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직장인들 사이에서 퇴사 열풍이 한바탕 불었다. 퇴사가 곧 나를 위한 위로고 힐링이라는 이 신드롬은 직장인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회사 생활에 목메지 말라고’ ‘일이 아닌 너의 꿈을 찾으라고’ 이런 질문의 홍수 속에 많은 직장인이 회사를 떠나서 여행하고, 쉬기도 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근데 정말로 회사생활은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일 수밖에 없을까? 그리고 회사를 떠나는 것만이 꿈을 찾는 유일한 방법일까?
다양한 필드에서 경험을 쌓고 있는 15년 차 마케터인 '롸이팅 브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현실적이고 솔직하게 담아 『진지하게 회사 빼고 다 재미있습니다만』 를 출간했다.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도 나만의 방식과 템포로 즐겁게 꿈을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저자의 경험이 답답한 현실과 막막한 미래로 고민이 많은 직장인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먼저, 제목부터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네요. 『진지하게 회사 빼고 다 재미있습니다만』라는 제목에 많은 직장인이 공감할 것 같습니다. 어떤 이유로 제목을 이렇게 정했을까요?
원고를 쓰기 전에 주제와 내용에 맞는 제목부터 고민하는데요. 제목만으로도 독자가 공감할 힘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제가 회사 밖에서 하는 많은 프로젝트를 통해 느꼈던 재미와 경험을 직관적으로 제목에 담으려고 했습니다. 『진지하게 회사 빼고 다 재미있습니다만』는 원래 부제였습니다. 처음 원고를 쓸 때 염두에 두었던 독자가 이제 막 마흔 살이 된 또래인 1981년생들이어서, 제목에 ‘마흔 살’ ‘1981년생’ 같은 구체적인 단어가 포함되어 있었죠. 원고를 마무리하고 제목을 정하는 회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담당 편집자가 책의 내용이 꼭 마흔 살이 아니더라도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테니, 제목은 조금 더 포괄적으로 가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주었고, 저 또한 그 부분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인쇄 직전에 재미 요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눈에 띄는 부제를 제목으로 올리게 되었죠.
‘재미’라는 것이 상당히 주관적이고 추상적일 수도 있어 보입니다. 작가님에게 회사 생활 안팎의 ‘재미’는 어떤 의미입니까?
재미는 에너지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재미없는 일은 나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데 반해, 재미있는 일은 에너지를 쓰면서 그 이상을 채울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직장인에게 회사생활이 재미없는 이유는 수동적으로 회사에 다니며 에너지를 쓰기만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끔은 회사에서도 재미있는 일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짧은 순간에 불과할 때가 많기 때문에 저는 회사에서 소비하는 에너지 이상을 회사 밖에서 재미를 통해서 채워가고 있습니다. 연료를 채우지 않고 영원히 달릴 수 있는 기차가 없는 것처럼,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점점 비어가는 연료통에 재미라는 에너지를 계속 채워주어야 멈추지 않고 멀리까지 갈 수가 있습니다. 저에게 재미는 새로운 일 앞에서 도전을 망설이지 않을 수 있는 동기부여이기도 합니다.
회사 밖에서 재미있는 일을 정말 많이 하셨고 또 하고 계시잖아요. 그런 재미있고 새로운 일을 찾는 작가님만의 비법이나 노하우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일단 저는 다양한 정보에 최대한 저를 노출하려고 노력합니다. 분야와 매체를 가리지 않아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제 등 잘 모르는 분야라 하더라도 반복적으로 노출하다 보면 조금씩 익숙해지게 됩니다. 또 새벽에 배달 오는 신문을 시작으로 출퇴근길에 듣는 라디오, 인터넷과 모바일의 각종 트렌디한 정보까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하고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정보 중에서 제가 관심이 조금이라도 생기는 것들은 핸드폰 메모장에 계속 기록하고 그것들을 나중에 꺼내 보면서 하나씩 실행으로 옮기는 거죠. 기록해 놓지 않으면 나의 관심사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거든요. 정보 노출과 기록이 제가 재미있는 일을 찾아갈 수 있도록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합니다.
책을 보면 정말 다양한 역할과 프로젝트를 하고 계시더라고요. 독자들에게 기억에 남는 회사 밖 프로젝트 하나만 소개해주세요.
직장인들이 가장 관심 있는 주제가 재테크니깐 관련된 제 경험을 짧게 소개해드릴게요. 제가 재테크에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진짜 월급만으로 아끼고 아껴서 살던 전형적인 급여생활자였는데요. 결혼하고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며 점점 불안하고 걱정이 많았습니다. 마냥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어서 고민 끝에 더 이상 월급만으로 앞으로 다가올 수십 년을 사는 게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부동산 복비가 얼마인지도 몰랐던 제가 재테크를 위해 부동산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재야의 부동산 고수라는 분들을 찾아다니며 강의를 듣고, 퇴근 후에는 귀동냥으로 뭐라도 얻을 게 있을까 싶어서 매일 부동산에 가서 하릴없이 죽치고 앉았다가 집에 오곤 했어요. 그렇게 몇 개월을 하고 나니깐 내 집 마련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지더라고요. 그래서 그 공부와 경험을 토대로 좋은 타이밍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이후에 집값이 조금씩 오르면서 월급만으로 모으려면 한참 걸렸을 자산을 구축할 수 있었죠. 제가 그랬던 것처럼 목적이 있고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눈치 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회사 생활과 병행해서 회사 밖에서, 많은 일들을 하시려면 엄청 부지런해야 할 것 같은데요. 작가님의 일과가 궁금합니다.
잠도 많고 게으른 편인데, 그걸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나태해지지 않도록 시간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보통은 습관적으로 5시 30분에 일어나서 회사 앞에서 2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출근합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일하고 퇴근한 후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 뒤, 아이들이 잠드는 10시부터 12시 30분 까지 제가 관심 있었던 일들을 준비합니다. 이 시간에는 보통 자료를 찾거나 책을 읽습니다. 요즘은 계획하고 있는 새로운 원고를 쓰기 위해서 아침 운동시간을 줄이고, 매일 아침 커피숍에서 글을 조금씩 쓰고 있습니다.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저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아침에 2시간 저녁에 2시간 정도네요. 하루 4시간 정도면 충분히 하고 싶은 일들을 다양하게 해볼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장인들이 무언가 새로운 것들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시간만 잘 활용해도 많은 것들에 도전해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어떻게 읽었으면 좋겠고, 무엇을 얻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까요?
독자의 대부분이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직장인인 것 같습니다. 책을 읽고 독자들이 남긴 리뷰를 보면 거의 비슷한 거 같아요. ‘지친 회사생활에 새로운 자극이 된다.’ ‘나도 저자처럼 회사 밖에서 무언가를 찾아야겠다.’와 같은 진취적인 리뷰들이 많이 보입니다. 제가 바라는 게 그거예요. 직장인들이 더 이상 회사생활로만 삶을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난다고 생각합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불안정한 고용상태가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게 뻔하거든요. 그렇다면 평범한 직장인들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저는 그 답이 회사가 아닌 회사 밖에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월급’이 아니라, 회사 밖의 ‘경험’이 언젠가 내가 자의든 타의든 회사를 그만두었을 때 새로운 밑천이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독자들이 나와 내가 책임지고 있는 가족의 미래에 대해서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실행하는 것들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실행에 대한 결괏값이 좋지 않더라도 해봤다는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합니다.
앞으로 어떤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 있으세요?
실력과 무관하게 글 쓰는 걸 참 좋아합니다. 이번에 출간한 『진지하게 회사 빼고 다 재미있습니다만』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꾸밈없이 계속 써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매 년 한 권의 책 출간하기'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그동안 핸드폰 메모장에 쓰고 싶은 주제들을 정말 많이 모아뒀거든요, 당장 내년에 어떤 주제의 책을 낼지는 지금 고민 중입니다. 일단, 지금은 이제 막 출간된 『진지하게 회사 빼고 다 재미있습니다만』를 통해서 많은 독자와 소통하는 데 집중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책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제가 앞으로 하게 된 많은 프로젝트를 꼭 소개해드릴 테니, 부족하더라도 응원해주시면 계속 에너지를 채우면서 앞으로 나가겠습니다.
*롸이팅 브로 하고 싶은 일들이 있으면, 일단 저지르고 보는 올해로 마흔 살이 된 1981년생 마케터이다. 어느 날 갑자기 ‘회사는 나를 끝까지 책임지지 않는다.’라는 깨달음을 얻고부터는 더 이상 회사에서 나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내지 않는다. 불안한 미래를 짊어져야 하는 가장인 동시에 다양한 꿈을 가진 나는, 회사 밖에서 ‘일탈’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회사의 ‘일’이 아닌 회사 밖의 ‘경험’이 내 미래를 보장해 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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