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적 물음에 대해 답을 구하다
뮤지컬 <메피스토> 는 소설 파우스트를 각색한 이야기로 1931년 경제 대공황의 뉴욕이 배경이다. 첫 장면은 악마 메피스토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메피스토는 인간을 만들고 난 뒤, 신이 ‘보기 좋았더라.’ 라고 말했던 구절을 인용하며 의미심장한 의문을 던진다. 정말 지금도 보기 좋으십니까. 그리고 모두의 존경을 받는 파우스트 박사에게 접근해 거래를 제안한다. 이제는 몹시 늙어버린 파우스트에게 그런 악마의 제안은 심판과도 같다.
결국 파우스트는 자신이 개발한 약의 무분별한 공급을 막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악마와 거래를 하게 된다. 젊은 육신을 갖게 된 파우스트. 그리고 파우스트를 둘러싼 인물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이기심으로 인해 갈등을 빚는다. 결국 우리는 무엇을 욕망하는지도 잊은 채 파국의 길을 걷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근원적인 물음에 도달한다. 우리는 왜 욕망하는가.
고전을 원작으로 하다 보니 가볍게만 볼 수 있는 뮤지컬은 아니다. 악마가 등장해 인간을 심판하며 결국 그 심판의 뜻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인물들을 관람자의 입장에서 지켜본다. 하지만 화려한 무대와 연출은 무거운 분위기를 한층 산뜻하게 만든다. 무대를 전면으로 활용해서 꼭 한 편의 4D 영화를 보는 것처럼 실감나는 장면을 연출한다. 특히 후반부의 자동차 추격 씬 같은 경우는 놀라울 정도였다. 장면 하나하나가 관객을 몰입시켰고 장면과 장면이 어색함 없이 매끄럽게 이어져 이야기의 흐름이 일관되게 유지되었다.
연출과 더불어 배우들의 연기 또한 보는 재미를 더했다. 악마 메피스토와 파우스트는 청년과 노인의 몸을 하고 여러 번 육체를 바꾼다. 노인 파우스트가 청년의 몸을 갖게 되고, 청년 메피스토가 노인의 몸을 갖게 되는 것이다. 자칫 헷갈릴 수도 있는 장면임에도 배우들은 정말 서로의 자아가 바뀐 것처럼 연기하고 행동했다. 관객들은 뒤바뀐 캐릭터에 빠르게 적응하며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갔고 뒤바뀐 사실을 모르는 다른 인물들의 의심쩍은 표정과 대사에 즐거워했다. 이는 분명하게 제시되는 뒤바뀐 캐릭터의 성격과 제스처를 효과적으로 전달했음을 의미한다.
여전히 보기 좋습니까?
뮤지컬 <메피스토> 가 악마와 파우스트 사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는 해도, 단순히 비극과 파멸만을 다룬 것은 아니다. 인간은 욕망한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이 꼭 파멸만을 불러일으키느냐고 물어본다면 그것은 쉽게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선과 악의 개념으로만 욕망을 판단하기에는 인간은 몹시 복잡한 생명체이다. 파우스트가 젊은 육신을 선택한 것 또한 단순히 불멸의 욕망 때문만은 아니었다.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일어난 사회적 비극은 무수히 많으며 현재까지도 존재한다. 우리는 결국 그것들이 어떤 원형과도 비슷한 모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는 정말 어찌할 수 없는 욕망으로부터 비롯된 것일까. 하지만 누군가는 좋은 세상을 위해 욕망하기도 한다. 파우스트의 사랑, 마르게리타도 그런 존재이다.
하지만 메피스토의 물음은 우리가 늘 스스로에게 던져야하는 물음임은 분명하다. 나는 왜 욕망하는가. 모든 고전의 기본적인 구조는 욕망과 비극이다. 결국 우리가 늘 치열하게 고민해야할 것은 욕망의 근원과 그 욕망이 불러일으킬 이야기들에 대함이 분명하다. 여전히 보기 좋습니까. 지금 우리가 신에게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 수 있을까.
괴테의 작품 『파우스트』 를 각색한 뮤지컬 <파우스트> 는 고전을 색다른 느낌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부터 큰 의의가 있다. 어렵고 두꺼운 원작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사람들이라면 먼저 뮤지컬 <파우스트>를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뮤지컬 <파우스트> 는 7월 28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진행된다.
임수빈
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