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중심으로 다양하고 입체적인 경험을 제공해 온 동네서점 땡스북스가 10년을 맞이했다. 이를 기념하며 지금 땡스북스를 꾸리는 손정승 점장과 음소정 매니저가 ‘땡스북스의 10년’을 정리했다. 『고마워 책방』에는 책이 서점에 들어올 때부터 독자를 만나 서점을 나갈 때까지 매 순간 공들이는 두 사람의 꼼꼼한 손길과 오랜 고민이 오롯이 담겼다. 더불어 땡스북스만의 큐레이션에 대한 신념과 책을 향한 애정, 독자를 향한 고마움이 가득하다.
책을 중심으로 다양하고 입체적인 경험을 제공해 온 동네서점 ‘땡스북스’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고 들었어요. 땡스북스를 직접 꾸려 가는 두 분은 어떤 마음으로 올해를 보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정승: 올해는 땡스북스 10주년이기도 하면서 코로나가 결국 끝나지 않은 한 해라, 마음이 좋았다가 처졌다가를 반복하며 보내고 있어요. 하지만 황당하게 흘려보낸 작년과 달리 올해는 시간의 흐름을 착실히 느끼며 『고마워 책방』을 썼습니다. 땡스북스는 온라인 판매 없이 오프라인 매장만으로 꾸려가는 곳이라, 속으로는 ‘『고마워 책방』, 네가 올해 코로나 타개책이다!’ 이런 생각도 했고요. 그리고 이 책을 쓰면서, 땡스북스의 첫 출발을 자주 상상해 보는 매일을 보냈어요.
소정: 10년이라는 시간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 한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땡스북스는 10주년을 맞아 진행 중인 코너 ‘취향의 연결’을 통해서 매달 단골손님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저마다 다른 사연과 마음이 담긴 글을 읽으며 새삼 10년이라는 시간을 다시 감각하곤 합니다. ‘10주년’이라는 결과물로서의 시간이 아니라, 하루하루가 다른 색으로 빛나는 매일이 모여서 쌓인 시간으로요. 이 시간을 함께해 준 마음들에 감사하며, 힘을 내 하루하루 꾸려 가고 있습니다.
땡스북스는 큐레이션 서점이에요. 책에서도 짚어 주신 땡스북스만의 큐레이션 원칙이 있지만, 두 분만의 원칙이 있기도 하나요? 혹은 요즘 부쩍 더 신경 쓰려고 하는 점이 있다면요?
정승: ‘사람들은 같은 이유로 좋아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한다’는 것을 요즘 부쩍 더 신경 쓰고 있어요. 무척 좋아하는 거래처 담당자분께서 해 주신 말씀인데 생각해 보니 정말 그렇더라고요. 책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다요. 어떤 책이 감성적이어서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래서 싫어하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의 화끈함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 화끈함이 싫은 사람도 있겠죠. 그래서 땡스북스에 들여온 책 중에 다른 서점에서도 인기가 많은 책은 독자분들이 왜 좋아하는지 생각해 보고, 그 책을 읽은 제 느낌과 비교해 보곤 합니다. 아쉬우면 아쉬웠던 대로, 좋으면 좋았던 대로 그 포인트를 잘 모으려고 해요.
소정: 저는 일하면서 책들을 자주 ‘새 눈으로’ 보려고 노력해요. 책장을 정리하면서 서로 이런 얘기를 할 때가 있어요. ‘저, 이 책은 저쪽 칸에 한번 꽂아 볼게요.’ 처음 책장에 꽂을 때 물론 그 책을 대표할 수 있는 분야에 맞추지만, 요즘에는 여러 분야에 걸쳐 소개할 수 있는 책들이 많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특히 전보다 관심이 뜸해진 책들을 아예 다른 조합으로 진열해 보곤 합니다. 새로운 맥락에 올리는 것이지요. 신기하게도 그렇게 바꿔 두면 어느새 손님들의 손에 들려 있더라고요. 마치 알아본 것처럼요.
다른 가게가 아니라 서점이 10년을 버텨 온 힘의 기저에는 무엇이 깔려 있을까요? 땡스북스의 매일을 쌓아 가고 있는 두 분이 생각하는 땡스북스의 롱런 비결이 궁금합니다.
정승: 아무래도 ‘일을 사서 하는 사람들이 일하고 있어서’가 아닐까요. 많은 분들의 기억 속에 있는 동네서점은 아마 땡스북스와는 사뭇 다를 거예요. 제 기억만 들여다봐도 그렇거든요. 책을 들이고 정리하고 판매하고. 그렇게 해도 책방은 이럭저럭 굴러갈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손님들은 바로 알아보거든요. 여기는 이런 곳까지 신경을 쓰는구나, 여기는 별 생각 없이 두었구나, 여기는 요즘의 흐름을 잘 캐치하고 있구나, 하는 것들을요. 그렇다 보니 한 번 털 먼지를 두 번 털고, 책장에 꽂힌 책을 자주 바꿔 보고, 책 소개 방식을 계속 궁리하게 되더라고요. 다행히 그 점을 좋게 봐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소정: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서도 안에서는 꾸준히 변화를 주고, 올 때마다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게끔 노력하는 점이 아닐까요? ‘취향의 연결’ 코너에서 한 단골 손님께서 전해 주신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특정 책을 콕 집어서 사러 오기보다는, ‘이번엔 땡스북스에서 무슨 책을 발견하려나?’ 하는 마음으로 매번 책방 문을 열고 들어오신다고요. 땡스북스의 이런 노력을 손님들께서도 알아봐 주시는 것 같습니다. 손님들이 보낸 애정 또한 10년을 지탱해 온 힘이겠지요.
땡스북스에서는 쇼윈도 전시, 땡스페이퍼, 땡스북스 금주의 책까지 책을 소개하는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하고 계신 것으로 알아요. 여건상 진행하기는 어려워 지금까진 못했지만 언젠가는 꼭 한번 해 보고 싶은 이벤트 아이디어가 있나요?
정승: 이벤트는 아니지만 ‘동네 사랑방’이라는 이름에 맞게 동네 소식을 한데 모아 볼 수 있는 게시판 같은 공간을 마련해 보고 싶어요.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근처 카페에서 하는 독서 모임을 소개하고, 출판사가 구인공고를 게재하고, 근처에서 음악 하는 분들이 레슨 홍보를 해도 좋고요. 생각만큼 관리가 쉽지 않을 것 같아 구체화하다가 중단한 건데, 언젠가는 마포구 동네 소식을 땡스북스에서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소정: 땡스북스에서도 독서 모임을 진행해 보면 좋겠다고 정승 점장님과 꾸준히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오랜 거래처인 마음산책의 20주년을 축하하는 행사로 근처 동네 책방들에서 진행한 독서 모임에 땡스북스도 참여했었는데요. 자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저희도, 참여하신 독자분들도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행사였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모임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상황이 나아진다면 혹은 다른 방식으로라도 독자분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는 행사를 진행해 보고 싶어요. 평소에 손님들과 대화를 자주 나누는 편이 아닌지라, 이렇게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는 기회가 더 귀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동네서점 이렇게 이용해주세요]라는 동네서점 캠페인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동네서점지기로서, 동네서점을 찾아주시는 분들께 이 캠페인에서 언급한 것 이외에 당부드리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정승: 나중에 기억했다가 사고 싶어서 책 표지를 두어 권 찍는 일이라든가, 정말 마음에 드는 구절을 한 장 정도는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때마다 저희가 막 달려가서 제지하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제재하는 경우는 그 정도가 지나칠 때입니다. 땡스북스의 책장을 모두 찍어 간다거나, 한 달 동안 매일 오셔서 어제 읽던 책을 마저 이어 읽는 분을 보면 여기는 도서관이 아니라 가게인데,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상업 공간으로서 유지가 되어야 저희도 재미난 기획을 하고 좋은 책을 들일 수 있어요. 이 작은 공간을 즐겁게 이용해 주셨다면, 가끔은 책 한 권 사주시면 저희는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책을 사는 사람들이 점점 줄고 있다고들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동네서점을 꾸려 간다는 것은 두 분께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무엇이 두 분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서점’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나요?
정승: 목을 가다듬고 조금 거창하게 말해 보자면 ‘다양성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책을 대형 서점에서만 팔면 재미 없잖아요? ‘저 동네 가면 저런 책방이 있대’, ‘이 동네에는 작은 서점이 여러 곳 있대. 가 보자.’ 하는 대화가 계속해서 들리면 좋겠어요. 그런 모습을 오래오래 보고 싶어서 이곳을 잘 지켜가려고 합니다.
소정: 공간을 통해 책을 둘러싼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데에 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시나 행사 같은 이벤트 같은 특별한 경험도 있겠지만, 큐레이션된 책장에서 취향을 발견하고 키워가는 일, 이 공간에서 만난 이들과 직간접적으로 취향을 공유하고 연결되는 경험들이요. 이런 경험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서점을 다시 찾게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서점을 힘내서 꾸려가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땡스북스의 20주년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보신 적 있나요? 땡스북스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책을, 어떤 방식으로 소개하고 있을까요?
소정: 더더욱 번창하여 규모도 커지고, 직원 수도 늘어났으면 좋겠지만요. 그래도 여전히 따뜻한 노란빛이 가득한, 언제고 편히 들를 수 있는 ‘동네서점’이었으면 좋겠어요. 책장에는 그때의 땡스북스를 꾸리는 이들의 시선이 더해진, 그럼에도 여전히 땡스북스식으로 은근하게 말을 건네는 책들이 가득 채워져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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