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원 칼럼] 잘못하지도 않은 일들에 가슴 아파하는 이유 (Feat. 브로콜리너마저 – 울지마)
수치심이 우리를 고립에 빠지게 하고 외톨이로 만든다고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공감하고 공감받고 싶다.
글ㆍ사진 윤덕원
202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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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왜 이렇게 못 돼 쳐 먹었니 하고 말하는 자신을 먼저 돌아보세요. 

인생 혼자서 사는 게 아니라고 한다면 주변에 민폐 끼치지 맙시다.’ (혼자 살아요)

내가 활동하고 있는 밴드 브로콜리너마저 3집에 수록된 ‘혼자 살아요’의 가사는 학창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대학생 때 두어 달 정도 보습 학원 강사 일을 했을 때의 일이다. 처음 이야기했던 것과는 다르게 근무시간이 늘어나고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강의를 요구받게 되면서 그만두게 되었다. 그때 학원장이 ‘어떻게 그렇게 그만둘 수 있느냐, 네가 우물에 침 뱉고 가면 나중에 그 물 먹지 않을 줄 아느냐’ 하고 악담을 했었는데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그때는 부당한 요구에 제대로 항의하지 못했고, 폭언에 대해서도 받아치지 못했다. 지금까지도 그 일들이 기억에 남는 것은 그때 상황이 화가 나고 굴욕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수치심 권하는 사회’를 읽고 나서, 내가 그때 느꼈던 감정이 사실은 수치심에 가깝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브레네 브라운의 『수치심 권하는 사회』는 수치심이라는 것이 어떤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 작동해서 우리의 삶을 힘들게 하는지 설명하고 어떻게 그것을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수치심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경험담과 인터뷰들을 통해 저자는 수치심을 ‘나에게 결점이 있어서 사람들에게 거부당하고 소속될 가치가 없다고 믿는 극도로 고통스러운 느낌이나 경험’으로 정의한다. 그에 따르면 수치심은 사회와 격리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만들어 내며, 그렇기 때문에 본능적인 수준에서 우리를 힘들게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공감을 통해 수치심 회복탄력성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치심이 만들어내는 고통을 해소하고 피해갈 수 있을지 알려준다. 

책을 읽고 나서 구체적으로 내가 겪었던 사건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었다. 나는 학원장의 요구나 비난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내가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것은 아닌가 스스로 검열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 당당하게 항의하지 못한 것이 나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억울한 일을 당한 것은 나의 탓이 아닌데, 스스로를 탓하게 되니 생각하면 할수록 괴로웠던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모순적이고 이기적인 요구에 왜 자신을 탓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안타까울 뿐이지만, 스스로에게 수치심을 느낄 때면 그 사실을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더욱 혼자 속으로 삭였던 것 같다.  




‘왜 잘못하지도 않은 일들에 가슴 아파하는지 

그 눈물을 참아내는 건 너의 몫이 아닌데

왜 네가 하지도 않은 일들에 사과해야 하는지

약한 사람은 왜 더’ (울지마)

자신의 곡을 소개하는 건 왠지 조금 부끄럽지만 (왠지 주제에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은 브로콜리너마저의 ‘울지마’를 추천하려고 한다. 많은 분들이 이 노래를 듣고 위로를 받았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이상하게 나에게도 그 말들이 많은 위로가 되었다. 아마도 이 책에서 언급된 것처럼 비슷한 고통을 겪은 것이 나 혼자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위안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말하면서도 위로받고 들으면서도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참 놀라운 일이다. 수치심이 우리를 고립에 빠지게 하고 외톨이로 만든다고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공감하고 공감받고 싶다.



 

브로콜리 너마저 2집 -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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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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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네 브라운 저 | 서현정 역
가나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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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원

뮤지션. 인디계의 국민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1대 리더. 브로콜리너마저의 모든 곡과 가사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