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테레즈 라캥> 은 프랑스의 소설가 에밀 졸라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동명으로 된 영화가 2013년 개봉되었고, 한국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의 원작으로 알려졌다.
숨겨둔 욕망을 끄집어내다
무대는 테레즈와 라캥 부인, 부인의 아들인 카미유가 함께 사는 파리의 작은 집이 전부다. 식탁이 있는 응접실과 부엌이 1층에 있고, 2층에는 침실과 테레즈와 카미유의 친구 로랑의 밀회 장소가 있다.
로랑이 등장하기 전까지 테레즈는 존재감이 없다. 드러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자신을 끊임없이 벽으로 집어넣는 사람처럼 보인다.
테레즈를 벽 안으로 밀어 넣은 것은 라캥 부인이다. 어린 시절 라캥 부인의 집에 잠깐 맡겨진 테레즈는 자신이 ‘남의 집’에 얹혀살고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안다. 라캥 부인이 하라는 것은 곧 한다고 입력된 로봇처럼 행동한다.
테레즈의 태도가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라캥 부인의 연기 덕분이다. 부인이 ‘테레즈’의 이름을 뒤로 길게 빼며 부를 때마다 목소리가 테레즈의 어깨를 바닥으로 누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무채색인 테레즈를 벽에서 끄집어낸 것이 로랑이다. 로랑은 카미유의 가까운 친구로 카미유와 테레즈가 결혼을 약속한 직후 집에 찾아온 손님이다. 두 사람의 결혼 소식에 로랑이 둘을 그리겠다고 나선다. 로랑의 이젤 앞에 선 테레즈는 조금씩 색이 덧칠해지는 것 같다. 생기가 돌고, 욕망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욕망이 변화하는 과정을 그리다
뮤지컬 <테레즈 라캥> 의 등장인물은 모두 뚜렷한 욕망이 있다. 그 중 테레즈의 이야기가 주목되는 것은 테레즈의 욕망만이 완성형이 아니라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라캥 부인의 욕망은 카미유을 향해 있다. 라캥 부인이 테레즈를 받아들이고, 함께 사는 이유 역시 자기 대신 아들의 약 먹을 시간을 챙길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카미유의 욕망은 테레즈를 향해 있고, 로랑의 욕망은 라캥 부인의 집으로 상징되는 재산에 있다. 테레즈의 욕망은 로랑으로 인해 발현되지만, 마지막으로 갈수록 양심 때문에 흔들리고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욕망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나 경험, 지식에 의해서 발현되는 과정이나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테레즈는 무채색으로 자신의 생기를 철저히 숨길 만큼 치밀하고, 자신의 욕망이 잘못된 결과를 가지고 왔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만약 테레즈가 어린 시절을 라캥 부인의 집에서 보내지 않았다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세계를 넓게 볼 수 있었다면 어땠을지 생각해보게 한다.
뮤지컬 <테레즈 라캥> 은 좁은 집에 커다란 욕망을 채워나가는 네 사람의 이야기다. 9월 1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2관에서 만날 수 있다.
이수연
재미가 없는 사람이 재미를 찾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