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롭기, 겁내지 않기, 건강하기, 갓세븐(GOT7) 진영
수평선을 넘어갈 준비가 된 박진영이란 사람은 속 넓게도 그만의 곧은, 또한 청명한 에너지를 함께 나눠 가지고서, 겁내지 말고 바다로 함께 가자고 말하는 것만 같다.
글ㆍ사진 박희아
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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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 엔터테인먼트 제공

“잘 자서 텐션이 좋네.” 얼마 전 종영한 tvN 드라마 <악마판사>에서 갓세븐 진영이 가볍게 노래를 흥얼거리며 대기하는 모습을 본 배우 박규영이 한 말이다. 진영이 연기한 김가온과 박규영이 연기한 윤수현은 극중에서 오랜 친구였지만, 수현이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는 결말을 알지 못한 채 이제 막 서로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안타까운 연인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비하인드 필름에서는 모두가 이 서글픈 끝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밝은 분위기에서 촬영이 계속된다. 그래서 진영은 박규영이 한 말에 활짝 웃으면서 대답한다. “누구?” “진영이.” “맞아.”

드라마 <악마판사> 속 김가온은 정면으로 세상에 부딪히는 청년이었다. 판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올곧은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 노련한 강요한(지성 분)을 비롯해 주변인들에게 끊임없이 휘둘리다가도 겁 없이 불의와 대치하는 사람이었다. 극의 마지막에 이르러 누군가는 꼭 지키고 싶어 했던 정의로움이라는 가치가 와르르 무너지게 된 상황에서 그를 원망할 수 없었던 까닭도, 늘 김가온은 곧았고 요령보다는 용기로 세상을 마주한 청년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김가온을 연기한 진영은 단정하고 또렷한 이목구비를 지녔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늘 깊은 동공의 고요함 속에 담고 사는 듯한 눈빛으로 판사라는 직업에 꼭 어울렸다. 결국에는 그의 곧은 성정을 이용한 세력에 의해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결말까지도 설득할 수 있는 캐릭터일 수 있었던 이유가 거기에 있다. 꼭 다물고 있던 입술이 화를 뱉어내고, 다시 차분함을 주워 담는 동안, 캐릭터의 서사를 궁금하게 만드는 한 서린 눈동자는 김가온을 연기한 진영이 만들어낸 세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잘 자서”라는 박규영의 말에 활짝 웃으며 “맞아”라고 대답한 진영의 모습이 조금 낯설게 느껴졌던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괜찮아야 하고, 설사 최악의 상황이 늘어지는 디스토피아에서 웃음과 눈물로 살아남았던 사람. 갓세븐으로 바쁘게 활동하는 도중에도 책을 읽고 있었고, 스스로가 많은 양의 책을 읽는 게 아니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자신이 집어 든 책을 통해 세상을 읽고 있었던 소년의 눈동자는 또렷했다. 그리고 이 소년의 눈동자와 디스토피아의 결말을 딛고 일어선 김가온의 눈동자는 분명 닮아있었다. 진영의 안에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가 녹아들어 지금의 진영과 김가온이 완성될 수 있었다고, 진영은 이 드라마를 통해 온몸으로 말했다. 김가온의 캐릭터를 빌어서 정직하고 용감했던 청년들이 간혹 마주하곤 하는 쓰디쓴 실수의 경험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래의 성정을 버리지 말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애써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때는 직접 겪은 일들로, 어느 때는 간접적으로 어딘가에서 읽어서 체화한 경험으로.


BH 엔터테인먼트 제공

누구에게나 잠을 푹 자고, 좋은 책들을 늘 곁에 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삶은 이상적이다. 하지만 역시 누구에게나 그렇듯, 이상은 이상일 뿐이다. 대신에 진영은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하는 내내 쪼개 써서 만들어낸 잠깐의 이상적인 타이밍들을 이제 좀 더 효율적으로, 그리고 멋들어지게 활용하는 법을 알게 된 것만 같다. 싱글 ‘Dive’의 라이브 클립에서 진영은 김가온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편안한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이 어울리는 20대의 얼굴로 자유롭게 주어진 공간을 누비며 노래를 부른다. “멍청한 짓인 걸 알면서도 / 떨어진다 oh 난 아플 거란 걸 나도 / 잘 알면서도 dive.” 진영이 직접 쓴 이 가사는 언뜻 사랑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더 깊은 세상으로 듣는 이를 끌어당긴다. “바다가 되어갈 나의 세상을 꿈꾸며 받아들인다 / 수평선 넘어서 어딘가로 가.” 수평선을 넘어갈 준비가 된 박진영이란 사람은 속 넓게도 그만의 곧은, 또한 청명한 에너지를 함께 나눠 가지고서, 겁내지 말고 바다로 함께 가자고 말하는 것만 같다. 그 손을 잡고 싶어진다. 뛰어들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매우 높은 확률로, 몸과 마음이 건강한 법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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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아

전 웹진 IZE 취재팀장. 대중문화 및 대중음악 전문 저널리스트로, 각종 매거진, 네이버 VIBE, NOW 등에서 글을 쓰고 있다. KBS, TBS 등에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예능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했고, 아이돌 전문 기자로서 <아이돌 메이커(IDOL MAKER)>(미디어샘, 2017), <아이돌의 작업실(IDOL'S STUDIO)>(위즈덤하우스, 2018),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 방용국 포토 에세이>(위즈덤하우스, 2019),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우주북스, 2020) 등을 출간했다. 사람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