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계를 덮친 코로나19가 사람들에게 안긴 가장 큰 피해는 모든 이들의 ‘평범한’ 일상을 무너뜨렸다는 것이 아닐까. 많은 직장인들이 정석적인 출근 시간에서 유연 근무제를, 혹은 재택 근무를 시행하고, 퇴근 후 혹은 휴일에 즐기던 취미 활동도 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무너져버린 일상의 붕괴 속에서, 너무나 당연해서, 너무나 익숙해서 몰랐던 평범한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되는 나날들이 지속되고 있다.
뮤지컬 <6시 퇴근>은 그 익숙한 일상에 대한 기억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이제는 코로나19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는 우리에게, 그러한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과, 그 일상을 누리며 ‘나’를 찾아가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큰 애정은 없지만(?) 먹고 살아야 하기에 꾸역 꾸역 다니던 회사에서, 갑작스럽게 자신이 속한 팀이 해체될 위기에 처하게 되고, 자신의 앞날도 예측 할 수 없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팀이 해체 되지 않기 위해서 대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제과 회사 애프터눈의 홍보 2팀은, 어느 날 갑자기 ‘가을달빵’ 이라는, 한물 간 브랜드의 매출을 200% 끌어 올리라는 불가능한 미션을 받게 된다.
사실상 ‘팀이 해체 될 예정인데, 그 전까지 천천히 업무나 마무리 지어라’, 나 다름 없는 이 일방적인 통보를 받게 된 홍보 2팀 사람들은 모두의 머리를 맞대 위기탈출 방법을 고심한다. 결국 평범한 빵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자신들의 ‘평범함’을 내세워 직접 직장인 밴드를 만들어 홍보를 하게 되고, 불행 중 다행으로 그들의 밴드 ‘6시 퇴근’은 점점 인기를 얻게 된다. 하지만 언제나 모든 일이 술술 풀리지 않는 우리 인생처럼, ‘6시 퇴근’ 밴드에게도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 오고, 팀원들 사이의 갈등도 깊어진다.
뮤지컬 <6시 퇴근>은 말 그대로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이들이 등장한다. 어찌보면 지나치게 정형화 된 캐릭터들은 다소 재미가 없고 신선하지도 않다. 개성 있는 플롯이나 캐리릭터를 통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고, 맞아 저럴 땐 저렇지! 맞아, 저건 나도 그래!라고 느낄 수 있게 하는 사실적인 직장생활의 묘사를 통해 관객들의 높은 공감과 몰입도를 불러일으킨다.
겨우겨우 취준생 신분은 벗어났지만 언제 짤릴지 모르는 계약직, ‘나’를 잃어버린지 오래 된 싱글맘,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마음 둘 곳 없는 기러기 아빠, 회사에 대한 애사심 없이 그저 기계처럼 출퇴근 하는 직원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배우들은 직접 기타, 베이스, 드럼, 건반을 연주한다. 실제 라이브 공연장을 찾아온 것처럼 열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밴드 공연은 작품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관객들의 스트레스도 해소 시켜준다.
종종 사람들은 고단한 현실 속에서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문제를 잊어버리곤 한다.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그저 그렇게 남들과 똑같이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흘려 보낸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나’는 그 누구보다 빛나는 사람이었고, 빛나는 사람이고, 빛날 사람이라는 걸. 그런 ‘나’를 다시금 되찾은 건 오직 ‘나’만 할 수 있는 일이고, 그런 ‘나’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해 줄 이는 ‘나’뿐 이라는 걸.
지치고 힘든 삶 속에서 잃어버렸던 나, 잊어버렸던 꿈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 <6시 퇴근>은 오는 7월 26일까지 공연된다. 이 열정적인 에너지에 함께 소리치고 호응하고 진짜 호흡할 수 있는, 그런 날이 빨리 오길 바래보면서, 공연을 관람하는 날이 오길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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