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황제의 사진을 찾아라! – 연극 <어둠상자>
역사란 하나의 시선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과 관계 속에서 파악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글ㆍ사진 임수빈
2018.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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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풀이 되는 역사

 

여기, 사진 한 장을 찾기 위해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생을 쏟아 부은 한 가문이 있다. 구한 말부터 일제 강점기, 한국 전쟁, 민주화 시대 등을 거쳐 현재까지 4대에 걸친 이 긴 여정은 곧 한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한다. 예술의 전당 개관 30주년을 기념하여 이강백 작가와 이수인 연출이 뭉쳐 선보인 연극 <어둠상자> 의 이야기다.

 

구한 말 고종 황제는 아시아 여행 중에 한국을 방문한 루즈벨트 대통령의 딸 앨리스에게 자신의 사진을 선물한다. 세상 물정 모르는 철 없는 21살의 미국 영애는 고종의 사진을 보고 “황제다운 존재감은 없고 애처롭고 둔감한 모습”이라 혹평한다. 이후 대한제국은 일본의 손에 넘어 가게 되고, 고종은 이 모든 사건의 원인을 자신의 선물한 사진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이에 황실의 사진사이던 김규진에게 자신의 사진을 찾아 없애라는 밀명을 내리고, 김규진을 시작으로


김규진의 아들 김석연, 손자 김만우, 증손자 김기태 등 네 사람의 눈물 겨운 분투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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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네 사람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식으로 전개하며 총 4막으로 구성되었다. 4명의 주인공 이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의 주변인으로 등장하며 작품의 전개에도 일조하고, 다소 딱딱하고 무거운 작품의 주제를 유하게 만들어 준다. 다만 다소 우스꽝스럽게 코러스의 역에만 머무는 여성 캐릭터, 김만우가 대리모를 통해 아들을 얻겠다고 결심하는 점, 김기태가 연인을 ‘엄마’로 부른다는 점 등 각 막마다 등장하는 ‘여성’에 대한 작가의 표현과 생각은 조금의 의문과 아쉬움을 남겼다.

 

사실 사진 한 장에서 대한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고, 나라가 망했다는 고종과 대신들, 김규진의 생각은 당시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 있던 이들에게는 당연한 사고 방식이었을지 모르나, 다소 어폐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고종 황제가 앨리스를 만나기 전, 이미 일본과 미국은 필리핀-한국을 지배하기 위한 밀약은 맺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러한 사실 관계를 작품 속에서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도 역사란 하나의 시선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과 관계 속에서 파악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현재의 시점이자 4대의 마지막인 김기태의 이야기는 이 모든 이야기를 응축시켜두었다 폭발적으로 끝내야 하지만, 다소 불필요한 이야기 전개, 억지스러운 장면 등 몇 가지 부분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치욕으로 얼룩진 굴곡의 한국 근현대사를 통해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역사의 연속성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  <어둠상자> 는 12월 2일까지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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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빈

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