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한경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 당선작 정대건의 『GV 빌런 고태경』 이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흥행에 실패한 독립영화 감독 조혜나가 관객과의 대화(Guest Visit)에서 ‘GV 빌런’ 고태경을 만난 뒤, 그가 주인공인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GV 빌런’은 ‘관객과의 대화(Guest Visit)’와 악당이라는 뜻의 ‘빌런(villain)’의 조합어로,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상하고 무례한 질문으로 분위기를 흐리는 관객을 말한다. 동시대의 현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젊은 감각으로 해석해낸 이 소설은 영화와 영화관을 둘러싼 느슨한 취향의 집합체를 상상하게 하면서, 편안하지만 따듯한 영화 공동체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경쾌하고 군더더기 없는 필치로 그려낸다. 다큐멘터리 <투 올드 힙합 키드>와 극영화 <사브라>, <메이트>를 연출하고, 첫 장편소설을 출간한 정대건 저자를 만나 보자.
2020 한경신춘문예 당선작이자, 첫 장편소설 『GV 빌런 고태경』으로 독자여러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더불어 한경신춘문예 당선 이후 첫 단행본이 나오기까지 어떻게 지내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첫 소설로 독자분들을 만나게 된 정대건입니다. 저는 영화와 극장을 사랑하고 젤리, 팥, 떡볶이, 키보드 애호가입니다. 당선 이후 벌써 한 분기가 흘렀네요. 영화를 만들 때는 정작 극장을 못 가고, 소설을 쓸 때는 정작 책을 못 읽게 되더라고요. 그사이 미뤄두었던 독서도 하고, 다음 작품을 구상하면서 저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GV 빌런 고태경』이라는 제목부터 무척 재미있는데요. 독자 여러분들께 GV 빌런이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더불어 이런 GV 빌런에 대해 써야겠다고 마음먹게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지 함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GV 빌런’은 ‘관객과의 대화(Guest Visit)’와 악당이라는 뜻의 ‘빌런(villain)’의 조합어로, 보통 영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상하고 무례한 질문으로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을 말합니다. 제가 관객으로 혹은 감독으로 GV를 많이 참여하면서 다양한 GV 빌런들을 관찰할 기회가 있었어요. 보통은 그냥 ‘짜증나게 왜 저래?’ 하고 넘어가는데, 어느 날인가 그들이 꾸준히 극장에 온다는 것 자체에 성실성이 필요한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그러는 걸까? 그들도 정말 영화를 사랑하는 걸까? 주목받고 싶은 걸까? 해서 사연을 만들어보기 시작했어요. 재미있는 상상을 확장하면서 제가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으니 GV 빌런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는 과정을 잘 담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서른세 살의 여성 영화감독 조혜나입니다. ‘추천의 말’에서 주인공을 잘 다루고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언급되기도 했는데요. 혜나라는 캐릭터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세요.
혜나는 영화감독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지만, 선택을 어려워하고 후회도 자주 하는 또래와 다를 것 없는 청년입니다. 소설의 도입부에는 만족스럽지 못한 지난 작업과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고 자신에게 가혹하게 구는 상태인데, 다큐멘터리 작업을 통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게 되지요. 혜나를 통해 영화 만들기의 어려움과 삶이라는 것을 은유해보고 싶었습니다. 좋은 컷과 아닌 컷을 선택하듯이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콘티를 짜듯이 계획을 세우지만 삶이 계획대로 되지 않으니까요. 처음 소설을 쓰면서 저와 거리를 둘 수 있는 화자가 필요했어요. 저의 부끄러운 부분이나 상처 같은 감정을 재료로 쓸 때 저 자신에게 ‘이건 픽션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장치 말이죠. 쓰면서 그런 내밀한 감정에는 성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초고를 여성 친구들 여럿에게 읽히고 피드백을 받기도 했습니다.
작가님은 직접 영화를 제작하시기도 하셨죠. 시나리오를 쓸 때와 소설을 쓸 때의 차이가 있을까요? 영화 제작과 책 발간은 어떻게 같고 다른가요?
그간 시나리오를 쓰면서 꾸준히 공부했던 작법을 소설에 적용하면서는 쓰면서 공통점(플롯, 장면화, 연출)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차이들이 있지요. 우선은 소설을 쓸 때 제작비나 구현 가능성에 대한 고민 없이 쓸 수 있어 무척 신이 났습니다. 여의도 빌딩들도 무너뜨릴 수 있고, 엑스트라 걱정 없이 200명 극장을 꽉 채울 수 있고, 해외 로케이션도 거침없이 문장으로 점프할 수 있죠. 또한 소설은 내면의 목소리를 더 드러내기에 적합해서 추상적인 사유를 전개할 수도 있었어요.
책 발간이 이제 막 되어서, 제가 영화 제작과 책 발간의 같고 다른 점을 말하긴 어려운데요. 홍보가 어려운 독립영화 개봉 때의 습관이 배어서 어떻게 하면 이 책의 존재가 노출되고 알려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는 면에서는 비슷한 마음을 느끼기도 하고요. 혼자 긴 시간 고독하게 글을 쓰다가 협업을 하게 된다는 점도 비슷하네요.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빛과 소리(혹은 DCP 파일)로 이루어진 영화의 제작과 달리 책은 만질 수 있는 물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네요. 어디선가 독자분들이 제 책을 펼칠 수도 있고, 페이지를 접을 수도 있고, 문장에 밑줄을 그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영화와는 확실히 다른 묘한 기분이 듭니다.
소설 속에 영화와 관련된 매력적인 공간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특히 극장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이 있었는데요. 영화의 매력, 극장의 매력은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소설, 만화, 연극 등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매체는 다양하고 영상 매체 안에서도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2시간 동안 어두운 극장에 꼼짝없이 앉아서 스크린 속 세계를 보고 듣도록 만드는 영화는 정말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강력한 매체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극장에서의 관람은 영화라는 체험을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기는 것 같습니다. 단지 큰 스크린과 좋은 음향 때문이 아니라 극장에 영화를 보러 가는 행위에는 극장까지 가면서 보는 풍경, 상영 전후에 먹는 음식, 함께 보는 사람과 나눈 대화 같은 것이 전부 포함되니까요. 또 다른 극장의 매력은 단체로 관객들과 함께 감상하는 것입니다. 훌륭한 작품을 감상하고 관객들과 함께 극장을 나올 때면 몇백 명의 사람들과 같은 체험을 한 기분, 마치 감정이 동기화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소설 속에서 특별히 아끼는 문장이 있으실까요? 독자들에게 한 문장으로 이 책을 설명한다면 어떻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자네도 살아야지. 어떻게 다 네 책임이야. 반반 해. 상황이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잖아. 네 탓만 하지 말고 세상 탓도 절반 하자고.”
소설 속에서 고태경 선생이 하는 말인데요. 제가 저 자신에게 가혹하게 굴었을 때 비슷한 말을 듣고 정말 위로받은 말입니다.
264쪽의 소설책을 제가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는 것이 영 어려운 일이네요. 부끄럽지만 제 친구가 해준 칭찬을 인용하고 싶습니다.
“가독성 좋고 음미할 거리가 있고 감동과 위로가 있는 재밌는 소설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또 앞으로의 계획도 함께 알려주세요.
냉소와 조롱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값싼 것이고 무언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어렵지만 더 귀한 것이라고, 힘들지만 그것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태도이지 않을까 하는 물음을 던지고 싶었어요. 제가 힘들 때 누군가 제게 해주었으면 하는 이야기를 쓴 것이라서요. 독자분들께 재미있게 읽히기를 바라고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꾸준히 쓰는 것이고 다시 제가 깊이 몰두할 수 있고, 제 흥미를 끄는 이야기를 이리저리 구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단편소설 청탁이 있다면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 정대건 198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했다. 다큐멘터리 <투 올드 힙합 키드>와 극영화 <사브라>, <메이트>를 연출했다. 첫 장편소설 『GV 빌런 고태경』으로 2020 한경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에 당선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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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