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나에게 맞는 인생을 살 수 있을까
나하고 어울리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거나, 왠지 모르겠는데 답답하다면, 심지어 우울증까지 온다면 분명 어딘가 어긋나 있는 거죠.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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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힐링, 거리 두기. ‘다 함께’를 외치던 사회에 균열이라도 난 것일까. 아니면 그동안 꼭꼭 숨겨왔던 목소리가 이제야 하나둘씩 터져 나오기 시작한 걸까. 무엇이 시발점이 되었든 간에 요즘 화제는 단연 ‘나 찾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나답게 산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정답만 강요하는 세상에서 정답과 거리가 먼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할 시간이 없어서일 수도 있고, 알아도 현실이 발목 잡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 안치형 작가의 인문 에세이 『나를 찾아가는 생각연습』  은 자신에 대해 알고자 하는 사람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다. 이 책은 무작정 자유로워지라고, 행복하게 지내라고 외치지 않는다. 먼저 개성을 회복하라고 한다. 두발 버둥거리며 태어난 우리가 어쩌다 개성을 잃어버렸는지, 어떻게 다시 회복하는지, 그리고 개성대로 살아갈 때 어떤 일을 겪게 되는지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해준다. 개성을 직업으로 삼고 싶은 이들을 위한 팁까지 빼놓지 않았다. 나답게 산다는 것, 개성 있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작가에게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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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게 개성이라고 강조하시는데, 꼭 개성 있게 살아야 하는 걸까요?

 

‘개성’이란 단어가 많이 오염되었다고 생각해요. 튀는 것, 반항하는 것, 특별한 재능, 이런 식으로요. 사실 개성의 사전적인 뜻은 ‘다른 사람이나 개체와 구별되는 고유한 특성’이에요. 사람들 모두에게 각자의 고유한 특성이 있지요. 하다못해 쌍둥이라도 모든 면이 같진 않잖아요. 그러니 개성 있게 살라는 것은 그저 자기 생긴 대로 살자는 거예요. 함께 식사해도 누구는 된장찌개를, 누구는 김치찌개를 시키잖아요. 입맛이 다르니까요. 그게 바로 개성이라 생각해요. 자기 입맛에 맞게 살자는 거죠.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 라고 물어보는 분들도 많았어요. 무조건 그래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스스로가 알 거예요. 나에게 그런 삶이 필요한지 아닌지는. 뭔가 나하고 어울리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거나, 왠지 모르겠는데 답답하다면, 심지어 우울증까지 온다면 분명 어딘가 어긋나 있는 거죠. 저는 심리학이나 철학, 의학 전공자가 아니에요. 하지만 경험상, 그럴 때는 그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상당히 개운해지더라고요. 하다못해 내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누는 것만으로도. 개성 있게 살아야 하냐고요? 지금 행복하지 않다면, 그 이유가 나와 어울리는 삶을 살지 않아서라면, 네, 꼭 개성 있게 사시길 추천합니다.

 

자존감을 주제로 한 책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 무슨 차이가 있나요?

 

예전에 지인이 이런 말을 해줬어요. “공감 이야기 정말 많이 읽어봤는데 솔직히 그때뿐이더라. 자존감을 세우라는 이야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자존감을 세울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이 있으면 좋겠어.” 분명 나와 있을 텐데 본인이 안 본 거 아닐까 싶어 저도 좀 찾아봤어요. 예상대로 없진 않았어요. 다만 이런 생각은 들더라고요. ‘남의 이야기처럼 들린 거 아닌가?’


저는 1년이 넘게 토론모임을 운영했어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했죠. 많게는 한 달에 100명씩 만났으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났겠어요. 연령대도, 직업도 다양했어요. 외국에서 오래 일하신 분들도 한국에 올 때마다 시간 맞춰서 모임에 참석하시곤 했죠.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의 고민을 듣게 되었어요. 한국에서 나고 자란 분들에게 보이는 공통적인 모습도 보게 되었고요. 저 역시 피해갈 수 없었던 현실이기도 했던. 기존 책들과 차이라고 한다면 아마 이런 게 아닐까 싶어요, 우리의 이야기고 나의 이야기라는 것. 자존감이 떨어지게 된 역사적인 배경, 문화적인 배경까지 다루고 있다는 것. 어떻게 하면 자존감을 회복해서 ‘나다움’을 회복하는지 실천방법까지 제시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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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모임을 운영하신 경험이 개성 있게 살라고 주장하시는 것과 관련이 있나요?

 

‘생각모임’이란 토론모임을 서울, 부산, 대구, 부천에서 운영했어요. 토론 주제는 ‘우리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었고요. 타인, 죽음, 환경, 사상, 꿈, 죽음, 마음가짐 등등. 이런 주제를 정한 건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었어요.


스승의 날, 은사님께 인사드리는 자리였는데 제가 다루기 매우 까다로운 학생이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데 말을 잘 안 들었으니까요. 학급 반장이고 공부도 곧잘 했는데 말이죠.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어요. 누가 뭐를 해야만 한다고 하면 우선 의심부터 해요. ‘왜 나한테 저런 말을 하지, 정말 나한테 필요한 일인가?’ 저도 어느덧 아이 아빠가 되었지만, 어른이라고 세상을 전부 다 아는 건 아니잖아요. 자기가 속한 곳, 보고 배운 것 이상을 보기 힘든 게 사실이죠. 경험 없는 지식은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렇게 하면 인생을 잘 산다, 장가를 잘 간다, 좋은 대학을 간다.’는 말씀에 선뜻 “네!”라고 할 수 없었던 거죠.


그런데 성인이 되고 나니 아닌 걸 알면서도 책임을 다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타협하는 일이 잦아졌어요. 일단 일하는 것 자체가 중요했죠. 애까지 생긴 다음엔 더 그랬는데 어느 순간 탈진하겠더라고요. ‘이렇게 사는 건 아닌데.’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떻게든 버텨왔는데 더는 안되겠더라고요. 회사를 나와 장사를 하고 요리학교에 다녔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에 도전했죠. 결과가 좋지 않았어요. 막연히 제가 꿈꿔왔던 것일 뿐, 막상 해보니 제 몸에 딱 맞는 일은 아니었던 거예요. 다시 회사로 돌아왔고, 그때부터 곰곰이 생각했죠. 어떻게 하면 나에게 맞는 인생을 살 수 있을까. 그러다 알게 되었어요. 나다움을 회복하려면 그동안 제 생각을 가로막고 있던 것들부터 하나씩 깨트려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것들이 토론주제가 된 거예요.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라면 저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까요. 스스로가 못 미더워 각 분야의 권위자들을 찾아다녔죠. 교수님, 시민단체회장님, 영화감독님, 많은 분을 만났어요. 기꺼이 제 이야기를 들어주셨고, 각자 의견도 주시고 용기도 주셨답니다.


나답게 산다는 건 좋지만 분명 피해자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나만 좋을 수는 없는 세상이잖아요. 진정한 나다움이란 뭘까요?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는 다릅니다. 나만 좋은 건 이기주의고 남들도 함께 배려하는 것이 개인주의죠. 예를 들어 낚시를 좋아하는 남편이 있어요. 주말에 새벽같이 나가서 하루 꼬박 낚시를 하고 깜깜한 저녁에 들어오면, 혼자 남아서 아이를 보는 아내는 어떻겠어요. 하루 종일 수고한 아내를 위해 다음날 온종일 아이를 봐준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죠. 내 개성을 지키려면 상대의 것을 존중해야 해요. 진정한 개성 있는 인생은 바로 이런 거죠.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는 굉장히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 같아요. 나를 더 생각하는 순간 순식간에 이기주의가 되니까요. 서로 피곤해지는 거죠. 개성에 대한 온갖 나쁜 이미지들은 그렇게 생긴 게 아닐까 싶어요. “나만의 개성이다.”라고 외치면서 자기만 알고 주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말이죠. 인간은 사회적 존재예요. 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사람들과 부대낄 수밖에 없습니다. 산골짜기에서 혼자 움막 짓고 살아갈 게 아니라면요. 배려해야죠. 나만큼 상대도 귀하고, 내 행복이 소중한 만큼 상대의 행복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좋은 걸 알면서도 막상 실천하려면 쉽지 않은 게 참 많습니다. 개성을 회복한다는 것도 그럴 것 같아요.

 

물론 쉽진 않죠. 다행인 건 습관은 만들어진다는 거예요. 개성을 회복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습관을 들일 수 있어요. 질문하고 행하기. 우선 이 두 가지면 됩니다. 먼저 질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떠먹여 주는 밥은 그만 먹고, 비판적인 사람이 될 필요가 있어요. 나에게 필요한 것을 가려내는 거죠. 가장 좋은 방법은 당연히 독서죠. 밑줄 치고 암기하듯 볼 게 아니라, 내 상황에 비추어서 읽어 보는 능동적인 독서라면 더 좋죠. 아무리 몸에 좋은 약이라도 몸에 안 맞는 사람이 있을 테니까요. 지금 읽는 문장이 나에게 맞는지 아닌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독서, 이런 독서는 비판능력을 키워주죠.


다음으로 실천이에요. 누군가가 대신 결정해주길 기다리는 사람은 평생 결정 당하고 살아요. 나이가 든다고 지혜가 자연히 스미는 것은 아니잖아요. 스스로 고민해서 결정을 내리고, 실행하면서 실패하는 경험도 쌓으면서 지혜는 쌓인다고 생각해요. 질문으로 내 기준에 맞는 것을 골라냈으면 시도해봐야죠. 그래야 내 생각과 맞는지 아닌지 확실히 알 수 있어요. 아니라면 수정하고 맞으면 계속해나가면 되죠. 어렵지 않아요. 습관이 안 들어서 그렇지. 주위에 물어봤자 어차피 대단한 답도 없더라고요. 다들 자기 살기 바쁘고, 대개 본인들도 헤매고 있고 무엇보다 나한테 관심이 별로 없어요.


나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그 질문대로 행하기. 이 두 가지로 개성의 범위를 점점 좁힐수 있어요. 막연하게 생각만 하던 것을 하나씩 실천하면서 정말 나에게 맞는 것을 찾게 되죠. 저도 다양한 일을 해본 후에야 저에게 맞는 일을 찾았습니다. 계속 생각만 하고 있었다면, 언젠가 후회했을 거예요. 때늦은 후회를 했겠죠. 주위에 자기 개성대로 사는 사람들을 보면 대체로 적극적인 사람들이에요. 활달하다는 게 아니라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결정대로 해나가는 데 적극적이죠. 이런 사람들이 후회도 적어요. 누구나 후회는 하지만 적어도 안 해서 생기는 후회는 없으니까요.

 

이 책에 나온 대로 연습하면 정말 나를 찾을 수 있나요?

 

사람마다 다르겠죠. 누군가는 책을 읽어도 실천을 안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성급하게 실천부터 하고 나중에서야 자신에 대해 깊게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요. 모두에게 들어맞는 정답이란 게 있을 리 만무하죠. 그래도 어떤 분들은 제 책을 보고 자신의 모습을 회복하리라 생각해요. 시간은 걸리겠지만. 정말 중요한 일일수록 시간이 오래 걸리는 법이죠. 저는 ‘나다움’을 회복하기까지 20년이 걸렸는걸요. 제가 어렸을 때 누군가 이렇게 말해줬다면 분명히 시간을 줄였을 거예요. 나를 회복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나를 회복한 후에 마주하게 될 현실에도 대비할 수 있었겠죠. 막연히 불안한 미래에 대해 누군가 미리 알려주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조언해준다면 조금이라도 자신감을 갖게 되었을 거예요.


어떤 일이든 완성을 해나가는 데는 추진력보다 끈기가 중요해요. 추진력이 좋은 사람은 어쩌면 성격이 급한 사람일 수 있어요. 제가 그래요. 이것저것 정말 많이 해봤죠. 이런 사람일수록 한 가지를 진득하게 하는 게 참 불편합니다. 이거 아닌 거 같은데 하면 금방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릴 가능성이 크죠. 추진력이 강하니까. 다행히 저는 좌충우돌하면서 제가 끈기를 부려야 할 분야를 찾았죠. ‘이 책에 나온 대로 연습한다면’이라는 전제에 절대 빠지지 않아야 할 것이 끈기예요. 끈기 있게 책에 나온 질문에 답해 나가다 보면 많은 분들이 자기만의 답을 찾으시리라 믿어요.

 

독자들이 이 책을 보고 어떤 생각을 가졌으면 하시나요?

 

자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셨으면 좋겠어요. ‘저 사람들은 저렇게 살았구나.’에서 그치지 말고 ‘그러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 하면서 자신을 보셨으면 해요. 그래서 다양한 분들의 사례를 넣었거든요. 자영업자, 회사원, 가정주부, 전문직, 취업준비생, 연극배우 등 우리 주위에 있는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공감 가는 이야기를 만나실 테니까요.


그동안 ‘우리’를 신경 쓰느라 정작 ‘나’에 대해 생각해 본 시간은 많지 않았을 거예요. 잠들기 전, 아니면 아침 일찍 30분이라도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하면 좋겠어요. 독서가 중요해도 그 시간만큼은 책도 덮으셨으면 좋겠고요. 하루 30분, 하나의 질문에 집중하기. 이것만 실천해도 미처 몰랐던 자신의 모습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되실 거예요. ‘행복’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행복한 게 중요하고, ‘사랑’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사랑받는 게 중요해요. 내가 없다면 이 세상 맛있는 음식, 좋은 풍경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내가 있어야 떡볶이도 먹을 수 있잖아요. 오로지 ‘나’에 대해 집중하시길 바랄게요.

 

 

 

*안치형

 

‘어떻게 하면 나답게 살 수 있을까?’ 이 질문 하나로 20년을 방황했습니다. 학교에서도, 네 곳의 직장에서도, 장사를 하면서도 말이죠. 어디서도 답을 얻을 수는 없었습니다. 나답게 산다는 건 꿈속에서나 가능한가 보다. 방황은 그만하고 돈이나 벌기로 했습니다. 기왕 버는 김에 떼돈을 벌기로. 어떤 물건을 팔면 좋을지 한참 고민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을 이해하면 뭐든 팔 수 있지 않을까?’ 아이템공부, 마케팅공부에서 사람공부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철학, 심리학, 인문학, 뇌과학, 건축학.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면 뭐든 읽었죠.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이르렀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밖으로 향했던 모든 시선을 거두었습니다. 대신 내 안에 집중했습니다. 이제 저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압니다. 어떻게 사는 게 가장 나다운지도 말이죠.

 

프리랜서 작가입니다. P&G, LG, IBM, Int’l SOS에서 영업과 기획을 했습니다. 서울, 부산, 대구, 부천에서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주제로 ‘생각모임’을 운영했습니다.

 



 

 

나를 찾아가는 생각연습안치형 저 | 씽크스마트
토론모임을 운영하면서 만난 직장인, 가정주부, 자영업자, 전문직종사자 등의 사례를 풍부하게 보여주며 현대인의 불안한 심리와 외로움, 삶의 가치, 진정한 행복에 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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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