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무후무한 ‘페르소나’, 듀나의 신작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 ,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책 『만약에 사막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 1인 가구의 책읽기를 말하는 『혼밥생활자의 책장』 을 준비했습니다.
톨콩의 선택 -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
듀나 저 | 우리학교
듀나 님은 20년 넘게 아주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시지만, 아무도 그 실체에 대해서 인물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죠. 인물이 아니라 AI라거나, 여러 명이 합쳐져서 한 사람의 캐릭터를 완성한다고 하기도 하고, 여러 설이 분분한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데요. 어떤 사람은 이렇게 이야기한데요. BD와 AD라고. Before Djuna와 After Djuna로 나눌 수 있다는 거죠.
저는 듀나 님이 1997년에 <씨네21>에 연재한 칼럼을 보고 홀랑 반했어요. ‘세상에, 어쩜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있었단 말인가!’ 저한테는 너무나 큰 충격이었고요. 최애 칼럼이 돼서 진짜 열심히 읽었어요. 거기에 언급된 작품들을 찾고 읽으면서 저의 지평이 굉장히 넓어지기 시작했는데요. 많이들 ‘듀나 게시판, 듀게’라고 부르는 홈페이지도 저한테는 아주 오랫동안 정론지 같은 것이었어요. 인터넷의 잡다한 것들이 취향의 체, 깔때기로 걸러져서 볼만한 것들 재밌는 것들이 늘 올라오는 거예요. ‘듀게’를 통해서 알게 된 것들도 너무너무 많았고요. 그 게시판의 중심축으로서의 듀나 님도 저한테는 정말 영향을 많이 준 사람이에요. 제 인생의 선생님을 꼽자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분이 아닐까 생각해요. 저의 취향과 알고 있던 세계의 반경을 많이 넓혀준 분이었고요.
『나비전쟁』이라는 첫 책부터 듀나 님 작품을 많이 읽어봤고, 최근에도 전자책으로 『민트의 세계』 를 읽고 있는 중인데, 이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너무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어요. 부제를 보면 ‘도대체 이야기가 뭐냐고 물으신다면’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듀나 님은 영화평론가로도 유명하고, 이 분의 지식과 경험의 폭이라고 하는 게 너무 방대하고 엄청나서, 이 분의 관심사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아주 재밌었어요. 이 책은 장르에 대한 이야기이기는 한데, 처음 시작을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로 해서 끝까지 그 내용이 이어집니다. 어떤 사람들은 몇몇 장르에 대해서 일별하듯 글을 쓰기도 하겠습니다만, 듀나 님은 전혀 그런 분이 아니죠. 말투도 어찌나 깍쟁이 같은지(웃음), 약간은 신경질적인 것 같기도 한 그 말투가 너무 제 취향인 거예요. 사람들은 취향이 다 다르니까 이런 말투를 아주 싫어하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그런데 듀나 님의 말투와 캐릭터, 페르소나의 느낌, 또는 성격, 방향 같은 것은 먹히는 사람에게는 아주 잘 먹히는 것 같아요. 저는 이 설정 자체가 너무 재밌는 거예요. 이런 페르소나를 설정해서 20년 넘게 계속 유지해 오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After Djuna’이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냥의 선택 - 『만약에 사막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김정완 저 | 이담북스(이담Books)
저자가 4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국 여성으로 살면서 경험한 일을 기록한 에세이입니다. 남편 분은 영국인인데, 사우디에서 영어 강의를 하게 되면서 같이 가게 됐다고 해요. 저자는 재혼이었고 남편은 초혼이었다고 하는데요. 당시에 한국에서 이혼 여성으로 살면서 마음이 굉장히 지친 상황이었고, 사우디에 가서도 엄마로서 아이들을 떼어놓고 왔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떨치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사우디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서 조금씩 치유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책 표지에 ‘사막에서 보내온 힐링 에세이’라고 적혀 있기도 한데요.
저는 조금 엉뚱한 곳에 꽂혀서 ‘힐링’ 보다 ‘앵그리’를 느꼈습니다(웃음). 책 속에 이런 부분이 있어요.
“사람들은 남편에게 사우디 생활이 어떠냐고 물어봅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사우디에 대해 알고 싶으면 여자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우디 살이는 사우디 여자에게도 간단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여덟 살의 나이에 이혼을 예상할 수도 있고 사촌 간의 근친결혼일 수도 있고 첫날밤에 처음 보는 남자와의 결혼일 수도 있고, 한 남자를 세 명의 다른 여자와 공유하는 결혼일 수도 있고, 일 년에 한 번 만나는 서류상의 결혼인 미스야(Misaya)일 수도 있습니다. 명예살인조차 살아가는 방식의 하나로 여기는 사우디에서 여자로 산다는 일은 도전임에 분명했습니다.”
이 구절을 보고 ‘그곳의 여성들은 어떻게 살까?’ 궁금해져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요. 놀라운 이야기들이 많아요. 한 예로, 사우디에서 여성이 혼자 운전을 할 수 있게 된 게 2017년인데요. 당시에 저도 뉴스를 보고 놀랐는데 ‘드디어 여성도 운전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지금까지 여성 혼자서는 운전도 할 수 없었단 말이야?’라는 생각에 놀랐던 거였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반응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저자가 머무르는 지역이 사우디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에요. 북미나 유럽 각국에서 온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새로운 사고나 방식을 접하면서 치유가 되기도 하는데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다른 세상을 보는 것 같아서 흥미로웠습니다. 흥미롭다는 표현이 너무 가벼운 것 같긴 한데, 몰랐던 세상과 삶을 알게 되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단호박의 선택 - 『혼밥생활자의 책장』
김다은 저 | 나무의철학
도서 팟캐스트 <혼밥생활자의 책장> 내용을 토대로 만든 책입니다. 김다은 저자는 현재 CBS 라디오에서 PD로 일하고 있고요. 방송국에서 콘텐츠를 만들면서 그 사이사이에 팟캐스트 <혼밥생활자의 책장>을 만들었어요. <혼밥생활자의 책장>의 기조가 ‘혼자 밥을 먹는 1인 생활자들의 유쾌하고 진지하고 가슴 서늘하게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책읽기를 통해 펼쳐진다’는 거예요. 1인 가구가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 책을 통해서 1인 가구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 저자가 지금까지 읽어온 책은 무엇인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고요. 책과 사회와 개인이 어우러지는 책입니다.
처음에는 놀이로 접근을 해요. 혼밥생활자에게 따뜻한 벗이 되어주는 것이 독서라는 행위라고 말하는데요. 예를 들면,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을 읽으면서 ‘고독한 싸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책 속에서 인용된 버지니아 울프의 말이 있는데 “책에 다가가는 도중에 아무리 빈둥대고 우물쭈물하고 어슬렁 하더라도 최후에는 독자와 작가 사이에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고독한 싸움이 있다”라는 거예요. 사실 독서라는 것이 혼자 읽는 고독한 행위잖아요. 작가의 세계와 나의 세계 사이에서 뭔가 싸움을 하게 되는데, 그게 경쟁이 될 수도 있고 반목하는 지점일 수도 있고 혹은 생각이 합쳐지는 행위가 될 수도 있고, 그게 결국은 혼자라는 거죠. 1인 생활자들이 자신의 외로움이나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닥쳤을 때,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재밌으면서 효과적인 방법이 독서가 아니겠느냐 라고 말하기도 하고요.
저는 이 책을 읽고 나서 팟캐스트 <혼밥생활자의 책장>을 찾아서 듣기 시작했는데요. 저자가 라디오 PD라서 그런지 섭외력이 엄청나요. 손희정 선생님을 비롯해서 최지은 작가,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 등 웬만한 저자는 다 섭외를 해서 이야기를 나눴고요. 가장 최근에 업로드된 건 ‘버닝썬 사태’에 관해서 손희정 선생님이랑 최지은 기자랑 이야기하는 내용이었는데, 책에서 사회로 넘어가는 장면들이 종종 등장해요. 그것이 팟캐스트 <혼밥생활자의 책장>의 이유 중 하나라고 적기도 하셨는데요. 책을 통해서 나누는 공감이 결국에는 사회를 사유하는 것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