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보며 삶의 지혜를 얻는다
지난 7월 8일, 예스24 중고서점 목동점에서 『우주 덕후 사전』 의 저자 강연회가 열렸다. 자신을 ‘아마추어 천문가’로 소개한 이광식 저자는 우주/천문 과학 분야에서 다양한 책을 저술해왔다. 2011년 출간한 첫 책 『천문학 콘서트』 는 그 해의 ‘문화체육관광부선정 우수도서’, ‘한국과학창의재단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외에도 『잠 안 오는 밤에 읽는 우주 토픽』 , 『별아저씨의 별난 우주 이야기』 , 『십대, 별과 우주를 사색해야 하는 이유』 , 『두근두근 천문학』 등을 집필했다.
10여 년 전부터 강화도에서 개인 관측소 ‘원두막 천문대’를 운영하고 있는 ‘별지기’ 이광식 저자는 활발한 강연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서울신문>에 ‘이광식의 천문학 ’를 연재하고 있다. 최근 출간한 『우주 덕후 사전』에서는 200개의 문답으로 우주에 관한 핵심적인 사항들을 정리했다. ‘덕후력 기초’라는 부제가 붙은 1권에서는 ‘태양은 얼마나 오래 된 건가요?’, ‘태양계는 어떻게 형성되었나요?’, ‘지구는 왜 공처럼 둥근가요?’ 등 지구, 달, 태양, 태양계, 소행성, 혜성에 대해 들려준다. ‘덕후력 강화’를 위해 만들어진 2권에서는 별, 성운, 은하, 블랙홀, 빅뱅, 우주론, 외계인 등을 다룬다.
이 날의 강연에서도 우주의 탄생과 생로병사, 지구, 태양에 얽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많은 독자들이 방학을 맞은 자녀와 함께 강연장을 찾아와 흥미로운 우주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세상은 두 집합의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1집합은 우주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 2집합은 우주에 관심이 있는 사람입니다. 제1집합의 사람에게 우주를 이야기하려고 하면 대체적으로 이런 반응이 나옵니다. ‘우주가 나랑 무슨 상관이 있어, 우주를 안다고 밥이 나오나 돈이 나오나.’ 왜 그럴까요? 우주에 대해서 아무 감흥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늘을 안 보기 때문이에요. 땅만 보고 살기 때문에 하늘에 대한 감수성이 다 죽어버렸어요. 그럴 때 저는 이렇게 대응합니다. ‘우주를 안다고 밥도 안 나오고 돈도 안 주지만, 우주를 보면 가치관의 중심을 잡을 수 있고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요.”
이광식 저자는 “7천 년에 이르는 과학사에서 가장 놀랍고 위대한 발견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20세기 초까지 사람들은 우리 은하가 우주의 전부인 줄 알았고, 우주는 영원 이전부터 영원 이후까지 존재한다는 이른바 ‘정상우주론’을 믿었기 때문이다. 이후 ‘빅뱅우주론’의 등장으로 138억 년에 우주가 탄생했다는 사실이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빅뱅우주론자들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138억 년 전에 빅뱅이 일어났습니다. 아주 작은 ‘원시 원자’ 하나가 폭발을 일으켰어요. 거기에서 시간과 공간이 태어났고, 물질의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빅뱅의 공간에 나타난 최초의 물질은 수소였습니다. 그리고 약간의 헬륨이 태어났습니다. 수소와 헬륨의 가스가 태초의 빅뱅 우주 공간을 가득 채운 물질입니다.”
우주 공간 안에서 중력의 힘을 받은 수소는 별을 만들어냈다. 중력이 작용하면 중심을 향해서 가스가 소용돌이치며 수소 공을 만드는데, 이때 중심에서 기압과 온도가 치솟는다. 그리고 수소와 헬륨이 합쳐지며 원자 에너지가 발생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별의 탄생”이라고, 이광식 저자는 말했다. 태양은 물론이고 온 우주에 있는 모든 별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 태어났다.
“별들은 평균 3~4 광년에 하나씩 듬성듬성 있는데, 우리 은하의 별들은 4천억 개나 됩니다. 이 우주에는 그런 은하가 2천억 개나 돼요. 별의 개수는 10의 23승 개 정도 되는데요. 지구상의 모래알의 10배쯤 됩니다. 이 우주가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걸 실감할 수 있습니다.”
인간, 우주 못지않게 기적 같은 존재
‘우주에는 얼마나 많은 별들이 있나요?’ 만큼이나 어린이 독자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은 ‘왜 별은 다 동그란 모양이에요?’라는 것이라고. 이광식 저자의 답은 명료하다. “중력 때문”이라는 것.
“중력 때문에 결국은 구형이 됩니다. 큰 천체들은 다 구형이에요. 그렇다면, 중력이 약하면 어떻게 될까요? 지름이 700km가 안 되는 소행성 같은 경우에는 중력이 약해서 모양이 울퉁불퉁합니다. 대체적으로 지름이 700km 이상이 되면 중력이 지배적인 힘이 돼서 둥글게 뭉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동그란 별을 오각형으로 그리고 있을까? 이번에도 저자는 명쾌한 답변을 들려준다.
“우주에서 보면 별은 점으로 보입니다. 별빛이 오각형으로 보이는 건 대기 때문이에요. 대기가 일렁거리기 때문에 별빛이 흔들려서 보이는 겁니다. 그래서 보는 사람에 따라서 오각형으로 보이기도 하고 사각형으로 보이기도 하는 거예요. 천문대를 늘 산꼭대기에 만드는 것도 대기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천체 관찰하는 사람들은 주로 겨울에 관찰하는데, 그때가 습도가 낮아서 하늘 상태가 좋아서 그렇습니다.”
강연의 후반부, 저자는 직접 준비해 온 영상과 함께 설명을 이어갔다. 지구를 비롯해 여러 행성들의 크기를 비교하거나, 별의 일생, 태양계의 실제 움직임을 재현한 영상들이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우리 태양계는 ‘성운’에서 태어났습니다. 성운이 뭉쳐지기 시작할 때 가까이 있는 초신성 하나가 폭발했어요. 그 충격에 의해 성운이 소용돌이치면서 태양계가 만들어졌습니다. 가운데에 태양이 생기고 수성, 금성, 지구, 화성, 토성 등 여덟 개의 행성과 수천 억 개의 소행성이 탄생해 태양계를 이루었습니다.”
마지막 영상은 ‘보이저 1호’에서 촬영한 ‘창백한 푸른 점’(지구)의 모습이었다. 점점 작아져가는 작고 푸른 별을 바라보면서 이광식 저자는 ‘나와 우주, 나와 별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어떻게 보면, 여러분은 ‘메이드 인 스타(made in star)’입니다. 별 속에서 만들어진 거예요. 여러분 몸속에는 10의 22승 개의 원자가 있습니다. 그 중에 2/3는 수소 원자인데, 그 수소 원자는 138억 년 전의 빅뱅 우주 공간에서 만들어진 겁니다. 천문학자들은 이 수소가 다음의 어떤 시간, 어떤 공간에서도 만들어질 수 없는 거라고 합니다. 그것이 138억 년 동안 순환의 순환을 거쳐서 우리 몸속 원자의 2/3를 차지하고 있는 거예요. 알고 보면 우리 몸도 진짜 유구한 존재입니다. 138억 년의 역사가 들어가 있는 겁니다. 저는 인간도 우주 못지않게 기적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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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덕후 사전이광식 저 | 들메나무
차 안에서든 여행지에서든, 어디를 가든 늘 손에 들고 다니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도록 작은 판형에 다양한 볼거리, 읽을거리들을 담았다. 어느 쪽을 펴고 어디를 읽어도 재미있게 우주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