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오은): 사실 저는 반올림 3주년이에요. 두 분에게 3주년은 어떤 느낌인지 묻고 싶어요.
캘리: 이번 회차 대본을 준비하는데 계속 새삼스럽더라고요. ‘벌써 3년이라니, 어떻게 3년이나 했지?’ 이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매주 쉼 없이 이렇게 해온 것,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프랑소와 엄: 3년 동안 스튜디오를 세 번 옮겼죠. 예스24 중고서점 홍대점이 있을 때 2층에 스튜디오를 꾸렸다가 3층으로 올라갔고, 그러다 지금은 여의도 예스24 본사에 스튜디오가 마련됐어요. 어쨌든 시작할 때부터 자체 스튜디오를 가진 상태에서 했다는 것도 특별한 것 같아요. 3년 동안 한 주도 빠짐 없이 녹음을 진행하고, 편집했다는 게 놀랍고 기억에 남네요. 힘든 일이 아무리 많아도 녹음할 때는 늘 건강해지는 느낌이었어요.
불현듯(오은): 이 시간은 정말 마음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친한 친구끼리 속 깊은 이야기도 하고, 지금의 고민도 털어놓으면서 진행하는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프랑소와 엄: 특별히 저희의 팬이신 ‘광부님들’께 이 영광을 돌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불현듯(오은): 3주년을 맞이해 특별히 청취자 설문조사를 진행했어요. 많은 분들께서 애정 넘치는 답변을 해주셨다고 해요. 오늘은 그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먼저 ‘<책읽아웃>의 이런 점 좋았다!’에 관한 답변 내용을 소개할게요. <책읽아웃>에 빠지게 된 순간을 모아봤는데요. ‘한 책을 아주 깊이 다뤄서 좋아요’, ‘옹기종기 작가소개 매번 감동입니다’, ‘슬쩍 슬쩍 치고 나오는 공감 가는 멘트들!’, ‘다정한 댓글 소개. 청취자들과 운영자들이 함께 이야기 나누는 기분이 들어요’, ‘너무너무 씩씩하고 다정해요. 처음엔 <삼천포책방>의 재기발랄함에 빠졌지만 어느 순간 <어떤,책임>의 다정함에 완전히 녹아 내렸어요’ 같은 답변이 있었어요.
프랑소와 엄: 또 김규진 작가님 편(142-1회)이 좋았다는 분도 계셨어요. <책읽아웃>이 소수자 분들까지 챙긴다는 것을, 그만큼 사려 깊은 방송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고요.
불현듯(오은): 김규진 작가님 또 너무 밝고 좋은 에너지를 많이 심어주고 가셨잖아요.
프랑소와 엄: 녹음할 때 햄버거를 들고 오셨는데(웃음) 그 프리함, 정말 좋았어요. 또, 박연준 시인님(35-1회)과 김애란 작가님(96-1회) 편이 정말 좋았다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목소리는 꽃잎처럼 살랑살랑하고 색이 아름다운데 아무리 거센 바람이 불어도 꺾이지 않을 만큼 깊게 뿌리내린 작가님들의 소신을 엿볼 수 있는 방송이었습니다. 여러 번 들은 방송들입니다’라고 답하신 분이 있었어요. 저희를 대신해서 영업을 해주셨네요.
불현듯(오은): 두 작가님 모두 산문집으로 출연하셨잖아요. 그 책에 정말 가을바람 같은 살랑살랑함이 있는 것 같네요.
프랑소와 엄: 박연준 시인님은 <김하나의 측면돌파>에, 김애란 작가님은 <오은의 옹기종기>에 출연하셨는데요. 이 두 편 정말 가을과 겨울에 잘 어울리니까 안 들으신 분들은 꼭 검색해서 들어보세요. 그리고 조남주 작가님 편(88-1회) 이야기도 많았어요. ‘작가님이 책의 문단을 읽어주셨을 때 이런 게 사는 슬픔이구나 하고 크게 와 닿았아요. 『사하맨션』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 되었고요’라고 하신 분이 있었어요.
불현듯(오은): 작품도 워낙 좋아했지만 출연해주셨을 때 조남주라는 사람에게 빠지게 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도 참 좋았던 기억이에요.
캘리: 게다가 『사하맨션』 출간 당시 다른 인터뷰나 책 홍보는 안 하시고 저희 <책읽아웃>에만 출연하신 거잖아요. 섭외력 최고인 프랑소와 엄님께도 영광을 돌립니다.(웃음) 이런 후기도 정말 좋았는데요. ‘불현듯님이 골목을 걷는데 피자 내음이 너무 좋았던 가게를 지나쳤다고 하셨던가요. 그 이야기를 하면서 프엄님, 캘리님까지 세 분이 언젠가 피자를 같이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얘기를 나누셨던 초반의 옹기종기 에피소드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방송 회차를 생각해보면 격주로 만나는 분들일 텐데 서로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시려고 하는 듯 하면서도 동료로서 가까워지는 마음이 전해졌던 순간이었어요. 세 분이 끌어주고, 격려해주고, 필요한 말들을 서로 나누시는 걸 청취자로서 듣는 게 너무 좋습니다’라고 하셨어요.
프랑소와 엄: 와, 이 분과 같이 피자를 먹고 싶네요.
불현듯(오은): 프랑소와 엄님의 『민들레는 민들레』 소개와 불현듯님과 캘리님을 위한 자작시를 듣고 정말 좋았다는 분도 계셨는데요. 어떤 분은 그 방송 들으면서 너무 줄줄 울었다면서 ‘저는 저예요!’라고 남겨주셨어요. 저도 그 방송 정말 좋았어요. 오죽하면 작년에 상을 하나 받았는데 수상 소감에서 『민들레는 민들레』를 인용했겠어요. 이번에는 <오은의 옹기종기> 인생 회차를 3위부터 소개할게요. 공동 3위가 많아요. 김달님(114-1회), 루시드폴(118-1회), 김지용(152-1회), 장강명(34-1회), 조남주(88-1회), 김애란(96-1회), 박서련(108-1회), 손보미(110-1회), 김지경(140-1회), 김규진(142-1회), 김하나(144-1회) 작가님입니다.
프랑소와 엄: 저희 청취자 분들이 사랑이 많으신 것 같아요. 표를 두루두루 나눠주신 게 아닌가 싶네요.
불현듯(오은): 2위는! 김혜순 시인님(98-1회)입니다. 정말 고민 많이 하시고 나와주셨는데요. 그날 녹음 덕분에 저는 김혜순 시인님과 한 발 더 가까워진 느낌이에요. 그 뒤에는 좀 더 편하게 선생님을 마주하고, 얘기할 수 있게 되었어요.
캘리: 진짜 오은 시인님 덕분이에요. 심지어 어느 청취자 분께서는 김혜순 시인님 편 녹취록을 작은 책자로 직접 만드셔서 저희에게 보내주시기도 했어요. 보면 깨알같이 각주도 달려 있고요. 정말 꼼꼼하게 정리해서 만드셨더라고요. 그걸 오은 시인님께서 김혜순 시인님께 언젠가 전달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반응이실지 너무 궁금하네요.
불현듯(오은): 대망의 1위는, 정혜윤 피디님 편(134-1회)입니다. 정혜윤 피디님은 예상치 못한 답변도 많이 남기고 가셨던 것 같아요. 때문에 듣는 사람들이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다가 갑자기 푹 솟아서 하늘 위도 맛보고, 바닷속 깊이도 들어가서 새로운 느낌도 느끼게 해주지 않았나 생각해요. 이어서 <어떤,책임> 인생 회차도 소개를 해드릴게요. ‘코로나 블루를 이길 수 있는 책(152-2회)’, ‘우리를 설레게 한 그림책(52-2회)’, ‘다독임 필요한 친구에게 권하는 책(130-2회)’, ‘일상탈출에는 이 책(136-2회)’, ‘주말 아침 눈 뜨자마자 읽으면 좋을 책(148-2회)’, ‘샤워 후 마시는 맥주 한 모금 같은 책(156-2회)’. ‘<어떤,책임>의 다정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권하는 책(78-2회)’ 등입니다.
프랑소와 엄: 이런 주제로 방송하는 2020년대의 프로그램이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예요. 작은 것에 집중하는 우리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창한 것보다는 일상적인 것에 저희가 관심이 많잖아요. 야망가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까요.(웃음)
캘리: <어떤,책임> 한 번 들어봐야겠다,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 주제를 먼저 골라서 들어보셔도 좋겠네요.
불현듯(오은): 자, 이제 청취자 분들께서 보내주신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져볼게요. ‘가장 기분 좋은 반응은?’이라는 질문입니다. 프랑소와 엄님은 어떠세요?
프랑소와 엄: 워낙 많은데요. 책을 안 읽었다가 읽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좋고요. <책읽아웃> 때문에 예스24에서 책을 산다는 반응이 좋아요. 그런 의도만을 갖고 방송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요. 그런 후기를 보면 정말 우리를 응원해주시는구나, 우리가 계속 되기를 원하는구나, 알겠더라고요.
캘리: 몰랐던 작가님이었는데 <책읽아웃>을 듣고 빠졌다는 반응이 좋아요. 그건 정말로 <책읽아웃>이 진입하는 문이 된 거잖아요. 약간 상상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우리가 누구를 좋아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방송을 그냥 듣고, 좋아하게 됐다는 게 놀랍고 신기한 일 같아요.
불현듯(오은): 저는 문 속의 문을 떠올렸어요. 내가 잘 알고 있는 작가인데 더 새로운 것을 알게 됐다는 후기도 있었잖아요. 문을 열어서 누군가를 만났는데 문이 하나 더 보여서 열었더니 새로운 게 보였다는 거죠. <책읽아웃>이 대화를 하는 팟캐스트다 보니 대화 속에서 몰랐던 작가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고, 몰랐던 작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는 말이 참 좋았어요.
프랑소와 엄: 오은 작가님 본인이 느끼신 가장 합이 좋았던 대화상대는 누구인가요, 라는 질문도 있네요.
불현듯(오은): 예상치 않았기 때문에 합이 더 좋게 느껴진 게스트가 있었습니다. 손보미 작가님이에요. 이야기를 하는데 계속 “나도 그런데?”, “정말?” 하면서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프랑소와 엄: 다시 초대하고 싶은 출연자는 누구인가요, 라는 질문도 있었는데요. 저희가 동시에 답을 해보면 어떨까요?
불현듯(오은): 김애란.
프랑소와 엄: 조남주.
캘리: 박서련.
불현듯(오은): 세 명 다 여성 소설가네요!
프랑소와 엄: 어떤 느낌인지 알겠네요. 세 편 다 진짜 좋았죠. 세 작가님의 공통점도 약간 느껴지는 것 같은데요. 그러면서도 각기 다른 개성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캘리: 프랑소와 엄님께 드려야 할 질문인데요. 게스트 선정할 때 사심이 들어가는지 궁금해요. 개인적으로 팬이어서 덕심으로 모셔온다거나 하는 분이 있나요, 라고 물으셨어요.
프랑소와 엄: 먼저 제안 드린 건 아니지만 제안이 왔을 때 제가 되게 좋아하는 분이나 좋은 분이라고 알고 있는 분이면 강도 있게 섭외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죠. 그런데 제가 특별히 관심이 없더라도 독자 분들이 관심 있어 할 만한 분이라면 배제하진 않아요. 다만 출연해주신 게스트 분들 중에 제가 싫어하거나 안 모시고 싶은데 억지로 모셨던 분은 진짜 없었어요.
불현듯(오은): 방송과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연락하시는지, 그리고 개인적인 이야기하실 때 책읽아웃 광부들 이야기도 하시는지 궁금하다는 질문도 있었어요.
프랑소와 엄: 완전 많이 하죠! 저희 대화의 50%는 광부님들의 리뷰, 댓글이죠. 후기를 캡쳐해서 서로 누가 먼저 공유하는지 시합하잖아요.(웃음)
불현듯(오은): 제일 러브콜 많이 보낸 작가님은 누구인지와 아직까진 섭외하지 못했지만 반드시 섭외하고야 말겠다 하는 작가님은 누구인가요, 라는 질문에도 프랑소와 엄님이 답변해주세요.
프랑소와 엄: 한 분이 있었는데 며칠 전에 섭외했습니다. 누군지 궁금하시죠, 여러분?(웃음) 연말 특집으로 준비하고 있으니까 기대해주세요. 그렇지만 제일 러브콜을 많이 보냈던 작가님은 역시 김혜순 시인님이었던 것 같고요. 그때 오은 시인님이 개별적으로도 섭외 요청을 해주셔서 성사가 됐던 거예요. 그나저나 저희는 워낙 섭외가 잘됩니다. (웃음)
불현듯(오은): 기억에 남는 책읽아웃의 순간들 질문도 있었어요. 하나씩 얘기해볼까요? 저부터 얘기하면 작년 보안여관에서 진행한 ‘<책읽아웃> 모꼬지’ 행사예요. 그날의 여운이 며칠을 갔던 기억이에요. 또 <오은의 옹기종기> 첫 녹음 때 게스트로 김민정 시인님(26-1회)이 나와주셨잖아요. 김민정 시인님이 아니었다면 첫 단추를 잘 꿸 수 있었을지 모르겠어요. 정말 감사했어요.
캘리: 올해 김신회 작가님(146회)과 예스24 중고서점 대구 반월당점으로 공개방송을 갔던 것도 기억이 나요. 작가님도 정말 편하게 해주셨고요. 자주 기억이 났어요.
프랑소와 엄: 박준 시인님(48회)과 김해로 공개방송을 갔던 것이요. 비가 왔고, 저희가 그렇게 인기가 많지는 않을 때였는데요. 박준 시인님도 바쁘고, 직장도 다니시느라 힘드실 텐데 김해까지 흔쾌히 함께 가주신 것도 참 감사했어요. 그보다 더 기억에 남는 건 청취자 ‘윤쏘’ 님께서 그날 저희에게 케이크를 선물해주신 거예요. <책읽아웃>을 하면서 받은 첫 번째 선물로 기억을 하거든요. 그래선지 제게 ‘윤쏘’ 님이 엄청 특별해요.
캘리: 맞아요, 저희가 청취자의 존재를 처음으로 각인한 날이었던 것 같아요. 게다가 ‘<책읽아웃> 모꼬지 행사’ 때 ‘윤쏘’ 님이 하신 말씀도 있잖아요. <책읽아웃> 오래 가야 하니까 건강하시고, 사고 치지 마시라고요.(웃음) 그 말을 아주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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