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거의 모든 활동을 수치화하고 데이터로 바꿀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데이터’와 ‘현실’을 연결하는 통역가, 즉 데이터에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해내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필요하다! 데이터를 비즈니스에 활용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가장 쉬운 안내서와 만나보자.
차현나 저자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 1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이자 소비자심리학 박사. 현재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데이터랩 랩장을 맡고 있다. 크고 작은 조직들을 거치며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도 일했다. 데이터를 가지고 새로운 것을 알아내는 일이 즐거워 업으로 삼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가진 브랜드를 분석하는 일이 많아 전 세계를 여행하며 매장과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대단한 이야기를 해줄 수는 없지만, 반걸음 먼저 간 사람으로서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으리라 생각하며 글을 적었다.
이화여자대학교 사회과학대학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소비자심리학과 광고심리학을 가르쳤다. 없어지지 않는 소유물은 책뿐이라고 생각하며 종이를 좋아한다. 직접 일러스트를 그리며 좋아하는 취미를 이어가고 있다.
책 제목이 눈길을 끕니다. 데이터 분석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데, 상대적으로 문과생 출신들은 접근이 어렵다고 느껴서 제목에 더 관심이 갑니다. 문과생이셨던 작가님은 어떻게 이 직업을 갖게 되셨나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되어야지, 하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어요. 왜냐하면 제가 어렸을 땐 이런 단어조차 없었거든요. 소비자의 행동을 수치화하고, 그 숫자로 통계 검증을 하고, 인사이트로 풀어내는 공부를 오래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소비자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갈 수 있는 여러 길이 있었는데, IT 분야에 관심을 갖게 해준 선배 언니에게 고마운 마음이 있습니다. (엘리 언니 고마워요) 소비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들에 다니다 보니, 소비자 심리학 전공과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서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재직 중인 회사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저는 제가 하는 일이 사업 및 경영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있어 ‘data driven decision making’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데이터로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요. 우선순위에 따라서 하나씩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전사의 데이터를 모으고, 정리하고, 분석하고, 보고서를 쓰고, 설득하고, 시장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과정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데이터 중심 사고를 하고자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데이터 중심 사고’라는 표현이 눈에 띕니다. 많은 언론과 오피니언리더도 하는 말인데요. 어떤 의미인가요?
사람들마다 다르게 정의하실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데이터를 통해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갖고자 하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데이터를 보고 “내가 알던 건데, 굳이 데이터로 보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거나, “내가 알던 거랑 다른데. 데이터가 이상한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거의 이 두 경우로 수렴될 수 있죠. 그런데 데이터 중심 사고는 이렇게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던 것을 데이터로 확인했으니 더 확신을 가지고 일을 추진할 수 있겠다.” 혹은, “내가 생각하던 거랑 좀 다른 데이터가 있네. 이런 관점도 있을 수 있겠으니 좀 더 다양한 각도로 자료를 찾아볼까.” 이렇게 생각하는 조직이나 사람들에게는 데이터가 확실히 도움을 줄 수가 있습니다. 확신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요.
넘쳐나는 데이터(숫자) 속에서 의미와 목적을 발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좀 더 설명해주신다면요?
데이터는 어떤 그룹에겐 매우 제한적으로 주어지기도 하지만, 하나의 그룹 안이라고 가정한다면, 데이터는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주어져요. 누구나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어떻게 자르고 이어 붙이고 어떤 맥락에서 해석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를 가져옵니다. 목적을 가지고 데이터를 보지 않으면, 그냥 숫자의 나열일 뿐이겠지요. 데이터 프로젝트의 목적을 설정하고 실제 데이터가 시장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려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그 목적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책 말미에 “‘나’라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워크숍” 파트가 흥미롭습니다. 자신만의 강점 혹은 진로를 찾아가는 데 유익한 글이었는데요. 이런 글을 책에 담으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책을 읽는 분들 중에는 전업이나 진로를 고민하는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모두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나와 잘 맞는지 안 맞는지 고민하고 있다면, 먼저 ‘나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어떤 직업을 갖든 필요한 과정인 것 같아요. 제가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 학생 분들에게 첫 과제로 내주었던 워크숍이기도 한데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조차 모른다면, 어떤 직업을 갖든 힘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자신에 대해 잘 이해하고, 그 다음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이나 데이터를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자신의 과거는 훌륭한 데이터이고, 자기 자신의 캐릭터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각자에겐 이미 타고난 강점과 취향들이 형성되어 있으니 그 강점을 잘 활용하시면 좋겠어요.
어렸을 때부터 코딩을 배워온 전문 엔지니어들과도 함께 일해오셨는데, 그 사이에서 작가님만의 강점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데이터 엔지니어 혹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분들이 계셨는데요. 저에게 개인 시간을 내어 코딩을 가르쳐주신 분도 계시고요(홍선생님 고맙습니다). 저의 강점에 대해 조언해주신 분도 계세요(용호오빠 고마워요). 지도교수님만큼 오랜 기간은 아니었지만 많은 가르침을 받았어요. 10살부터 코딩을 했다니 정말 부러웠죠. 하지만 그분들을 부러워한다고 해서 제가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릴 수도 없고, 제가 지금부터 아무리 열심히 해도 수십 년을 하신 분들보다 코딩을 잘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신은 공평하셔서, 각자에게 다른 역량을 주시는 것 같아요. 저는 데이터 기획력, 그러니까 사람들의 실제 행동을 보고 데이터로 어떻게 확인할지 아이디어를 낸다거나, 숫자들의 의미를 어떻게 사람들의 행동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 인사이트로 전환하는 과정에 좀 더 강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난수와 같은 숫자를 어떻게 조합해야 현실을 설명할 수 있을지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걸 좋아해요. 데이터 조각들을 가지고 스토리를 만드는 것도 좋아하고요.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이란 웃픈 신조어가 있는 요즘입니다. 마지막으로 ‘문과생’에게 조언 부탁합니다.
문과에 속하는 전공을 갖는 것이 유행하던 때도 있었잖아요. 항상 시대적 흐름에 따라 유행이 있기 마련인데요. 중요한 건 자신의 강점을 그대로 받아들인 다음에, 시대가 원하는 역량을 추가로 획득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시대에 맞춘다고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 얼마나 인생이 아까워요. 자신이 잘하는 부분을 확실히 가지고, 시대의 필요에 따라 자신의 강점이 다른 영역으로 확장된다는 느낌으로 공부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데이터도 마찬가집니다. 이제 모든 분야에서 데이터가 쌓이고 있고, 자연스럽게 데이터를 활용하는 시대가 될 거예요. 모든 일에 있어서 데이터가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겁니다. 비단 이과생에게만이 아니라요. 그리고 문과생이 되기로 선택한 이유가 분명 있을 거예요. 그 이유가 아주 별 것 아닌 거라도, 그 이유들로 인해 삶의 선택지가 나뉘게 되는 것 같아요. 그 이유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문과생인 것을 죄송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존재 자체가 미안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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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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