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영 “아름다운 SF를 쓰고 싶다”
SF에서 제시하는 미래상은 무척 밝을 수도 있고 무척 어두울 수 있습니다. 디스토피아 세계일지라도, 따듯한 마음을 잃지 않는 아름다운 미래를 언제든 선택할 수 있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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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따듯하고 감성적인 SF문학이 있을까. SF소설 『검은 햇빛』은 흑백의 세상에서 아름다운 색깔을 노래하는 이야기이다. 흑백의 디스토피아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은 다채롭고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흑백 세상 속 아름다운 아이들은 마치 코로나 시대라는 디스토피아를 살고 있는 우리를 위로하는 듯하다.



『검은 햇빛』은 SF문학이면서도 감성적인 문장이 많았습니다. 흑백의 세계라는 소재가 참신한데요, 작가님께서 24살 때 <검은 햇빛>을 집필하셨는데, 어떻게 흑백의 세계라는 컨셉을 떠올렸나요?

24살의 저는 매우 고독한 삶을 살았습니다. 꿈과 희망없이 생존에 대해 걱정하며 지냈습니다. 그 날따라 퇴근길에서 바라본 장마철 회색빛 하늘이 참으로 우중충해 보였습니다. 이때 갑자기 한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어느 날, 세상의 해가 갑자기 검게 변했다.’

검은 햇빛은 이렇게 한 문장으로 시작했습니다. 제 머릿속의 흑백의 세계 속에서 한 남자아이가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저는 그 세계의 창조주로서 그 남자아이가 사랑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문득 흑백의 세계 속에서 살고 있는 남자아이가 진심으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지요. 저는 최대한 회색빛 세계를 좋게 바라봤고, 회색이 아름다운 색깔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생각을 조금 다르게 한 것이지만, 제 삶을 좋게 바라볼 수 있었던 큰 변화였기도 합니다.

지금 아이돌 음악을 들으며 지내고 있고,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를 좋아합니다. 사람 목소리를 색깔에 비유하면, 아이돌 음악은 여러 명이기에 음색이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것이 듣기 좋았습니다. 



『검은 햇빛』은 색채묘사가 굉장히 생생했습니다. 작가님께서 시각장애인에게도 책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셨는데, 시각장애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를 알고 싶습니다.

오래전부터 저에게 시각장애인 지인분이 여럿 계셨습니다. 덕분에 안내견하고 친해졌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여전히 시각장애인이 낯설었지만, 다행히 그 생각은 나중에 달라졌습니다. 『검은 햇빛』에서 맹인 아이가 성인 어른을 어두운 광산 속에서 이끌어 주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실제로 저는 시각장애인 분과 손을 꼭 잡고 어둠 속을 걸어 본 적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그 분이 어둠 속에서 길을 잘 찾으시는 걸까 신기했습니다. 그 분 덕분에 어둠이 전혀 무섭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저는 다시 빛을 볼 수 있었지만, 저와 달리 그 분께서 앞으로도 계속 이런 어둠을 바라볼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충사」에서 앞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대사가 나옵니다. 눈을 감으면 우리는 여전히 눈꺼풀의 뒤를 볼 수 있지만, 앞을 전혀 못보는 사람은 눈을 감은 상태에서 한 번 더 눈을 감은 것이라고 묘사합니다. 

제가 문학이라는 길에 들어서니, 저는 시각장애인의 삶을 배제하지 않고 싶었고, 독서장애인에게 문학에서 배척되는 기분을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검은 햇빛』이 국립장애인도서관으로 기증됐으니 곧 시각장애인 분들도 색깔에 대한 이야기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장애인용 전자책은  2021년 3월에 나올 예정입니다. )

아이들의 이름이 색깔의 명칭과 동일한데, 작가님께서 이름을 세심히 지으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검은 햇빛』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자신의 눈동자 색깔과 관련이 많습니다. 녹색 눈동자 아이의 이름은 ‘올리브’라고 지었고, 회색 눈동자 아이의 이름은 ‘애시’라고 지었습니다. 맹인아이의 경우 눈을 의미하는 독일어 ‘아우겐[Augen]’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파란 행성에서 온 위고 일행이 타고 오는 우주선의 이름은 <뉴턴> 입니다. 뉴턴은 태양의 백색광에 색깔이 있다고 증명해낸 과학자입니다. 원래 이름을 즉흥적으로 짓는 편인데, 여러 출판사의 피드백을 거치면서 작명센스를 개선했습니다.

 

< Isaac Newton 1642-1727 > 뉴턴은 1665~1666년 실험을 통해 빛이 단색광이 아니라 혼합광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작가님께서 색깔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신 것 같습니다. 문득 작가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 궁금합니다.

2021년 현재, 저는 올해의 팬톤컬러 얼티밋 그레이와 일루미네이팅을 좋아하고 있습니다. 회색의 종류만 해도 다양한데, 그 중 얼티밋 그레이가 참으로 우아하고 아름다웠습니다. 회색은 제 삶의 색깔이기도 하고, 오늘의 기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회색은 모든 이들의 미래의 색깔이기도 합니다. 미래를 제대로 바라본다면 노년의 은빛머리의 자신이 보이겠죠. (웃음) 회색은 중립의 색깔이기도 합니다. 회색을 긍정적으로 생각할지 부정적으로 생각할지에 대해 자신의 선택에 달린 것 같기도 합니다. 흑백의 세상을 살고 있던 주인공 시안에게 자신의 살고 있는 회색빛 세계에 대하여 심경의 변화가 있던 것처럼요.


출처: 팬톤 PANTONE 17-5104 Ultimate Gray PANTONE 13-0647 Illuminating 

최근 작가님께서 『검은 햇빛』의 오디오북을 낭독하신 남도형과 허예은 성우님께 입덕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성우님의 목소리가 『검은 햇빛』의 등장인물과 일치하셨나 봅니다.

처음에 남도형, 허예은 성우님의 목소리 샘플을 들었을 때, 레이디버그의 ‘블랙캣’과 명탐정 코난을 포함하여 성우님들의 목소리 샘플 3-5개가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다만, 『검은 햇빛』의 오디오북 실제 녹음 현장에서 성우님 두 분께서 각 캐릭터의 성격에 맞게 목소리 연기를 자유자재로 펼치셨습니다. 두 분의 성대가 프리즘 그 자체로 목소리가 다채로웠습니다.

오디오북에서 남도형 성우님은 8명의 남성캐릭터를 연기했고, 허예은 성우님은 주인공 남자아이 목소리와 그 외 여성 캐릭터를 했습니다. 눈앞에서 두 분이 목소리 연기하는 것을 들었을 때, 『검은 햇빛』의 아이들이 정말 살아 움직여서 말하는 것 같았고, 마치 눈 감고 애니메이션을 듣는 것 같았습니다. 허예은 성우님께서 남자아이 연기가 매우 능숙하셨고, 나레이션을 맡은 남도형 성우님은 발음을 전혀 틀리지 않으셔서 오디오북 녹음을 빨리 끝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위고와 시안의 목소리가 실재감이 느껴졌습니다.



『검은 햇빛』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매력적입니다. 저는 ‘시직’이라는 인물이 싸늘하지만 참 멋있던 것 같습니다. 혹시 작가님의 이상형이 아닌 걸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작가님께서 『검은 햇빛』에서 가장 애정하시는 인물을 알고 싶습니다.

누구도 그와의 데이트는 거부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하. 사실 시직을 좋아하는 남성독자가 많아서 신기했습니다. 인물을 색깔에 비유하면 『검은 햇빛』에서 시직이 제일 회색인 것 같습니다. 그는 어떠한 상황에서 냉정함과 차분함을 유지하면서도, 누군가에게 따듯한 말을 건넬 줄 아는 인물입니다. 그런 점에서 독자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즘 애정이 가는 인물이 맹인 아이 아우겐입니다. 터무니없는 꿈을 자주 꾼다는 이유인데요, 제가 어른이 되니까 행복한 꿈을 잘 꾸지 않게 됐는데, 지금이라도 아우겐처럼, 꿈을 이루지 않아도 매일 행복한 상상을 하려고 합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제 책을 읽는 행복한 상상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독자에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검은 햇빛』의 아이들을 따듯하게 바라봐주시면 좋겠습니다. 한 도서관에 『검은 햇빛』이 청소년 추천도서로 선정된 것이 참 신기했습니다. 제 삶은 청소년에게 모범이 되기에 회색빛이지만, 모든 분께서 『검은 햇빛』이 따듯하고 밝은 소설이라고 하시니 참 다행이라고 안심했습니다. SF소설 『검은 햇빛』의 메세지기도 하지만, 부디 여러분에게 아름다운 것이 많아지고, 마음속에 그 아름다움을 소중히 여기고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당신의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많이 전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대들의 삶에 다채로운 빛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검은 햇빛』191쪽


(사진출처=unsplash)


『검은 햇빛』 오디오클립 바로가기



*백은영

SF 소설가, 5개 국어로 편지를 쓰고 읽는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장편소설 『검은 햇빛』 이 있다.



검은 햇빛
검은 햇빛
백은영 저
길베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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