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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미 “밀레니얼 세대? 우린 하나로 정의될 수 없다!”

『오늘도 세계평화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황유미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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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들은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중인 것 같아요. 이런 때일수록 같은 세대끼리 정서적으로 의지가 되는 건 물론 실질적인 정보 공유와 기회를 주고받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201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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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세계평화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는 밀레니얼 세대의 다채로운 삶의 모양을 현실과 환상과 함께 녹여낸 작품이다. 소설에 실린 여섯 편의 단편은 밀레니얼 세대를 둘러싼 편견을 깨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게끔 안내한다. 누군가의 부름을 받아야 소설가가 될 수 있는 한국 문단의 특성상, 등단이나 신인 추천을 받지 않고 작가가 되기란 몹시 어렵다. 그러나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동시대 작가로 당당히 선 사람이 있다. 바로 소설가 황유미다. 그는 독립 출판으로 소설집 피구왕 서영』 을 내며 혼자만의 힘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결과는 대성공. 독립 서점가를 휩쓴 피구왕 서영』 은 출판 계약을 통해 정식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베스트셀러에까지 오른다.


『오늘도 세계평화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에는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오직 책에서만 만나 볼 수 있는 여섯 편의 단편 소설이 실렸다. 이 6편의 주인공이 모두 소문만 무성한 ‘밀레니얼 세대’다. 어렵게 학교를 졸업하고, 죽기 살기로 사회에 나와 이리저리 치이고 깨지는 중인 그들에게 작가는 오래 공들여 바라보는 것으로 다정한 응원을 보낸다. 오늘도 현실의 허들을 넘으려 하는 사람들이 계속 달릴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이야기꾼 황유미 저자를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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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책이 나오고 열 달이 막 지났는데 두 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한 해에 책 2권을 출간한 다작 작가가 되신 기분이 어떠신가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어? 진짜 했네?”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매일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이 이야기를 끝낼 수 있을까?”라고 의심했어요. 쓰면 쓸수록 더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커져서 괴로웠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호흡이 잘 맞는 편집자님을 만나 큰 진통 없이 세상에 두 번째 책이 나왔네요. 지금은 후련합니다. 적어도 이번에 하려던 이야기는 다 한 것 같아서요. 이제는 빨리 많은 분들께서 읽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한동안은 매일 리뷰나 댓글, 감상평이 올라온 게 있나 찾아보며 하루하루 보낼 것 같아요. (하하)

 

소설의 주인공들이나 그 주변 인물들까지 모두 ‘밀레니얼 세대’입니다. 이 세대에 초점을 맞춘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무엇보다 지금 가장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밀레니얼 세대니까요. 저는 물론 가까운 친구들, 동생들, 선배들이 사회에서 겪는 갈등과 진통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해가 갈수록 또래들끼리 모인 어느 모임에 가도 서로 축하할 일이나 기뻐할 일보다는 걱정할 일이 더 많아진다는 걸 체감했어요. 회사원은 반복되는 하루로 인한 권태와 무력감, 혹은 바쁜 업무와 사람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문제이고, 프리랜서나 자영업자들은 당장 다음 달 생존도 불투명하니 늘 불안해서 앓는 소리를 할 수밖에 없죠. 그런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그런 친구들에게 힘이 될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당장 우리 일상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내일 하루쯤은 더 버텨 볼 힘을 내기 위해서라도 이야기의 힘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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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힙스터존」 「강시의 심장에는 도깨비가 산다」 『오늘도 세계평화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등 제목이 무척 재미있고 독특합니다. 이런 제목을 짓는 비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선 재미있다니 다행입니다. 진심으로 감사해요! 비법이 따로 있는 것 같지는 않고, 어디에서 영향을 받았는가 곰곰이 생각해 보면 회사 생활인 것 같습니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전에는 4년 6개월간 회사에서 디지털마케팅 일을 했었어요. 워낙 짧은 글로 하고자 하는 말을 빠르게 요약하는 일, 또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야 하는 일이다 보니 아마도 회사에서 일할 때 들인 습관이 글을 쓸 때도 자연스레 나오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가끔은 압박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해요. 밋밋한 제목을 지으면 아쉽고, 뾰족하게 각이 살아서 눈길을 끄는 제목을 지었을 때 쾌감이 느껴집니다. 사실 ‘노힙스터존’을 생각하자마자 “이거다!”라고 소리 내서 좋아하기도 했답니다.

 

그렇다면 글의 소재를 주로 어디에서 얻는 편인가요?


영화, 드라마, 책, 웹툰, 유튜브 동영상, 인스타그램 광고, 트위터 짤까지. 콘텐츠는 무조건 많이 보려고 노력합니다. SNS도 일부러 많이 접속하려고 해요. 광고 문구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도 있어서요. 이번 소설집에 수록된 「노힙스터존」과 「이대로 보내지는 않으려 해」도 그렇게 SNS를 염탐하다가 ‘노래퍼존’ ‘연어동아리’라는 두 단어를 발견하고 쓰기 시작한 이야기입니다. 보고 읽는 것 외에 가장 중요한 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공상만 하는 ‘멍 때리는 시간’을 빼두는 것입니다. 잠들기 전에는 음악 틀어놓고 침대 위에서 공상하는 시간을 따로 가집니다. 이렇게 상상한 것들을 모아서 이어 붙이고 현실에 맞게 가공하는 방식으로 소설을 쓰는 편입니다.

 

「이대로 보내지는 않으려 해」에는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모임>이라는 재밌는 이름의 모임이 등장하는데요. 이 모임에 들어가신다면 어떤 소모임에서 활동하고 싶으실까요? 더불어 이 ‘흑화’ 버전인 <싫어하는 것을 더 싫어하는 모임>에서는 어떤 모임에 참가하시고 싶으신가요?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모임>은 이미 비슷한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매주 목요일마다 ‘이후북스’라는 책방에서 글 쓰는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사는 곳, 직업, 나이, 살아온 환경 같은 것들은 하나도 모른 채 그저 글쓰기를 좋아하고 계속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모인 사람들이 어느덧 1년째 계속 쓰고 있네요. 이제는 서로 작업을 응원해주고 독려하는 든든한 동료 사이가 되었고요.

 

<싫어하는 것을 더 싫어하는 모임>이 실제로 있다면 저는 솔직히 활동할 자신은 없네요. (싫어하는 게 보이면 적극적으로 도망가는 편이어서 하하) 그렇지만 겨울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다면 들어가 보고 싶어요! 추위를 많이 타고 여름을 좋아하는 편이라 요즘 유난히 괴롭네요. 이런 때에는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야기하면 조금 덜 괴롭게 겨울을 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황유미 작가님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미움이 없는 세계’인 것 같아요. 작가님께서 어떤 방식으로 미움이나 증오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이겨 내시나요?


미움과 원망이 들 만큼 나와 맞지 않는 상대와 환경으로부터 빠르게 도망가서 부정적인 감정을 애초에 피하는 편이긴 합니다. 이길 수 없는 상대와 싸우기보다는 그 에너지를 아껴서 내가 더 즐겁게, 잘할 수 있는 일과 사람에 집중하자는 쪽이죠. 하지만 사회생활을 할 때면 어쩔 수 없이 싫은 사람도 만나야 하고 싫은 상황도 마주해야 하는데,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면 먼저 글을 써서 해결합니다. 지금 내 감정에 대해 뭐라도 쓰고 나면 감정의 찌꺼기가 많이 떨어져 나가고 시원해지거든요. 그렇게 해도 소용없을 때는 땅굴을 팝니다. 혼자 충분히 시간을 보내고 놀아 줍니다. 혼자서 영화를 실컷 보고 잠을 자고, 혼자가 지겨워질 정도까지 충분히 나와 놀아주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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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께 밀레니얼 세대란 무슨 의미일까요? 작가님께서 바라보신 밀레니얼 세대는 어떤 것 같나요?


일반화해서 얘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한 세대에 속해 있다고 해도 개개인은 결코 하나로 정의될 수 없으니까요. 단지 저라는 사람이 가정에서는 부모님 세대와, 직장에서는 선배 세대와 소통하며 느낀 지점만 말을 해 보자면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찾아야만 하는) 세대인 것 같습니다. 집단에서 느끼는 소속감은 갈수록 헐거워지고, 직장에서도 선배 세대가 먼저 “너희는 미리 똘똘하게 살길을 모색해라.”라는 직설적인 조언을 합니다. 그러니까 안주하지 말고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다른 길’을 각자 모색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은 선배 세대의 조언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도 해요. 그런데 ‘그럼 어떻게 다르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는 그 누구도 답해 주지 않아요. 답할 수 없기도 하고요.

 

이전 세대와는 다르게 살아야 할 것 같은데 그 방법까지는 조언을 구할 곳이 마땅치 않은 밀레니얼 세대들은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중인 것 같아요. 이런 때일수록 교류는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정서적으로 의지가 되는 건 물론 실질적인 정보 공유와 기회를 주고받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지금은 혼자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지만 일하는 밀레니얼들과 교류하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입니다. 저에게는 소설을 쓰는 일도 크게 보면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통해 말을 거는 소통 방식이기도 합니다.

 

 

 

 

 

* 황유미


1989년 창녕에서 태어났다. 아홉 살 때부터 쓰는 삶을 상상했고, 학창 시절 유일하게 좋아한 과목이 문학이라 자연스럽게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직업으로서의 작가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두려움에 급하게 진로를 수정하여 첫 직업으로 회사원을 택했다. 작가가 아니면 글을 쓸 수 없다는 금기라도 있는 것처럼 의식적으로 수년간 피하다가, 우연히 쓰게 된 글에 발목이 붙잡혔다. 쓰지 않는 낮이 아까워 잠시 본업을 그만둔 후 올여름 내내 낮이고 밤이고 원 없이 쓴 결과물이 『피구왕 서영』이다. 앞으로도 기꺼이 글에 발목이 붙잡힌 채로 쓰고 싶다. 밤에 자고 낮에 쓰며, 해가 긴 여름을 좋아한다.

 

 

 

 


 

 

오늘도 세계평화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황유미 저 | 언유주얼(an usual)
어쩔 수 없이 약자가 당해야 하는 사회에서 사회 초년생의 역할을 맡은 이들의 아픔을 이해하는 황유미 작가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오늘 밤은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또 하나의 허들을 넘으려 애쓰고 있는 당신에게 이 소설이 특별한 감동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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