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적 야심을 택한 영국 밴드 스트랭글러스
9년 만에 발표한 18번째 정규 앨범 는 펑크와 퍼브 록을 섞은 밴드 고유의 정체성을 현대적인 울림으로 풀어내 대중과 호흡한다.
글ㆍ사진 이즘
2021.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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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에 데뷔한 영국 밴드 스트랭글러스는 난해한 아트 록과 과하게 장식된 글램 록의 반발에서 탄생한 퍼브 록으로 여러 포스트 펑크 밴드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확립했다. 멜로디가 선명하지 않은 까끌한 소리와 히트 싱글의 부재로 국내엔 알려지진 못했지만 반세기 가까운 기간 동안 23곡을 UK 차트 40위권 내에 진입시키며 역사를 이어왔다. 2012년도 음반 로부터 9년 만에 발표한 18번째 정규 앨범 는 펑크와 퍼브 록을 섞은 밴드 고유의 정체성을 현대적인 울림으로 풀어내 대중과 호흡한다.

스트랭글러스의 음악은 전반적으로 키보드의 소리가 두드러지고 건반 연주자 데이브 그린필드는 카바레 풍의 유쾌한 연주는 그들의 개성을 확립하는데 공헌했다. 1977년에 발표한 'No more heroes'와 'Something better change'에서 그가 주조한 댄서블한 사운드는 프란츠 퍼디난드와 블록 파티 같은 21세기 영국의 록 밴드들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그린필드는 2020년 5월 코로나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고 그래서 이번 앨범은 그에게 유작이 됐다. 'No man's land'의 구불거리는 미니무그 선율과 'The last men on the moon'의 해먼드 오르간 솔로는 밴드 초기의 간결한 연주에 비해 진일보한 사운드를 들려주며 그가 발전을 거듭해온 뮤지션이었음을 증명했다.

펑크와 로큰롤, 일렉트로니카 등 여러 스타일이 혼합된 수록곡들은 길고 짧은 러닝타임이 조화를 이루며 음반을 유기적인 형태로 건설했다. 드라마틱한 구성으로 곡의 확장성을 견지한 'Water'와 질주감 넘치는 편곡에 현악 세션과 성악을 더한 'White stallion'은 풍성한 사운드스케이프를 지향하는 후기 스트랭글러스를 보여준 반면 1970년대의 까칠하고 공격적인 스타일은 3분 내외로 짧게 끊어 치는 'This song'과 'Payday'가 그 향수를 대신한다.

음악적 다변화는 동시대 밴드들이 명멸했던 긴 시간 속에서 스트랭글러스를 지탱해왔다. 펑크의 거친 속성을 드러냈던 초창기와 더욱 대중적인 곡조를 선보였던 1980년대를 거쳐 정교한 사운드가 돋보이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변화를 지속했다. 원년 멤버인 제트 블랙이 떠나고 새 드러머 짐 맥컬로이가 참여한 첫 앨범, 키보디스트 데이브 그린필드의 마지막 참여란 면에서 이 앨범은 그들 경력의 분기점이다.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는 대신 음악적 시도와 야심을 택한 는 새로운 스트랭글러스의 첫 번째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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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