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TV 이후 민음사는 2030들에게 가장 ‘힙’한 출판사가 됐다. 어떤 코너에나 ‘병맛’ 뿌리기를 즐기는 민음사TV지만, 그 방면에서 으뜸은 누가 뭐래도 <말줄임표>다. 5년 차 편집자 둘이 이끌어가는 이 코너의 콘셉트는 종잡을 수 없다. 어떤 날에는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먹방이고(『해리 포터』 속 버터맥주처럼 기이할수록 좋다), 어떤 날에는 개정 교과서를 읽는 논-전격 교육방송이다. 때로는 민음사와 눈곱만큼도 어울리지 않는 ‘아이돌 3세대 팬픽’만으로 방송 분량을 꽉 채우기도 한다. 그 어떤 주제라도 <말줄임표>는 흔들림 없이 주뼛대고, 숨 쉴 틈 없이 까르륵까르륵 넘어간다. 첫 영상이 유튜브에 오른 2019년 5월로부터 1년 반이 지났고, 최고 인기 영상의 조회수는 10만 명에 육박한다.
다행히 진행자 1과 2는 유쾌하되 겸손하며 어수룩하다. 진행자1의 이름은 김화진, 1992년생이다. 민음사 한국문학팀에서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를 편집하며, 올해 가장 기뻤던 일은 강진아 작가의 『오늘의 엄마』를 펴낸 것이다. <말줄임표>에서 종종 ‘MC 정어리’로 불리는 진행자2 정기현에게 2020년은 ‘브런치 북 프로젝트를 맡아 만화 에세이 『동생이 생기는 기분』을 출간한 해’다. <말줄임표>에서 자신들의 역할에 대해 두 사람의 의견은 일치한다. “에휴, 저희는 허수아비예요. 콘텐츠기획팀 두 분과 PD님들이 깔아놓은 무대에서 재잘거리는 거죠.” 머뭇거리던 정기현이 김화진의 말에 살을 보탠다. “저희가 하는 일은 회의에 참석하고, 정해진 주제에 맞는 책을 고르는 것 정도예요. 부담도 되지만 즐거워요.” 나머지는 현장 분위기에 맡긴다. 스태프들이 웃으면 안심하고, 웃지 않으면 둘이 힘을 합쳐 어떻게든 헤쳐나간다.
얻은 것은 편집자 김화진, 편집자 정기현일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기현은 말한다. “누군가의 취향을 넓히는 편집자가 되고 싶어요. 독서는 능동성이 필요한 일인데, 정체돼 있을 때 좋아하고 싶은 책이 나타나주면 다시 힘이 나잖아요.” 김화진은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사소한 이야기로 치부되지 않기를 바라서” 편집자가 됐다. “지금은 보편적 장면이 됐지만, 제가 대학생 때만 해도 여성 작가의 지위가 지금과는 달랐던 것 같아요.” 지난 6월 진짜 최종편을 끝으로 <말줄임표> 시즌1은 막을 내렸다. 시즌2는 전 시즌과는 다른 모양새를 띠게 된다. 두 사람이 함께 에세이 시리즈를 만들며 고군분투하는 전 과정이 담기고, 시즌2가 끝나는 날 시리즈를 채울 첫 두 권이 출간된다. 살짝 귀띔하자면 저자는 젊은 여성 시인 문보영, 강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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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문일완
sha0603
2020.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