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좋아하지만 잘 키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식물을 좋아하지만 잘 키우지는 못하는 ‘식물 킬러’ ‘식물 똥손’ ‘식물 초보’에게 편지를 전하는 마음으로 써 내려간 이 책은, 식물과 친구가 되고 싶은 누구에게라도 기꺼이 따뜻한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0.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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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인 저자는 어느 날, 식물 사진을 찍기로 결심했다. 식물은 늘 우리 생활 곳곳에 머물고 있었기에 식물을 찍겠다고 마음먹는 일은 갑작스러운 결심인 듯했다. 하지만 무언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게 설명되기도 한다. 그저 좋아졌기 때문이다. 새삼스럽게도 말이다. 그리하여 이 책은 식물에 깊게 반했지만, 아직은 서툴고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그 애정에 관해 이야기하는 한 사진작가의 따뜻하고 사려 깊은 고백이다.



사진작가로서 관심이 있는 다양한 소재가 있을 텐데, 그중에서도 식물을 주인공으로 책을 내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원래 살면서 마주하는 일상적인 소재를 찍는 걸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에는 힘들어지는 게 있더라고요. 평범한 소재를 나만의 시각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부담에 시달렸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날 식물을 찍는 상상을 해 보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쉽게 찍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식물 자체가 아름답고 특별한 데다 종류도 많으니까요. 그렇게 불쑥 마음을 먹고 식물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부담 없이 있는 그대로 식물을 보여 주자’는 생각으로 편하게 찍었어요. 역시나 찍어 보니까 식물 자체가 사진을 알아서 다 만들어 주는 느낌이었죠.

그렇게 식물을 집중해서 찍고 있는 시기에 마침 책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만약 책을 내게 된다면 당연히 사진집이 먼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키우는 식물도 다 죽이는 제가 생뚱맞게 식물책을 내게 될 줄은 몰랐어요(웃음). 저에게 영감을 준 멋진 식물 사진이 있는 책들을 보면서, 내가 찍은 식물 사진이 책으로 묶이면 어떨까 생각하면서, 식물책이 내 처음 책이 된다는 것을 점점 받아들이게 되었죠.

지금은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식물에 집중하면서 원래 하고 있던 작업도 새로운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한테는 참 좋은 ‘책 세계로의 출발’이 된 것 같아요(웃음).



사진이 많은 책이라서 ’식물 사진관’이라는 제목에 당연히 고개를 끄덕이게 되면서도 무슨 의미가 있을까 호기심이 들기도 합니다. 어떻게 지어진 제목인가요?

처음부터 제목으로 생각했던 건 아닌데, 어떻게 하면 책의 성격과 제가 식물을 대하는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예전에 ‘식물 사진관’이라고 적어 두었던 게 떠올랐어요. 책 속에는 제가 집에서 키우는 식물을 찍은 것도 있지만, 친한 지인인 플로리스트 동생의 꽃집에서 식물을 가져와서 찍은 경우가 많아요. 식물 금손도 아닌 제가 이렇게 많은 식물을 가지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게 꽃집에서 식물을 가져다가 사진을 찍고, 다시 가져다주고 하면서 식물들을 위한 사진관을 차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진을 찍고 나면 식물과 훨씬 친해진 기분이 들어요. 게다가 결과물까지 마음에 들면 ‘우리의 만남이 참 좋았어’ 이렇게 생각되면서(웃음) 그 식물이 더 좋아졌어요. 반대로 찍는 데 어려웠던 식물은 키우는 방법과는 상관없이 저에게는 약간 까다로운 식물, 그래서 다시 한번 관계를 잘 정립해 보고 싶은 식물로 기억되거든요.

제가 식물에게 다가가는 방법이 사진을 찍는 것이기도 하고, 식물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식물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진에 방점이 많이 찍힌 책이기도 해서 나름 잘 지은 제목 같아요(웃음).



책을 보면 자신을 ‘식물 킬러’ ‘식물 초보’ ‘식물 똥손’ 등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식물책을 쓰기 위해 많은 공부를 하고 제법 많은 식물을 만나 본 지금은 어떤가요? ‘식물 금손’이 되었나요?

식물에 관심이 없었을 때도 선물을 받거나 해서 집에 식물이 꽤 있었는데,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게 빈 화분과 흙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킬러 중에서도 정말 수준급의 킬러죠. 흔적도 남기지 않고 소리 소문도 없이 죽이니까(웃음). 그런데 식물에 관심이 생기면서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책을 쓰고 나서 지식은 많이 늘어났지만, 아직도 식물과 호흡을 맞추는 일이 쉽지는 않아요.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식물과 호흡이 잘 맞는 사람은 금손이 되고, 저처럼 신경을 써도 호흡이 잘 맞지 않는 사람에게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최근에도 화원에 가서 거북알로카시아를 샀는데, 돌아다니다 보니까 더 예쁜 애가 있는 거예요. 잎도 크고 튼튼해 보여서 더 마음이 갔죠. 처음에 산 애를 엄마에게 보내고 새로 발견한 애를 제가 데려왔어요. 다행히 사진은 찍었지만, 어느 날 잎이 주황색으로 변하기 시작하더니 결국 죽고 말았죠. 더 약해 보이는 걸 엄마가 가져갔는데 지금 잎이 여섯 개나 났어요(웃음). 이렇게 저는 여전히 식물 킬러로서의 능력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같은 처지의 식물 초보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이나 추천하고 싶은 식물이 있을까요?

“이 식물은 진짜 안 죽어” “이 식물은 정말 키우기 쉬워”라는 말을 듣고 데려온 식물이 죽으면 정말 속상해요. 그러니까 그 말을 믿지 마세요(웃음). 예를 들어서 다육식물은 물을 자주 안 줘도 되니까 키우기 쉽다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그것도 사람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어떤 사람에게는 물을 자주 주면서 키우는 식물이 더 쉬울 수도 있어요. 저는 다육을 정말 많이 죽여 봤거든요(웃음). 누구한테나 자신에게 맞는 식물이 있는 것 같아요.

저에게는 장미허브가 제법 호흡이 맞는 식물이에요. 꼬불꼬불 웃자라면서도 계속 새로운 잎을 만들면서 정말 잘 버텨 주고 있죠. 그렇다고 모두에게 “장미허브를 키우세요”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장미허브가 저에게는 제법 관대했지만 어떤 사람 품에서는 죽을 수 있으니까요. 상대적으로 더 잘 자라고 까다롭지 않은 식물은 당연히 있겠지만, 자신과 정말 잘 맞는 식물을 찾으려면 직접 키워 보고 경험해 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어떤 식물이든 마음에 든다면 담대하게 마음먹고 들여 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천천히 호흡을 맞춰 보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혹시 안 되더라도 최선을 다해 봤을 테니까 너무 실망하지 말자고 얘기하고 싶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물을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식물을 잘 키우는 사람 중에서 정말로 좋아하면 잘 키우게 된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그에 대한 항변의 마음이 조금 있어요(웃음). 못 키우는 사람도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거든요. 정말 좋아하지만, 잘 키우는 사람처럼 되기까지가 조금 더 어려운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사진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사진 분야의 전문가로서 사진 초보들에게 사진을 잘 찍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요?

정말 많이 듣는 질문이에요. 그래서 늘 하는 대답이 정해져 있는데, 많이 찍어 보는 수밖에 없어요. 식물도 고수가 되려면 많이 키워 봐야 한다고 하잖아요. 저도 그 얘기가 그렇게 답답할 수가 없었어요. 다 죽는데 어떻게 많이 키우라는 건지(웃음). 하지만 저도 많이 찍어 보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네요.

그렇다고 단순하게 많이 찍기만 하라는 건 아니에요. 자기가 찍은 사진을 봐야 해요. 자신의 사진을 보고 왜 마음에 안 들고, 왜 마음에 드는지 생각해 보는 거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사진과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진에 대해 계속 생각해야 해요. 물론 사진을 찍으면서는 그런 걸 생각할 수 없어요. 사진을 찍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찍는 게 제일 좋아요. 사진을 찍고 난 다음에, 천천히 자신의 사진을 보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찍어 놓고 나 몰라라 하면 절대 안 돼요.


글을 쓰는 일과 사진을 찍는 일 중에 어떤 작업이 더 어렵게 느껴지나요?

저는 사실 글 쓰는 걸 굉장히 힘들어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쓰면서 글 쓰는 일의 즐거움을 조금 알게 된 것 같아요. 글 쓸 생각을 하면 여전히 힘들고 울렁울렁하지만, 내 생각을 적는다는 것이 주는 기쁨이 있었어요. 그리고 아주 정적인 작업이잖아요. 그게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사진은 아무리 정적인 피사체를 찍어도 굉장히 동적인 행위거든요. 완전히 멈춰 있는 식물을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찍어도, 사진을 찍는다는 것 자체가 되게 동적이에요. 그런 면이 저와 상당히 안 맞아요(웃음). 그런데 글 쓰는 건 생각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지만, 그 행위 자체는 굉장히 정적이라는 게 마음에 들었어요.

사진을 찍을 때 힘들었던 점이 글 쓸 때 조금 괜찮아지고, 반대로 글 쓸 때 힘들었던 걸 사진으로 해소할 수 있더라고요. 책을 쓰면서 사진 찍는 일이 더 좋아졌어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을까요?

책을 보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요. 사진을 보고 위로받을 수도 있고, 그냥 식물 키우는 법을 보면서도 그럴 수 있다면 좋겠어요. 상처를 치료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는 대단한 위로가 아니더라도요. 저는 식물 이름을 찾고 식물 키우는 법을 공부하면서 마음이 굉장히 정돈되었거든요. 반드시 잘 해내야 하는 일의 부담에서 벗어나 좋아하는 것에 열중하는 시간 자체가 힐링이었어요. 작고 사소한 것에 정성을 기울이는 행위가 주는 위로가 있더라고요. 식물을 키우는 일도 비슷한 것 같아요. 생계와는 상관없는 일에 집중하면서 위로를 받고 다시 힘을 얻는 거죠.

그리고 저는 식물을 좋아하면서 일상의 즐거움이 늘어났어요. 직접 많은 식물을 키우지 않아도, 사실 식물은 어디에나 있잖아요. 길을 가다가도 식물을 발견하고 반가워하는 일이 많이 생겼어요. 식물을 좋아한다는 건 그런 기쁨이 있는 것 같아요.

저의 식물 이야기와 제가 찍은 식물 사진이 누군가의 일상에 그런 사소한 위로나 즐거움이 될 수 있으면 아주 좋을 것 같아요.


*이정현(사진작가)

사진을 찍고 사진에 관해 이야기하는 일을 합니다. 식물처럼 한군데 가만히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식물만큼 부지런하지는 못합니다. 식물을 들여다보는 것과 책 읽는 것이 거의 유일한 취미인데, 식물 사진을 찍어 책을 만들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로써 식물에게 감사할 이유가 또 생겼습니다. 그동안 죽인 식물들에게는 면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스타그램 @40plants와 @jhl.photo에 사진을 올리고, brunch.co.kr/@jhbada에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친구가 될 식물을 찾아 주는 식물 사진관
당신의 친구가 될 식물을 찾아 주는 식물 사진관
이정현 저
아라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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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