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사랑 사랑 사랑
익숙한 전주가 흘러나오자 저절로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흥겨운 리듬에 빠져 자연스레 박수를 치게 되고, 배우들과 함께 그 분위기에 취하게 된다. 뮤지컬 <오! 캐롤> 은 팝의 거장 닐 세다카의 노래들로 구성된 쥬크박스 뮤지컬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노래로 구성되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공연 전 닐 세다카의 노래를 미리 듣고 가는 것도 <오! 캐롤> 을 조금 더 즐길 수 있는 하나의 팁이 될 수 있다.
당차고 매력적인 로이스는 결혼식 날 파혼 당한 친구 마지를 위해 플로리다에 위치한 파라다이스리조트로 여행을 떠난다.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은(?) 파라다이스 리조트는 매주 화려한 쇼가 열리는, 그야 말로 천국인 곳! 파티, 음악, 술, 그 모든 것을 잠시 잊고 있는 그대로 웃고 즐길 수 있는 이 곳에서 마지와 로이스 역시 마음껏 행복을 만끽하기로 한다. 로이스는 마지에게 새로운 사랑을 찾아주기 위해 파라다이스 리조트의 유명 가수 델과 만남을 주선하고, 그 과정에서 리조트 사장 에스더, 간판 MC 허비, 리조트 직원 게이브 등 다양한 사람과 얽히면서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이 발생한다.
사실 대부분의 송스루 뮤지컬은 스토리를 기대하고 갔다간 실망하기 쉽다. 스토리가 중요하기 보다, 노래를 부각시키기 때문에 이야기가 다른 공연보다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종종 송스루 뮤지컬을 관람할 때면 장면에 맞는 노래가 매치되어 스토리를 더 살려준다는 느낌보다는 노래에 맞는 장면을 꿰 맞추어 전체적으로 맥이 뚝뚝 끊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더 많이 받게 된다. 익숙한 노래로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고 집중도를 높여주기도 하지만, 그 한계를 넘어 더 좋은 작품이 탄생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오 캐롤> 은 다른 송스루 뮤지컬에 비해 이야기와 노래의 연결성이 자연스럽고, 전체적으로 집중력 있게 작품을 이어나간다. 물론 꽤 많은 캐릭터가 등장해 다소 산만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특정 커플의 스토리에 집중할 수 없기 하지만, 그런 흐름이 지나치게 어색하거나 불편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악역 하나 없이 (조금 얄미운 캐릭터는 있지만) 착한 사람들만 모인 이 작품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공연 내내 미소를 짓게 만든다. 어딘가 익숙한 인물들은 서로 상처 주고 상처 입어도 결국 ‘사랑’ 때문에 다시 울고 웃게 되는 평범한 일상을 따뜻하게 그려낸다.
파라다이스 리조트에서 열리는 공연을 실제 보는 것 같은 연출 또한 전체적인 흐름을 매끄럽게 이어준다. 관객들 또한 마치 파라디스 리조트에 함께 있는 느낌은 작품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화려한 무대와 생생한 라이브 연주 역시 에너지를 더욱 채워준다. 감성에 젖어 드는 가을 밤, 마치 사랑에 빠지게 만들 것 같은 닐 세다카의 노래들이 더해진 <오! 캐롤> 은 오는 10월 21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임수빈
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