었다면 결혼한 뒤에도 계속 일을 하느라 전업주부가 되지 않았을 테고, 집안일에 책임감이나 부담감도, 스트레스도 덜 받았을 것 같아요. 남편과는 서로 집안일을 미루느라 더 많이 싸웠을지도 모르겠지만요. 또, 한국에 살았다면 아무래도 유행에 계속 민감한 상태였을 것 같아요. 호주는 유행이 있더라도 대부분이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더라고요. 특별한 날이 아니라면 외적인 모습에 신경을 쓰지 않고, 대체로 편안함을 추구해요. 저도 그 부분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가진 물건과 소비를 줄이는 생활을 큰 거부감 없이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의 단단한 시간들 덕분에 한국에서도 계속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갈 수 있게 됐어요. 호주에서 살던 3년은 여러모로 저에게 중요한 시간이었답니다.

미니멀리스트로 살겠다는 결심을 빠르게 실행으로 옮긴 건 에린님이었지만, 본래 미니멀리스트라는 정체에 더 가까웠던 건 남편분인 것 같아요. 에린님이 남편분에게서 닮고자 했던 마인드나 행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남편은 물욕이 없는 편이고, 가지고 있는 걸 잘 사용하겠다는 명쾌하고 확실한 철학을 가졌어요. 저는 그와는 완전히 반대로 돈 쓰는 걸 좋아하고, 유행하는 건 다 사 봐야 하고, 세일에 눈이 돌아가는 그런 사람이었죠.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남편의 행동이나 생각이 답답하기도 했어요. 낡은 옷을 버리지 않고 계속 입는다거나 오래 신은 신발을 버리려고 할 때 더 신을 수 있다고 버티는 행동 같은 것들이요. 하지만 미니멀리스트가 되어가면서 이전에 가졌던 생각들을 많이 반성하게 되었어요. 자주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세일이라는 이유로 마구 사곤 했는데, 결국 그런 것들 중 저에게 남아 있는 것들은 단 하나도 없더라고요. 의미 없이 버려진 돈이 이제는 너무 아깝게 느껴져요.

저랑 달리 남편은 그런 후회를 하지 않아요. 그렇게 산 물건이 없었으니까요. 진작 남편과 같은 태도를 가졌다면 좋았겠지만, 만일 남편이 저에게 돈을 적게 쓰라고 강요했다거나 자신과 같은 태도를 갖길 요구했다면 저는 청개구리라도 된 것 마냥 더욱더 반항심을 가졌을 게 뻔해요. 남편은 저를 맘대로 바꾸려고 하지 않고 지켜봐 준답니다. 정말 고맙죠. 미니멀리스트로 변화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같이 시작해줘서 또 고맙고요. 서로를 바꾸려고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남편에게서 배웠습니다.

호주에서 한국으로 거주지를 옮긴 후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었죠. 본문의 3장 ‘둘이서 매일 조그맣게’에는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남편분이 재택근무를 시작하게 되면서 생기는 여러 일들이 담겨 있어요. 두 분에서 함께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었나요? 또한 ‘위드코로나’ 시대가 오긴 했지만 코로나 이전에 비해 많은 시간을 집에서 함께 보내게 된 부부(혹은 타인과 함께 사는 사람)에게 건네고 싶은 조언이나 응원의 말이 있다면.

처음에는 재밌기만 했어요. 매일 놀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을 했죠. 당시만 해도 금세 지나갈 전염병 정도로 생각했었거든요. ‘당분간’ 쉬면서 놀자는 생각이었는데. 당분간이 몇 달이 되고 1년이 되고, 이렇게 2년이 지나도록 끝나지 않을 줄은 몰랐어요. 저희는 한정된 공간과 달라진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어요. 집에서 일을 해야 하는 저는 남편에게 무작정 내 일과에 맞춰달라고 하지 않았고, 남편은 저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럼에도 문제는 생겨나더라고요. 그래서 공간 분리를 하거나, 책상 하나를 더 구입해서 잠만 자던 침실에 일하는 공간을 하나 더 두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닥친 상황들을 해결하려고 노력했어요. 

무작정 참는 것보다 상황을 현실적으로 마주하고 대화하는 게 더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참는 건 한계가 있지만 대화에는 한계가 없어요. 숨기는 것 없이 생각을 나눠야 서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계속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답니다. 제가 결혼 생활을 통해 한 가지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이 있다면, 혼자 생각하고 판단하고 해결하는 건 절대로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거예요. 대화를 하면 무겁게만 느껴졌던 문제가 생각보다 쉽고 가볍게 해결될 수 있어요. 마음과 생각을 꺼내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가만히 들어주고요.

‘에린남’ 채널이 벌써 4.18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이 되었어요. 근래에 유튜브 채널에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풀어놓으셨는데요. 영상을 보고 나니, 미니멀리즘이 에린남의 인생에 큰 가치관이 되었지만 매번 그 이야기를 하는 게 어렵기도 하셨을 것 같아요. 이전까지 유튜브 영상과 책으로 미니멀리스트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다음 이야기는 무엇이 될까요?

미니멀리즘에 대해 이야기할 게 넘치던 시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미니멀리즘이 완전히 제 일상이 되다보니 이야기할 거리가 줄었어요. 익숙해지니까 새로움을 발견하기 어려워진 거죠. 제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어떤 이야기를 하든 그 이야기 속에는 어쩔 수 없이 미니멀리즘이  묻어나올 것 같아요. 저는 ‘지금의 나’인 상태로 잘 살아가면서 지금의 상태를 더 좋아할 수 있도록,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싶어요. 앞으로는 그런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 같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문득 떠올린 좋은 생각을 재밌게 나누고 싶다는 것이에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면.

지난 2년간 우리 모두 일상을 지켜내려고 부단히 노력했어요. 힘들고 갑갑한 시간이기도 했지만 얼굴 보기도 힘들었던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죠. 돌이켜 생각해 보면,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려준 것 같아요. 나, 우리, 가족, 그리고 건강. 이 상황이 끝나더라도 소중하게 나눴던 마음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으니까요.



하나보다 가벼운 둘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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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남 글그림
arte(아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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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