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점에서 바라본 우주는 어떤 모습일까?
남극점으로 향하는 길에 만난 좋은 친구들이 떠오릅니다. 눈 덮인 대륙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일한다는 공통점으로 왠지 모를 끈끈함이 있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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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김준한 (우) 강재환 박사

 


『남극점에서 본 우주』 는 실험 천문학자들의 생생한 남극 탐험이자 흥미진진한 우주 관측기다. 머리카락 굵기보다 좁은 영역의 하늘에서 블랙홀을 찾고, 138억 년 전에 출발한 과거의 빛을 들여다보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춥고 고립된 남극점으로 간다. 지금 남극점에서 진행 중인 최신 천문학과 남극의 일상생활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필요한 장비를 직접 만들고, 관측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후다닥 만들어 쓰는 일당백 실험천문학자 김준한, 강재환 박사에게 생생한 남극 이야기를 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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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연구들을 소개해주세요!


김준한ㅣ 남극 대륙에서는 그 특수성으로 여러 연구가 진행됩니다. 세계 각국에서는 남극 대륙 곳곳에 기지를 세워 두었는데요, 아무래도 접근성이 좋은 해안가에 기지가 많습니다. 우리가 남극 하면 바로 떠올리는 펭귄을 비롯한 다양한 남극의 동물들이 바닷가에 서식하기 때문에 생물학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그 밖에 해양학, 대기과학 등의 연구들이 이뤄집니다.

 

그리고 바닷가에서 멀어져 내륙으로 갈수록 대기 중의 물이 적어 건조해지고, 천문학을 하기 좋은 환경이 됩니다. 지구 자전축이 지나는 남극점은 종일 같은 하늘이 머리 위에서 회전하는 데다 일 년의 절반이 밤이라 하늘의 한 영역을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관측하기에 좋습니다. 중성미자 검출 실험인 아이스큐브도 있고 천문학, 천체물리학 연구는 남극점의 과학 연구에서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남극점까지 가는 길에 생긴 기억 나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김준한ㅣ 저는 남극점으로 향하는 길에 만나는 좋은 친구들이 떠오릅니다. 만남이 항상 특별하게 느껴지거든요. 매년 여름 남극점에 방문하는 사람은 많아야 수백 명, 그리고 남극점에서 천문학을 연구하는 여러 사람은 학계를 떠나거나 연구 주제를 바꾸지 않는 한 몇 번씩 왕복을 하다 보니 금방 친해질 수밖에요. 남극점까지 내려가지 않고 해안가 기지까지 내려가는 친구들이라도 눈 덮인 대륙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일한다는 공통점으로 왠지 모를 끈끈함이 있습니다.

 

강재환ㅣ 남극점에 파견 가는 길은 미국 각지에서 시작하는데요. 하버드팀은 보스턴 공항에서 출발하고 스탠퍼드팀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출발해요. 뉴질랜드까지 가는 길에 보스턴 공항에서 출발한 팀원은 샌프란시스코나 LA 공항을 경유해서 가곤 합니다. 그런데 파견 보낼 때 필요한 부품이 늦게 준비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칼텍에서 준비된 부품을 스탠퍼드에서 받아, 보스턴에서 오는 팀원의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의 경유 시간에 맞추어 전달한 미션이 기억에 남습니다. 동료들이 펼친 수송 작전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실험’ 천문학자는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주세요!


김준한ㅣ 천문학은 갈수록 뛰어난 관측 장비들을 사용하면서 경계를 확장해왔습니다. 더욱더 많은 빛을 모으고 천체를 자세하게 분해해서 볼 수 있는 더 큰 거울, 더욱더 적은 잡음으로 신호를 깨끗하게 검출하는 센서를 사용하는 데다 우주로 망원경을 띄워 관측에 활용하기까지 하죠. 따라서 현실의 공학 기술이 어떻게 천문학 관측을 개선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을지, 한편으로는 더 나은 관측을 위해 어떻게 기술을 개발시켜나가야 할지에 대한 넓은 관심과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이런 역할을 해내는 사람들이 실험 천문학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강재환ㅣ 실험 천문학자는 관측하고자 하는 대상을 어떻게 관측할지 기기를 설계하고, 기기가 작동했을 때 예상되는 자료가 나오는지 또는 이상이 있다면 무슨 문제인지 해결의 실마리도 연구하는 등, 다양한 일을 이해하고 각각의 전문성을 가진 동료들과 협업하는 과정이 아주 중요합니다. 어떤 역할을 하더라도 이런 팀원들과 함께 하며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지금의 자리에서 연구하시기까지 거쳐온 길을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준한ㅣ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데서 멈추지 않고 계속 과학에 호기심을 가졌어요. 고등학교에 들어가 수학과 물리를 배우다 보니 눈으로 보이는 현상에 다 이유가 있음을 알고 신기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과학 공부도 꽤 열심히 했고요. 사실 어릴 때부터 공학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대학에 들어갈 때는 고민 끝에 공과대학에 진학해서 전기공학을 공부하고, 천문학도 함께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강재환ㅣ 중학교 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를 읽으면서 우주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하는 길에 발을 디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대학 교양 천문학 수준의 책을 읽으며 공부했습니다. 대학 때는 우주를 연구하기 위해서 물리, 수학, 컴퓨터 등 다양한 지식과 함께, 소통하며 협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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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김준한 (우) 강재환 박사

 

 

인류 최초로 블랙홀 사진을 찍기까지 어떠한 지난한 연구 과정이 있었는지 말씀해주세요!

 

김준한ㅣ 천문학 연구는 탄탄한 이론, 이론을 검증할 수 있는 관측, 정밀한 관측을 수행할 수 있는 기기 개발의 3박자가 조화롭게 이뤄져야 하죠. 블랙홀을 직접 관측한다면 어떻게 보일까에 대한 계산은 이미 1970년대에 시작되었어요. 처음 계산을 한 연구자들은 ‘정말 관측이 될 수 있을까?’ 하며 회의적이었지만요. 최근 강력한 성능의 컴퓨터를 수치 계산에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실제에 가까운 블랙홀 시뮬레이션 모델들을 얻었습니다.

 

더불어 관측과 실험 분야에서는 초장기선 전파 간섭계 기술이 본격적으로 천문학 연구에 활용되며 더 좋은 자료를 얻게 되었고요. 기술도 오랜 시도 끝에 발전했고요. 또한 관측으로 얻은 자료는 이론을 검증하는 데 쓰이는 동시에 다시 이론이 나아갈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과학자(천문학자)들은 각각의 세부 분야 혹은 여러 분야에 걸친 연구를 진행하면서 우리가 알고 싶은 과학적 진실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과정을 밟는 것이죠.

 

우주배경복사에서 우리가 알아낸 정보와 알아낼 수 있는 정보는 무엇이 있는지 알려주세요!


강재환ㅣ 우주배경복사가 처음 발견되었을 당시 우리 우주가 실로 뜨거운 빅뱅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고, 정말 놀라운 정보였지요. 우리 우주의 기하가 평평한 모양이라는 것, 은하들이 모여 있는 우주의 거대한 구조가 기원한 씨앗이 있었다는 것도 알아냈고요. 그 씨앗이 빅뱅의 순간에 엄청나게 빠른 급팽창으로 인해 양자요동이 거시적인 규모로 발현되었다는 정황 증거가 나왔습니다. 앞으로 이 급팽창이 어떤 방식으로 일어났는지를 확인시켜줄 편광 관측을 기대하는 시점입니다.

 

더불어 뉴트리노 입자는 어떤 질량을 가지고 있을지, 우주에 보통물질보다 훨씬 많은 양이 존재한다고 여겨지지만 실체를 확인하지 못한 암흑물질의 정체는 무엇인지, 우주를 가속 팽창시키는 원인은 역시 실체를 모르는 암흑에너지인지 아니면 일반상대성이론이 수정되어야 하는지 등등 다양하나 정보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와 다음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김준한ㅣ EHT 관측의 시작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2017년부터 지금까지 두 해의 관측이 있었습니다. 몇 달 뒤 2020년의 세 번째 관측을 앞두고 있고요. 이미 얻은 자료의 양도 워낙 많아서 지난 4월에는 2017년의 M87 블랙홀 관측 자료만이 분석을 거쳐 공개되었을 뿐이고, 많은 연구자가 아직도 지금 가지고 있는 자료의 분석에 시간을 쏟고 있습니다.

 

또한 블랙홀 주변을 더 뛰어난 분해능으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초장기선 전파 간섭계를 구성하는 망원경 사이의 거리를 더 멀리 떨어뜨려 놓을 수 있으면 좋은데요. 지구 바깥으로 위성을 띄워서 지구 크기보다도 큰 가상의 망원경 배열을 구성해 관측에 활용하는 방안도 연구자들이 논의 중에 있습니다. 

 

강재환ㅣ 2019년 남반구의 여름인 지금, 바이셉 팀원들은 켁 어레이를 바이셉 어레이로 교체하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는 BICEP3급의 망원경 4대가 모여 우주배경복사를 관측할 예정입니다. 단계적으로 교체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번에는 먼저 망원경 마운트를 교체하고, 바이셉 어레이 망원경 1대를 먼저 투입하고, 나머지 빈 자리에는 켁 어레이를 구성하던 망원경을 채워 함께 관측할 예정입니다. 완성된 바이셉 어레이에 들어갈 4대의 망원경은 2023년까지 각각의 다양한 주파수 대역에서 아주 정밀한 우주 신호를 관측해서 우주배경복사에 새겨진 무늬를 더욱 정밀하게 측정할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 김준한


서울대학교에서 전기공학과 천문학을 공부했고 미국 애리조나대학에서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파 망원경 간섭계를 이용한 초대질량블랙홀 연구가 세부 전공이며 관측 연구를 위한 기기를 직접 만든다. 아문센-스콧 남극점 기지에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4번의 여름을 보냈으며 학위 주제의 일부로 개발한 전파 수신기를 남극점 망원경South Pole Telescope에 설치했다.

 

* 강재환


미국 코넬대학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공부했고, 스탠퍼드대학에서 물리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우주배경복사의 편광 신호를 관측하여 빅뱅 우주의 초기에 가까운 모습을 탐구한다. 관측 자료의 질을 높여 좋은 지도를 얻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아문센-스콧 남극점 기지에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세 번의 여름을 보내며 연구팀원들과 BICEP3 및 켁 어레이Keck Array 전파 망원경을 설치했다. 2020년 4월부터는 박사후연구원으로 정밀한 우주배경복사 관측을 이어갈 예정이다. 미국 국립과학재단에서 수여하는 남극 공로 메달을 받았다. 가끔씩 이야기 쓰기를 좋아하며 2018년, '현대계간문학' 소설 부문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남극점에서 본 우주김준한, 강재환 저 | 시공사
실내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연구자가 아닌, 남극에서 필요한 장비나 프로그램을 임기응변으로 만들어내고 망원경으로 관측까지 수행하는 실험 천문학자들의 실제 경험이 담겨 더욱 생동감 있다.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던 새로운 우주 이야기, 젊은 천문학자들의 패기 넘치는 남극점 우주 탐사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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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