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옆자리가 되어주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 『고양이 생활』, 게임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풀어주는 『나는 게임한다 고로 존재한다』, 여름에 ‘읽는 맛’이 깊어지는 소설집 『여름의 빌라』를 준비했습니다.
그냥의 선택
애슝 글그림 | 휴머니스트
이 책은 고양이와 함께 사는 생활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둘로 나눠서 ‘고양이와 사는 이야기’ 그리고 ‘생활 이야기’로 볼 수도 있습니다. 애슝이라는 작가, 이 한 사람을 직조하고 있는 씨실과 날실이 ‘고양이’와 ‘생활’이고, 그 두 개에 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에 실린 마지막 꼭지의 마지막 문장이 “나는 오늘도 나의 집에서 나의 고양이와 함께 삶에서 발견했던 이름 모를 정서들을 수집하고 기록합니다”인데요. 정확히 이 책을 말해주는 문장입니다.
읽는 사람에 따라서 ‘고양이’라는 단어에 다른 것을 대입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책 제목 풀네임이 ‘서로의 옆자리가 되어주는 고양이 생활’이거든요. 애슝 작가님한테는 나의 옆자리를 지키고 있는 존재가 고양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반려식물이 될 수도 있고 반려인이나 어떤 사물이 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애슝 작가님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공감하게 되는 지점들이 분명히 있으실 거예요. 애슝 작가님의 반려묘 이름이 뮤뮤인데요. 작가님이 프롤로그에 이렇게 쓰셨어요. “뮤뮤가 가진 털의 포근함과 따스한 체온은 사랑의 형태라는 것을 손으로 어루만지는 듯 했습니다. 사랑이 형태가 되어 내 앞에 나타났다면 그건 바로 뮤뮤일 거라고 그렇게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에필로그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사랑의 무게를 느끼고 어루만지고 향기를 맡을 때 우린 세상의 권위나 시간 그 어떤 값어치들로부터 방해받지 못합니다.” 이게 바로 우리가 애정하는 존재와 함께 사는 삶이 아닐까 싶어요. 사랑을 내가 직접 만지고 있는 듯한, 거기에서 위로를 받고 애정을 주고받는 그런 삶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는데요. 1인 가구, 여성, 창작자, 프리랜서로 살아가며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이 담겨있어요. 일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낯선 곳에 머물면서 나에게서 또 다른 자아가 싹 트는 느낌을 받았던 경험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단호박의 선택
이동은 저 | 자음과모음
이 책은 청소년 인문 시리즈답게 청소년을 대상으로 ‘게임이 어떻게 인문학적으로 풀어질 수 있는가’, 게임의 어떤 예시를 들면서 ‘인문학을 공부했던 어떤 철학자라든지 심리학자는 이런 식으로 게임을 봤다’라는 것을 가볍게 설명해 주는 인문 입문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처음에 나온 게 게임 중독 관한 건데요. 사실 정신분석학자들이 병으로 인지하고 있는 게임 중독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게임을 즐기고 더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걸 벗어나서, 대인관계에 엄청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정도예요. 게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다른 생활을 할 수 없는 심각한 상태가 최소 12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게임 중독이라고 합니다.
게임을 게임답게 만드는 요소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더라고요. 이거에 있어서는 하위징아의 놀이 이론이 유명하죠. 하위징아는 비일상성, 유희성, 자발성, 몰입성, 집단성, 역할 놀이가 있어야 된다고 놀이를 규정을 했어요. 배틀그라운드 같은 게임은 갑자기 헬기에서 주인공이 뛰어내려요. 그리고 외딴 섬에서 생존을 해야 돼요. 그건 우리의 일상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그 비일상성을 사람들이 인정을 하고 게임을 하는 거죠. 또 유희성이 있죠. 게임 안에서는 캐릭터가 죽잖아요. 그런데 그냥 즐겁게 ‘다시 살아나야지’ 하고 살아나요. 일상이었다면 죽음은 굉장히 큰 사건이 되죠. 그리고 죽음이 무섭기 때문에 어떤 도전을 하지 않게 되고요. 하지만 유희성이 가미가 되면 어떤 심각한 것들도 다 놀이가 되는 거예요. 그리고 자발성이 또 하나의 요소가 되고, 몰입성은 자발성을 전제로만 일어날 수 있어요. 집단성 같은 경우에는 MMORPG 같은 경우가 예시가 될 것 같아요. 길드가 생성이 되잖아요. 파티가 있고, 친구들끼리 같이 접속해서 같이 게임을 하고, 그 집단에 순위가 매겨지게 되죠. 하위징아가 이러한 게임의 특징을 ‘매직 서클’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설명을 했대요. 게임이 마치 마법진처럼 그 안에서만 비일상성이 전개되고 몰입과 자발성이 일어나는 특정한 시공간이 되는 거죠.
요새 사람들이 워낙 게임을 많이 하는데 게임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고 어떤 게임을 어떤 가치관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 사람들이 다 생각해 봐야 될 지점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들도 내가 왜 이 게임을 좋아하고 이 게임의 어떤 문제점이 있을지 한 번씩은 생각해봐야 될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 분들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톨콩(김하나)의 선택
백수린 저 | 문학동네
이 책은 작년 여름에 나왔거든요. 제가 책을 느리게 읽는 편인 데다가 일 때문에 읽어야 할 책들이 있다 보니, 이 책을 여름에 읽는 걸 놓쳤어요. 그래서 조금 더 시일이 지나고 나서 ‘이 책을 아껴놨다가 다음 여름에 읽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든 거죠. 그리고 올여름이 되어서 이 책을 다시 꺼냈는데요.
표지를 보시면 참 여름 느낌이죠. 여름은 풀숲이나 나무를 보면 너무 무성하고 너무 짙푸르기 때문에 그 생명력이 아주 진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또한 태양 빛이 너무 강렬하기 때문에 그 눈부심 속으로 반짝이는 빛 속으로 이 푸르름이 확 환해지는 느낌이 분명히 있잖아요. 그런 느낌을 표지에 너무너무 잘 담아낸 것 같아요. 이 표지 그림이 책 안에 있는 소설의 내용과도 너무 닿아 있어요. 어떤 강렬한 생의 한 순간, 그게 강렬한 한마디일 수도 있고 어떤 한 장면일 수도 있는데, 그것이 어떤 시간과 기억을 성큼 뛰어넘어서까지 계속해서 남아 있는 것이지만 그 사이에 시간과 기억이 있음으로 인해서 그 장면에 공간감이 두껍게 생겼을 때 그것을 회상할 때의 느낌은 이 표지의 느낌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느낌을 첫 번째 단편의 제목이 잘 담아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간의 궤적」이거든요. 책에 있는 여덟 편의 단편의 어떤 느낌을 꿰어낼 수 있는 말 같아요.
표제작 「여름의 빌라」라는 단편은 이 단편집 중에서는 가장 건조한 축에 속한다고 말할 수도 있어요. 아주 서정적이라거나 그렇지는 않은 단편인데, 그 제목이 갖고 있는 울림은 너무나 이 책에 걸맞다고 생각을 합니다. 「여름의 빌라」는 동남아시아의 어떤 곳을 중심으로 독일에서의 사람들과 한국에서의 사람들이 거기에서 만나면서 여러 가지가 부딪히는 것을 다루고 있는데요. 그 부딪침을 쌓아내는 것도 너무 아름답고 성숙한 시각이어서 읽으면서도 참 너무 좋았어요.
저는 한 편 한 편을 너무너무 즐겁게, 그 여운을 충분히 느끼면서 읽었는데요. 그렇게 막 슬프거나 너무 아픈 장면을 그리거나 하는 게 아닌데도, 매 단편마다 이상하게 눈물짓게 되는 포인트가 있어요. 그것은 그냥 한마디의 말이기도 하고 어떤 무심상한 묘사이기도 한데, 그런 장면들이 다 있고 남는 여운이 아주 길어요. 그래서 한 편을 읽고 조금 쉬고, 또 한 편을 읽고 수박을 먹고, 또 한 편을 읽고 낮잠을 자고, 이런 식으로 여름의 몇 나절 며칠간을 보내신다면 이 계절에 정말 아름다운 기억 하나를 함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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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