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의 쓸모』 는 크고 작은 마음의 혼란과 진통을 안고 사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심리이론을 체계적이면서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심리학 입문서다. 우리는 늘 직장 상사, 동료, 친구, 연인, 가족의 눈치를 살피고 그들의 감정 변화를 신경 쓰며 지내왔지만, 정작 ‘나’ 자신의 감정 상태에 대해서는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불안, 걱정, 두려움 등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스스로의 마음을 살피고, 온전히 ‘나’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그 탐구의 길 위에서 심리학이 안내자의 역할을 해줄 것이다.
반갑습니다. 독자분들께 작가님의 간단한 소개와, 어떻게 ‘심리학’을 주제로 책을 쓰게 되셨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마음의 ‘안녕’을 위해 상담심리를 공부하고 있는 이경민입니다. 심리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흥미롭게 생각하는 분야입니다. 그렇지만 막상 학문적으로 심리학을 바라보게 되면 결코 쉽고 간단하지만은 않지요. 발달심리학, 성격심리학, 사회심리학, 정서심리학, 임상심리학, 상담심리학, 긍정심리학 등 매우 방대합니다. 심리학을 전공으로 배우지 않았다면 다양한 이론들을 배우기가 어렵고, 전공생들의 경우에도 모든 부분을 체계적으로 기억하는 게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심리이론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어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책 제목부터 참 흥미롭습니다. ‘심리학’과 ‘쓸모’가 과연 결부되는 단어일까 싶은 독자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학교에서 교양과목으로 심리학 관련 강의를 듣기도 하지요. 요즘엔 초등학생들도 심리학 책을 많이 읽습니다. 하지만 학문적으로만 접근하면 실생활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는 일상에서 마음의 어려움을 느낄 때 심리이론들을 통해 위로를 받고 치유되는 경험을 겪었습니다. ‘나만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이 아니구나.’ ‘사람의 보편적인 생각일 수 있구나.’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면서 좀 더 깊게 심리학을 탐구하고 싶어졌습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심리이론을 찾아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다면, 즉 심리이론을 통해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면 저는 심리학이 ‘쓸모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학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돌보기 위해 필요한 쓸모 있는 학문으로 심리학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이력이 참 독특합니다. 여러 광고대행사를 거쳐 샤넬 홍보부에서 일하셨고, 한동안 전업주부의 삶도 사셨다고요. 상담심리를 공부하시게 된 계기를 자세히 이야기해주시겠어요.
네. 남편이 해외로 가게 되어서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지요. 한국에 돌아와서 경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두 아이를 다른 사람한테 부탁하기가 어려웠어요.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면, 학교에 입학하면, 어느 정도 자라면 복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에는 요즘 말로 ‘현타’가 왔습니다. 아이들 입시를 마칠 때까지, 아니 영원히 이전에 일했던 분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어요. 막연히 그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배신당한 기분이었죠. 그러다 ‘할 수 없는 쪽만 바라보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분야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으면 어떨까?’ 하는 새로운 희망을 찾게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복귀해도 곧 은퇴를 준비해야 할 시기가 올 테니, 나이가 들어도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야를 찾다가 상담심리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심리학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탐구할 수 있고,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구체적인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마음속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그 이유를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어요. 제 경우를 인본주의 심리학에 적용해보자면 심리적 어려움은 ‘조건적 긍정적 존중’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분들이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시지요. 어머니들 또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아이들이 등교를 하지 않으니 이것저것 마찰이 생기게 마련이고 어서 빨리 학교에 돌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엄마가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 이기적인 생각을 해도 되나?’ 죄책감을 느끼곤 합니다. 엄마는 자식을 위해 희생해야 하고,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아야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조건적 긍정적 존중에 해당합니다.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해서, 힘든 걸 힘들다고 말한다고 해서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변하는 게 아닌데 ‘나’ 스스로를 이런 잣대로 판단했던 것입니다.
책의 목차를 보니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심리이론을 소개하려는 노력이 엿보입니다. 책에 담지 못한 선생님만의 마음 관리법이 있을까요? 그리고 책에 나온 심리이론 중 가장 애착이 가는 부분이 있을까요?
저는 매일 마음챙김의 일환으로 ‘요가’를 합니다. 2년이 채 되지 않았으니 아직 초보자라 할 수 있지만, 요가를 하는 시간 동안은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습니다. 다른 생각이 들면 어김없이 동작을 실수하고 중심이 흐트러지거든요. 매트 하나와 강의 동영상만 있으면 얼마든지 혼자 따라할 수 있으니 요즘 같은 때에도 계속 이어갈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최근 심리학에서는 생활 속에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들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긍정심리학의 관점에 마음이 가고, 일상에서 적용 가능한 ‘마음챙김’의 다양한 방식도 애착이 갑니다.
최근에는 시선이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심리상담에 거부감을 느끼거나 필요성을 확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러한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맞아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상담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심리상담을 받는다고 하면 문제가 있어서 불려간다고 생각을 하더라고요. 어른들도 아직까지 심리상담에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고요. 만약에 주변에 자신의 어려움을 털어놓을 상대가 있고, 그로 인해 어려운 마음이 해결된다면 상담을 받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하지만 주변에 어려움을 공유할 대상이 없거나, 있어도 잘 해소가 되지 않는다면 전문적인 상담을 받기를 권합니다. 상담자마다 개인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수련의 과정을 거친 대부분의 상담자들은 공감과 경청의 자세로 다양한 기법을 통해 내담자가 자신의 호소문제를 개선할 수 있게 안내합니다. 그 방법을 가르쳐주지도, 강요하지도 않지만 그 과정을 묵묵히 함께 하는 조력자와 같지요. 또한 극단적인 위험 상황을 제외하고는 모든 상담 내용과 과정은 상담자 윤리에 따라 외부에 공개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삶의 여정을 종종 항해에 비유하곤 합니다. 저 역시 우리의 마음은 거친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날씨를 통제할 수 없듯이 마음에 영향을 주는 외부요인도 우리가 통제할 수 없습니다. 안전한 항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배를 튼튼하게 정비하는 것입니다. 즉 우리의 마음을 살펴보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배의 구조와 기능을 알아야 온전히 정비할 수 있듯이, 우리도 마음을 잘 헤아리기 위해 심리이론을 공부해야 합니다. 학문적인 부분에 머무르지 않고, 진정으로 심리학을 우리의 삶에 쓸모 있게 적용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그 여정에 『심리학의 쓸모』가 도움이 되기를, 내일은 오늘보다 안녕한 하루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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