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완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저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소감이 어떤가요?
믿기지 않아요.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독자의 반응이 있나요?
유독 ‘내가 쓴 책인 줄 알았다’는 리뷰가 많았어요. 나 스스로 평범한 사람이라 생각하는데, 그런 평범한 시선이 공감대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 게 아닐까요. 대책 없이 놀고 싶다는 현대인의 욕망도 한몫 한 것 같고요. 책을 읽고 마음이 편안해 졌다는 반응이 기억에 남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투잡을 뛰었습니다. 직장에서 느낀 허기를 좋아하는 일로 달래려는 선택이었나요?
그런 멋진 생각으로 투잡을 한 건 아니고요. 그저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려는 목적이었어요. 너무 속물 같죠?(웃음) 헌데 돈은 더 벌어서 좋은데 어느 순간 지치더라고요. 지친 걸 어떻게 아느냐면 일이 싫어지는 거죠. 회사 일도 싫고, 그림 그리는 일도 싫어지고. 능력도 안 되면서 내가 무리를 하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결국 퇴사를 선택 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사실 충동적이었어요. 불혹이라는 마흔이 됐는데 제가 많이 흔들리더라고요. ‘아, 열심히 살았는데 내 삶은 겨우 이것밖에 안 되는구나‘ 허무함이 몰려왔어요.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싶었달까요. 그래서 딱 일 년만 막 살아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생각해보니 대충 살아본 적이 없더라고요. 끊임없이 고민하고 계획하고 노력하고???. 일 년만이라도 다르게 살아보고 싶었습니다.
퇴사 이후, 여행을 가거나, 뭘 배우거나 하는 일들은 아예 하지 않았는데요. 왜 일까요?
무엇보다 ‘열심히 살지 않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가능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했어요. 자꾸 열심히 하려는 나를 말리느라 엄청 힘들었습니다.
결국 일러스트레이터가 본업이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기쁨은 뭘까요?
저 사실 그림 그리는 일 안 좋아해요.(웃음) 너무 좋아하는 일은 아닌데,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덜 괴로운 일은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은 그 일을 좀 더 재미있게 해나갈 수 있는 길을 찾아가고 있어요. 책도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고요.
이전과 달리, 내 삶의 원칙을 지키며 일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요?
전에는 그림 의뢰가 들어오면 금액과 스케줄이 맞는 지가 굉장히 중요했어요. 지금은 이 일이 재미있을까 없을까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요. 그래야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덕분에 돈은 많이 못 벌어요. (웃음) 무언가를 포기해야 다른 무언가를 얻을 수 있죠.
우리 사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일중독’ ’자본중독’ ’소비중독’으로 몰고 갑니다. 흔히 ‘~해야 한다’는 주문과도 같은 말들이지요. 작가님이 생각하기에 이 사회가 주입하는 가장 강력한 ‘주문’은 무엇인가요? 또 그 말들에 뭐라고 답해주고 싶 싶나요?
‘노력하면 다 이루어진다‘라는 말이요. 사실 노력한다고 다 이루어지는 건 아니죠. 노력 외에 많은 요소가 삶에 큰 영향을 끼쳐요. 그런데도 우리는 계속 주문을 외워요. ‘아니야, 내 노력이 부족했던 거야. 더 노력해. 더. 더???’ 그렇게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붙이죠. 저는 이걸 ‘노력 만능주의’라고 부르거든요. 지금 우리가 괴로운 이유는 열심히 안 살고 노력하지 않아서가 아니잖아요. 오히려 엄청나게 노력했는데 손에 쥔 게 별로 없어서죠. 그런 현실인데 ‘더 노력해, 죽을 만큼 노력해 봤어?’란 말이 과연 옳은 처방인가란 의심이 들었어요. 그렇다고 노력하지 말고 막살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요. 여러분, 우리 삶이 이 모양인 건 꼭 우리 노력이 부족한 탓은 아니랍니다.
“내가 이 나이에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내 나이에 걸맞은 것들을 소유하지 못한 게 아니라, 나만의 가치나 방향을 가지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사실이다. 내가 욕망하며 좇은 것들은 모두 남들이 가리켰던 것이다. 남들에게 좋아 보이는 것들이었다. 그게 부끄럽다.” 책 속의 문장입니다. 지금 작가님에게 좋아 보이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자유로운 시간. 지금은 그게 제일 좋아요. 그 좋아하는 돈을 포기하면서까지 가지고 싶으니까 제일 좋은 것이 맞는 것 같아요.
워라밸이 화두가 되고 있는 시절입니다. 일상에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이루는 방법, ‘야매로’ 득도한 작가님만의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더 나은 삶을 위해선 끊임없이 무언가를 ‘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싶어요. 걱정도 덜 하고, 노력도 덜 하고요. 우리는 너무 ‘더’하는 쪽으로 치우쳐있는 게 아닐까요. 저는 덜하면서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됐어요. ‘아, 지금 내 삶도 나쁘지 않구나‘하는 깨달음이요. 어디까지나 야매라서 믿을 건 못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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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하완 저 | 웅진지식하우스
자신을 시종일관 팬티 차림의 시원한 모습으로 그림으로써 고민을 훌훌 던져버리고 자신만의 가치관과 방향성을 찾겠다는 득도의 자세를 보여준다.
기낙경
프리랜스 에디터. 결혼과 함께 귀농 했다가 다시 서울로 상경해 빡세게 적응 중이다. 지은 책으로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시골은 좀 다를 것 같죠>가 있다.
라바
2019.06.07
마침 퇴사 후 자유시간에 읽은지라 정말 책 내용의 한 80% 이상은 공감하면서 읽었네요.
노트 한 내용들로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 보는 워크샵을 한 번 해야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