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여자만세2>에 함께 출연하는 모녀 배우 성병숙, 서송희
연극 <여자만세2>가 12월 24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개막했습니다.
글ㆍ사진 윤하정
2019.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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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여자만세2> 가 12월 24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개막했습니다.  <여자만세2> 2013년 한국희곡작가협회 희곡상을 받은 <여자만세1>의 2탄으로 지난해 대학로에서 초연됐는데요. 예술의전당이 소극장 공연 활성화를 위해 진행하는 창작키움프로젝트 두 번째 작품으로 선정돼 내년 2월 2일까지 무대를 이어갑니다. 고지식한 시어머니부터 지고지순한 며느리, 자기주장 분명한 손녀까지 ‘여성 삼대’가 사는 집에 70대 할머니 하숙생이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죠. 제목부터 등장인물까지 여자들로 북적이지만, ‘여성들만의’ 스토리가 아닌 ‘여성들과의’ 이야기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관객들과 공감하고자 합니다. 이 작품에는 배우 양희경, 윤유선 씨를 비롯해 실제 모녀 사이인 성병숙, 서송희 씨가 나란히 출연해 더욱 주목받고 있는데요. 개막 전 두 배우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제목도 그렇고, 상대적으로 여배우가 이렇게 많이 무대에 서는 작품도 흔치 않잖아요.


성병숙 : 맞아요, 남자 배우는 한 명 나와서 여러 역할을 해요. 할머니, 며느리, 손녀 등 여자 삼대의 인생사라고 할까요. 들여다보면 아프지 않은 집안이 어디 있겠어요. 다 소설이잖아요. 그렇게 펼쳐지는 이야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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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성병숙 배우 / 서송희 배우 (우)

 

 

작품에서 두 분이 모녀 관계는 아닌데, 각자 맡은 인물을 소개해 주세요.

 

성병숙 : 저는 ‘이여자’라고 이 집에 들어온 마지막 하숙생이에요. 노래도 좋아하고 춤도 좋아하고 멋도 부리는 할머니죠. 굴곡진 인생을 살아온 할머니가 말년에 인생을 관조하며 자기 색깔을 찾아가는 거예요.

 

서송희 : 홍미남은 30대 뮤지컬배우인데 극에서는 가장 젊어요. 할머니, 어머니와는 다르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고요. 여자들이 순종적이고 참고 희생하며 살도록 강요받았다면 미남이는 윗세대보다는 좀 더 공격적이에요. 자기감정에 솔직하고, 불의를 보면 못 참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싸우기도 하고요.

 

홍미남의 엄마는 답답할 만큼 참고 사는 며느리인데, 요즘도 이런 인물이 있을까 싶습니다. 


성병숙 : 저야 그런 세대고, ‘싫어요, 아니요’ 소리를 못하며 살았죠. 일할 때는 내 목소리를 분명하게 냈지만, 사생활에서는 전혀 다르게 살았어요. 그런데 이 인물이 요즘 세대가 보면 답답해 보일지 몰라도 내가 보기에는 시부모와 아이들 사이에서 대견하게 잘하고 있거든요. 자기 아픔이 있지만 그걸 딛고 최선을 다해서 생을 살고 있는 거예요.

 

송희 씨는 극에서도 배우잖아요. 실제 성격도 홍미남과 비슷한가요?


서송희 : 자기 직업이니까 쉬울 것 같다고 얘기하시는데, 그걸 연기로 표현하는 건 쉽지 않더라고요. 솔직하고 당당한 건 딱 저 같다고들 하세요. 지금까지는 귀엽고 푼수 같은 역할을 많이 했는데, 좀 강인하고 섹시한 역할들이 욕심나거든요. 자기 인생을 스스로 헤쳐 나가는 용기 있는 여성상이 지금 시대의 흐름인 것 같고, 저도 그런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요.

 

성병숙 : 송희가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는 가녀린 쪽이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굳세고 당차고 섹시한 면이 있더라고요. 나한테 없는 캐릭터인데, 내 딸인가 싶어요(웃음). 쓰임이 그쪽으로 가지 않을까.

 

함께 무대에 서니 서로의 캐릭터도 더 잘 보일 것 같습니다. 연극 <내가 가장 예뻤을 때>를 시작으로 <안녕, 말판씨>, <테너를 빌려줘>에 이어 네 번째 동반 출연이잖아요.


성병숙 : 작품마다 우리의 역사가 보이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친구처럼 알콩달콩 서로 챙겨주는 기쁨이 컸는데, <안녕, 말판씨>를 할 때는 송희를 보면서 ‘당차졌네, 저렇게 대인관계를 하는구나, 참 잘하고 있다’는 생각에 대견하고 뿌듯했고, <테너를 빌려줘>를 하면서는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반면 나는 많이 쪼그라들었죠.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내가 걱정하는 게 아니라 송희가 늘 나를 챙겨주고. 아마 다음 작품에서는 완전히 역전될 것 같아요.

 

서송희 : 엄마와 같은 일을 하니까 조언을 구할 수 있어서 좋아요.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는 공유하기 힘든 것도 있고, 같은 일을 해도 속 터놓고 얘기할 수 없을 때가 있는데, 저는 엄마와 많은 얘기를 할 수 있거든요. 

 

성병숙 : 서로 첫공 보면서 모니터링도 해줘요. 거르지 않고 아주 솔직하게 얘기하거든요. 내가 아는 분야라서 얘기해줄 수 있다는 게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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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점은 없나요? 그래도 함께 연습하고 한 무대에 선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요.


성병숙 : 처음에는 꿈 같고 정말 좋았어요. 24시간 붙어서 대사 연습하고, 산책도 하고, 밥도 같이 먹고. 그런데 송희와 저의 실제 성향은 달라요. 좋아하는 캐릭터나 어떤 상황을 보면서 생각하는 게 완전히 달라서 부딪히는 면도 있어요.

 

서송희 : 작품을 여러 편 하다 보니 약간의 노하우도 생겼어요. 일단 현장에서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요. 처음에는 마냥 좋아서 곁에 있었는데, 그걸 보면서 서운해 하는 분도 있고, 다른 분들에게도 선배 배우로서 엄마가 필요하니까요. 같이 할 부분은 하되 제가 빠져야 할 때는 빠지는 거죠. 그런 것들이 정립이 됐어요.

 

엄마가 누구나 아는 배우면 같은 일을 하면서 도움도 받겠지만, 부담도 클 것 같습니다.


서송희 : 솔직히 다른 사람보다 기회가 많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저도 어떤 작품을 하든 오디션을 봅니다. 그리고 연기를 뒤늦게 다시 하면서 참여했던 첫 작품이 <내가 가장 예뻤을 때>였는데, 처음에는 엄마한테 누가 될까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했어요. 그런데 그때 잘해내지 못했다면 이렇게 이어지지 못했을 거라 생각해요. 누군가의 니즈에 맞았기에 계속 함께 무대에 설 수 있는 게 아닐까. 힘들 때도 있고 일이 안 풀릴 때도 있지만 뒤돌아보면 항상 뿌듯하고 재밌고, 저는 이 일이 정말 좋거든요. 엄마도 배우니까 함께 얘기 나눌 수 있고, 좋은 점이 더 많아요.

 


그렇다면 연극 <여자만세2>를 준비하면서는 서로 어떤 도움을 주고받았을까요?
현실 모녀의 솔직한 속내를 영상으로 직접 확인해 보시죠!

 

 

 


무대와 매체를 넘나들다 보면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무대를 꾸준히 찾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성병숙 : 배우는 갈고 닦고 훈련해야 한다고 봐요. 쉬고 있으면 녹슬거든요. 특히 젊은이들과 자주 작업해야 해요. 저는 송희 또래의 후배들이 정말 좋아요. 배우도 좋고, 연출이나 제작진도. 사람이 늙는 것과는 다르게 낡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내 것만 고수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걸 받아들여야 해요. 그때는 돈도 필요 없고 환경도 필요 없고, 좋은 사람들과 작업하는 것 자체만으로 좋아요. 송희가 연기자인 게 좋은 게 제가 30년 아래와 늘 함께 할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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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에 작품이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연극  <여자만세2> 매력을 말씀해 주세요.


서송희 : 아무래도 부모님 세대는 자기가 경험했지만 그때는 얘기하지 못했던 걸 다른 사람이 대신 말해주니까 시원한 기분이 들 것 같아요. 아등바등 살면서도 뭔가 달라지려고 노력하는 젊은 세대의 모습을 통해서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함께 생각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성병숙 : 선거와 공연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거든요. 관객을 직접 만나야 알게 되는 거라서 요즘 설레는 마음과 두려운 마음이 공존해서 잠이 안 올 정도예요. 아무래도 삼대를 보면서 세대별로 각각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게 재밌지 않을까요. 70대는 젊은 날 안 보였던 것들이 보이는 지혜가 생겼을 테고, 젊은 사람이 보기에는 답답해도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는 50대의 삶도 참 소중하거든요. 반면 자기 분야에서 인정받고 스스로의 세계를 구축한 30대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있고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견디고 도약하는 삶이죠. 그런 걸 함께 보는 게 재밌을 테고, 결론은 신나게 살자(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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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