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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끝은 아니야, 마틸다(MATILDA) 해나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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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가 이번 도전을 통해 습득할 어떤 표현 방식의 변화는, 아마 꽤 오랜 시간 동안 그가 무대에서 어떤 배우로 기억될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어쨌든, 이또한 해피엔딩이기를. (2021.08.04)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캐릭터 포스터_CJ ENM 제공

“끝까지 끝은 아니야. 너무 걱정 마.” 걸그룹 마틸다의 리더였던 해나가 출연 중인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수명이 다해가는 헬퍼봇(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들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선택권을 갖는 순간에 관한 독특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재치 있는 장면 구성을 포함해 연출 면에서도, 소소하지만 그만큼 섬세하게 감정을 부각시킨 넘버 면에서도 훌륭한 이 작품은, 늘 대극장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뽐냈던 해나에게 있어 새로운 도전이었을 것이다. 보다 가까이에서 관객을 만나야 하고, 자신의 가장 큰 강점인 성량을 뽐내는 대신 소박한 일상의 이야기를 이야기하듯이 감정의 진폭을 물 흐르듯 전달해야 하는 나날들. 작은 무대 위에서 요즘의 해나는 구식 헬퍼봇 클레어가 되어 가끔씩 삐끗할지언정 꿋꿋하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해나는 그룹 마틸다, 그리고 그 이전에 키스&크라이라는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2014년부터 시작한 가수 생활은 두 개의 그룹 생활을 거치며 2019년 9월에 정식으로 끝이 났다. 방송 무대에 올랐지만 키스&크라이도, 마틸다도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마무리가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끝날 것만 같았던 해나의 이야기는 극적으로 다른 전개를 맞이한다. 데뷔 전에 출연했던 Mnet ‘슈퍼스타K 시즌 6’ 속의 보컬리스트 해나는 몇 번의 실패를 거쳐 드디어 자신의 실력을 알아봐 주는 사람들을 만나 MBC ‘복면가왕’에서 가왕의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마틸다의 해체 직전에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오디션에 참여해 합격했다. 루시 역을 맡은 그는 이미 뮤지컬계에서 유명한 윤공주, 아이비와 번갈아 가며 무대에 섰다. 이후 해나는 ‘보디가드’, ‘모차르트!’, ‘그레이트 코멧’ 등의 작품을 통해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어를 달고 쭉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끝이라 생각한 순간 항상 찾아왔던 시작, 그러니 포긴 말아.” ‘어쩌면 해피엔딩’의 클레어 솔로 넘버 ‘끝까지 끝은 아니야’의 가사는 마치 해나 자신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지난해 11월, 마틸다의 멤버들과 함께 “걸그룹 데뷔 4주년, 우리 해체했어요”라는 말이 또렷하게 새겨진 섬네일과 함께 올라온 그의 브이로그에는 함께한 멤버들에 대한 애정과 이미 ‘끝’을 맞이한 시간들을 아름답게 간직하려는 의지가 공존한다. 그리고 반 년이 조금 넘은 시간이 흐르고, 이제 그는 ‘어쩌면 해피엔딩’의 시츠프로브 현장에서 동료 배우들과 브이로그를 찍으며 새로운 사람들과 추억을 쌓고, 애정을 나눈다. 


뮤지컬 ‘모차르트!’ 캐릭터 포스터_EMK 뮤지컬컴퍼니 제공

포기하지 않고 계속 자신의 노래를 불러온 해나의 브이로그에서는 다른 연예인들의 브이로그와는 사뭇 다른 점이 눈에 띈다. 커버 영상을 제외하고, 해나는 유튜브 채널의 주인이자 카메라의 주인인 자신의 모습만을 부각하려 들지 않는다. 4주년 축하 파티를 하는 모습을 찍으면서도 멤버들의 표정과 목소리를 고루 담으려 노력했으며, 시츠프로브 현장에서도 원샷은 거의 없고 다른 배우들과 함께 노래 부르는 모습을 분할로 보여준다. 2014년부터 열심히 일하며 맛보았던 좌절의 순간, 그리고 재기의 기회를 얻었던 순간까지 다채로운 감정을 경험하며 해나가 자신의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을 가장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는 점이 그의 카메라 안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실패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해진 해피엔딩이다.

소극장 무대에서와 대극장 무대에서 뿜어내야 하는 에너지의 종류가 어떻게 다른지 셈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아직 서툴러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랑하려” 노력 중이고, ‘끝까지 끝은 아니야’라고 꿋꿋하게 말하며 버틴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 앞에서 기쁨과 슬픔, 그리고 좌절과 극복의 에너지를 모두 길어 올리는 클레어의 모습을 해나라는 사람과 분리해 바라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의 연기와 노래에서 클레어의 서사가 풍부하게 표현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공연장으로 향할 수 있다. 늘 감정을 큼지막하고 직관적인 성량의 힘으로 표현해내던 그가 이번 도전을 통해 습득할 어떤 표현 방식의 변화는, 아마 꽤 오랜 시간 동안 그가 무대에서 어떤 배우로 기억될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어쨌든, 이또한 해피엔딩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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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희아

전 웹진 IZE 취재팀장. 대중문화 및 대중음악 전문 저널리스트로, 각종 매거진, 네이버 VIBE, NOW 등에서 글을 쓰고 있다. KBS, TBS 등에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예능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했고, 아이돌 전문 기자로서 <아이돌 메이커(IDOL MAKER)>(미디어샘, 2017), <아이돌의 작업실(IDOL'S STUDIO)>(위즈덤하우스, 2018),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 방용국 포토 에세이>(위즈덤하우스, 2019),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우주북스, 2020) 등을 출간했다. 사람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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