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은 2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이 유력해진 상황에서 연일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있고, 주가는 불안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 책 『요즘 환율 쉬운 경제』는 비정상 속 정상인 듯 불확실한 기운이 감도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지식으로서 환율 읽는 법을 소개한다. 환율과 경제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을 갖출 수 있도록 기본 토대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뿐만 아니라 현실 시장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도록 최신 정보도 함께 담았다.
환율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을 시작으로 환율이 움직이는 원리, 다른 거시 경제 지표와의 역학 관계, 선물환, 관련 재테크 지식 및 글로벌 환율 전쟁까지 환율에 대해 꼭 알아야 할 지식을 모두 포괄했다. 내용을 천천히 숙지하다 보면 환율과 국제경제에 대한 명확한 자신만의 시각을 갖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확실성 시대에서 세계 흐름을 앞서 읽을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줄 것이다.
10년 동안 경제를 쉽게 설명해주는 책들을 꾸준히 내셨는데요. 이번에는 『요즘 환율 쉬운 경제』를 출간하셨습니다. 사람들이 왜 경제를 어렵게 생각할까요?
용어와 숫자 때문입니다. 사실 알고 보면 특별할 것도 없는데 처음 듣는 용어에 숫자들까지 등장하니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 업계에 ‘좋은 경제 기자일수록 용어와 숫자를 가급적 적게 쓰면서 사실을 전달한다’는 말이 있는데요. 용어와 숫자가 초심자에게 얼마나 큰 장벽인지 단적으로 나타냅니다. 괴리감과 시대의 변화도 한몫 합니다.
성장률이나 수출, 내수 같은 경제 현상들은 피부로 느끼기 어렵습니다. 우리 일상생활과 괴리가 있죠. 그래서 그 의미가 선뜻 와닿지 않고, 어렵습니다. 그러면서 경제 현상은 시시각각 변화합니다. 경제는 정지된 것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입니다.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해석 방법도 금방 구시대의 유물이 되기 일쑤입니다. 어제 들어맞았던 경제 지식이 오늘은 전혀 맞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죠. 겨우 지식을 캐치했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또 들어맞지 않고 다른 게 등장해 버리니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 지식들을 모두 알아야 할까요? 국어책을 읽기 위해 나오는 모든 단어를 한자로 쓸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닙니다. 핵심 지식만 알고 계시면 됩니다. 정리된 기본 지식으로 확고한 토대만 구축해 놓으면 현상을 읽고 이해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면 경제가 더 이상 어렵지 않을 겁니다.
언론 등에서 경제뉴스를 언급할 때 환율을 빼놓는 일이 없을 정도로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환율’을 가장 쉽게 정의한다면 무엇일까요?
환율은 국가 간 통화가치를 비교하기 위해 적용하는 ‘교환비율’입니다. 우리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우리 화폐와 비교한 외국 화폐의 가치’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1달러=1200원’이라면, 우리 화폐와 비교해서 미국 돈 1달러의 가치는 1200원이란 뜻입니다. 원화로 표시한 달러의 가격, 달러값이라고 써도 좋겠습니다. 즉 달러화 환율은 우리 돈과 비교한 달러값, 유로화 환율은 우리 돈과 비교한 유로값, 엔화 환율은 우리 돈과 비교한 엔화값, 위안화 환율은 우리 돈과 비교한 위안화값인 거죠. 환율이 내려갔다는 건 말 그대로 우리 돈과 비교해 외국 화폐의 가치가 내려갔다는 것이고, 환율이 올라갔다는 건 우리 돈과 비교해 외국 화폐의 가치가 올라갔다는 뜻입니다. 즉 ‘달러화 환율이 올라갔다고 하면, 달러의 가치가 올라갔다. 달러화 환율이 내려갔다고 하면, 달러의 가치가 내려갔다.’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많은 경제 용어가 어렵게 느껴지지만 특히 ‘환율’은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금융당국이나 대기업에나 영향을 주는 것이지 일반인에게는 그저 환전의 수단이거든요. 보통 사람들은 부동산이나 주식만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환율까지 접근할 엄두를 못 냅니다. 지금 이 시기에 ‘환율’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현재 경제가 무척 혼란스럽죠? 경제 상황이 어렵다는데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오르고. 주식은 연일 고공행진이고요. 이에 대해 많은 경제학자들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데, 딱 한 가지 입을 모아서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현 상황이 언제까지고 지속될 수 없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는 것이죠. 시점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언젠가 거대한 전환점이 올 거라는 얘기는 모든 학자가 공통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큰 전환점이 올 때 가장 먼저 충격을 받는 게 환율입니다. 특히 경제 규모가 크지 않은 한국은 경제에 큰 변화가 올 때마다 급락 또는 급등의 모습으로 환율부터 움직입니다. 그래서 경제의 변화를 캐치하고 사전에 대비하려면 환율의 움직임을 똑바로 관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충격이 와도, 그 충격이 끝나도, 신호는 환율에서 오게 됩니다. 결국 환율이야말로 경제 공부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경제 시대. 환율은 그 어떤 지표보다 우리 가까이 있고, 끊임없이 실생활과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같은 현상이라도 환율이란 창을 통해 알고 준비하는 사람과, 모른 채 맞이하는 사람의 결과는 천지 차이입니다. 반드시 환율부터 이해한 뒤 경제 현상을 해석하시기 바랍니다.
요즘 경제 위기 속에서도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리고 있고, 금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달러는 어떤가요? 재테크 수단으로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세계 경제와 미국 경제의 흐름이 가장 큰 변수입니다. 최근 금값이 크게 오르는 데는 달러의 상대적인 약세가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은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로 돈을 풀고 있는데요. 그 때문에 상대적으로 돈이 흔해지는 반면 다른 자산은 귀해지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반면 금값이 오르고 있습니다. 앞으로 경제가 계속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면서 돈이 풀리는 일이 지속되면, 달러 약세가 이어지면서 달러는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기 어려울 겁니다. 반면, 세계 경제에 거품이 꺼지면서 큰 위기가 찾아오면, 안전자산인 달러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달러의 가치가 크게 오르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재테크 수단으로서 달러가 크게 주목받게 되겠죠. 이때 특히 한국 경제가 크게 흔들릴 경우 원화와 비교한 달러 가치는 상대적으로 훨씬 크게 오를 것이고, 달러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큰 기회를 얻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자산 가치 하락의 헷지 수단 중 하나로 달러 보유를 권해 드립니다.
『요즘 환율 쉬운 경제』에 보면, “환율이 등락하는 상황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이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달러 환산 주가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가가 만 원인데 달러 당 환율이 갑자기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랐다고 합시다. 그러면 달러로 환산한 삼성전자 주가는 50달러(5만 원÷1000원)에서 25달러(5만 원 ÷2000원)로 크게 떨어집니다. 원화 기준 주가는 그대로인데, 달러 기준 주가는 급락한 것입니다.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던 외국인 입장에서 무척 황당한 일이 벌어지게 된 셈이죠. 그래서 환율이 앞으로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식을 매도하게 됩니다. 그러면 주가 하락이 발생할 수 있죠. 반면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달러로 환산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가는 크게 오르게 됩니다. 이를 예상하는 외국인이 많을 경우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 주식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가 늘어나게 됩니다. 주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죠.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의 실적과 환율의 관계도 살펴야 합니다. 이는 외국인들이 보는 주가와는 방향이 다른데요.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이익이 늘어서 수출 기업의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주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죠. 반대로 환율이 내려가면 수출 이익이 줄어서 수출 기업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주가 하락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재테크 열풍과 더불어 ‘어른을 위한 경제교육’ 콘셉트의 책들이 유행입니다. 경제전문기자로서 오랫동안 기사를 쓰시면서 여러 경제 위기에 따른 재테크 변화를 누구보다 먼저 감지해오셨을 텐데요. 재테크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원칙이나 주의사항을 알려주신다면?
혼돈의 시대를 버텨낼 수 있는 힘은 `뷰(view)'에서 나옵니다. 경제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을 가져야 하는 거죠. 뚜렷한 주관을 갖고 계시다면 그 어떤 혼란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으실 겁니다. 주관이 없을 때 이 얘기, 저 얘기 갈대처럼 흔들리게 되죠. 반면 뷰를 갖고 계시다면 그 어떤 급격한 변화에도 분석적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뷰를 통해 문제를 읽고 해석해 적절한 해결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거죠. 뷰는 그냥 갖춰지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 `나는 앞으로 경제 현상을 이런 식으로 해석할거야'라고 맘 먹는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설령 인위적으로 뷰를 만들었다고 해도 토대 없는 뷰는 조그만 자극에도 금세 흔들리고 맙니다. 굳건한 뷰는 정제된 지식에서 나옵니다. 정리된 기본 지식으로 확고한 토대를 구축해야 제대로 된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확실한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원칙을 갖추시길 바랍니다.
지금의 불안한 시기를 이겨내고 있는 분들, 경제적 시련을 견뎌내고 있는 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지금 우리는 참 이상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22년만에 마이너스 성장이 유력합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2020년 한국의 성장률을 -2.1%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때는 경제 전체적으로 큰 어려움이 닥쳐야 합니다. 외환위기 직후 등 과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을 때를 보면, 하루 아침에 정리해고를 당하거나 사업이 망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뉴스가 줄을 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뉴스가 아니라 ‘어디 아파트 가격이 3배가 됐다’ ‘또 어디는 수십억원이 올랐다’는 뉴스로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막대한 돈을 푼 결과로 설명하기엔, 지금 경제 상황은 너무나 비현실적이고 이상합니다. 그래서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의 소외감은 더욱 클 것입니다. ‘세상에서 오직 나만 이렇게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전문가들 만날 때마다 ‘요즘 경제가 도대체 왜 이러냐’고 꼭 물어 봅니다. 아무도 대답하지 못하더군요. 하지만 모든 전문가가 입을 모아 얘기하는 딱 한 가지 예언이 있습니다. ‘곧 엄청난 변화가 온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조만간 찾아오는 것입니다. 반드시 그 기회를 잡으셔서 지금의 시련을 멋지게 뛰어넘으시길 빌겠습니다.
* 박유연 경제 관련 주요 부서만 두루 거쳐온 15년 차 경제전문기자 출신이다.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조선일보〉 경제부에서 경제부처와 금융업계를 주로 취재했다. 2008년, 2011년, 2015년에 씨티그룹 대한민국 언론인상을 받았고 사내 특종상과 기사상을 수십 회 받았다. 2014년에는 〈조선일보〉 편집국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은 기자가 되기도 했다. 2014년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 출범과, 2016년 〈조선일보〉와 네이버의 조인트벤처 ‘잡스엔’ 출범을 기획했다. 2018년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에서 1년간 연수를 받으면서 스타트업과 인연을 맺었다. 연수 종료 후 새로운 콘텐츠를 실험하는 〈조선일보〉 사내벤처 ‘비비드콘텐츠’를 만들어 대표를 맡고 있다. 문화관광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지금 당장 세계경제 공부하라』를 비롯해 『월급의 비밀(공저)』 『난생 처음 경제 공부』 『나는 오늘부터 경제기사를 읽기로 했다』 등의 저서를 집필했다. 옮긴 책으로 『부자들의 냅킨 재테크』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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