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양구의 북토크_2016ⓒ프레시안(최형락)
김정일이라는 최고의 공작목표에 접근한 특수공작원 박채서가 공작목표에 성공하고도 첩보원 신분을 박탈당해야 했던 정치권의 비정한 뒷이야기, 1997년 15대 대선정국에서 공작원 박채서가 위험을 무릅쓰고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의 ‘북풍공작’ 움직임에 쐐기를 박아, DJ 대통령 당선의 숨은 ‘공신’이 된 이야기……. 책갈피를 넘길수록 그동안 보았던 첩보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첩보 비화에 빨려들게 한다.
『공작』 은 1990년대 후반 격동의 시간으로 우리를 되돌아가게 하는 것과 동시에 2018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대변혁 기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풍향계의 역할을 할 책이다. 또한 동시대 언론계의 기자 ‘사수’였던 작가 김훈이 추천사에서 “김당은 사실의 아들(the son of facts)이다”고 언급할 만큼, 긴박하고 비정한 첩보세계로 독자를 이끌어줄 생생한 논픽션 기록물이다.
안녕하세요? 영화와 책이 동시에 나온 것은 흔치 않은 일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요?
흔치 않은 일을 제가 해냈습니다(^^). 농담입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그렇게 되었습니다. 영화 <공작〉이 예정보다 개봉이 늦어졌고, 논픽션 『공작』 또한 출판사 사정으로 출간이 늦어지는 바람에 책과 영화가 보름 간격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거든요.
작가 김훈의 추천사가 눈에 띕니다. 어떤 관계이신지?
군대식으로 표현하면 사수와 부사수의 관계였죠. 〈시사인〉으로 분리되기 전의 예전 〈시사저널〉에서 사회팀 데스크와 기자, 편집국장과 차장으로 8년쯤 함께 일했습니다. 추천사에 이런 대목이 있죠.
“김당 기자와 함께 일한 세월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그의 기사는 거듭되는 박해와 간섭을 불러왔고, 때로는 짓밟히고 몰수되었다.”
당시 제가 탐사보도한 ▲작계 5027 ▲북풍 추적 예보 ▲최초공개 안기부 조직표 같은 기사로 인해 기무사-안기부 조사를 받고 검찰청 포토라인에 선 것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단독 방북 취재시 평양에서 찍은 사진
이 책의 집필 동기는 어떤 것인지요?
흑금성공작원 박채서 씨와는 96년부터 20년 넘게 교유한 신뢰하는 취재원이었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98년 3월 공작원 신분이 공개되었을 때 이미 “흑금성은 이중간첩 아닌 DJ 당선 일등공신”이란 제목으로 〈시사저널〉에 커버스토리로 썼습니다. 그런데 대북공작원이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6년 옥살이를 했죠. 그래서 그의 극적인 반전 인생과 억울한 사연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공작 1권에 ‘이중스파이 흑금성의 시크릿파일’이라는 부제가 붙은 까닭은?
1권( 『공작』 )과 2권( 『공작2』 )을 연대기적으로 구성했습니다. 박채서 씨는 국군 정보사 대북공작단에서 공작관으로 근무하다가 안기부 서기관으로 특채되어 안기부 대북공작실 특수공작원으로 일했어요. 1권은 안기부가 박채서 소령이 정보사에서 추진한 공작사업을 눈여겨보다가 이 사업을 ‘턴키 베이스’로 인수해 ‘흑금성’이란 코드명을 붙여 대북공작을 전개한 전과정을 담았습니다. 광고회사 전무로 신분을 위장해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 위장포섭된 그가 북한 전역을 다니며 상업광고를 찍는 사업(공작)을 따낸 흑금성공작은 김정일 위원장까지 면담할 만큼 성공한 공작이었어요.
공작 2권에 ‘무간도에 갇힌 이중스파이’이라는 부제가 붙은 까닭은?
당시 안기부는 북한의 대선 개입 의도를 간파해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려는 북풍 공작에 흑금성을 활용했습니다. 흑금성은 그때 내게 고민을 털어놓으며 조언을 구했어요. 그 이후 그는 북한(보위부)과 남한(안기부) 그리고 정치권(국민회의)에 줄을 걸친 ‘3중스파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어 북풍 공작에 대한 수사망이 좁혀오자 안기부 구수뇌부가 흑금성 공작 파일을 짜깁기해 외부에 유출한 사건이 터졌어요. 국정원 정보관리실에 보관되어 있다가 30년 후에나 비밀 해제될 이른바 ‘이대성 파일’이 공개된 것이지요. 그로 인해 박 씨는 신분이 공개되어 해직되었습니다.
그런데 그와 연결된 리철과 장성택 등 대북 라인이 살아있다 보니, 해직된 이후에도 그는 정부의 요청에 의해 대북 비선(秘線)으로 활동했지요. 그러다가 2010년 ‘작계 5027’ 등을 북한에 넘긴 혐의로 국정원에 체포되어 6년간 옥살이를 했습니다. 2권은 육군 소령 출신의 대북공작원으로 국가의 부름을 받아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 침투했다가, 정치적 목적으로 ‘이대성 파일’을 공개하는 바람에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에 의해 ‘3중 스파이’로 버림받고, 마지막에는 간첩으로 낙인찍힌 아이러니와 파란만장한 삶을 ‘무간도에 갇힌 이중스파이’로 표현한 것입니다. ‘무간도’라는 표현은 영화 〈무간도〉에서 따온 것이에요.
단독 방북 취재시 해당화 식당 복무원들과 찍은 사진
방대한 저작물인데, 책에 등장하는 인물 대다수가 실명으로 나온다. 몇 명 정도나 등장하는지?
『공작』 과 『공작2』 를 내기 전에 『시크릿파일 국정원』 (2016년 10월)과 『시크릿파일 반역의 국정원』 (2017년 11월)을 냈는데, 국정원 직원의 실명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책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이번 책은 국정원 직원들을 포함해 정치인 등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실명으로 등장합니다. 처음에는 인명색인을 만들려고 했는데 색인작업을 하다가 책 페이지가 너무 늘어날 것 같아 중도에 포기했어요. 그래서 세어보진 않았지만 수백 명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끝으로 탐사보도 전문기자인데, 앞으로의 계획은?
북한 핵개발과 김정은, 그리고 개인적 관심사인 일본군위안부 관련 과거사와 정보기관에 대한 탐사보도를 계속해 그 결실을 토대로 책을 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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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김당 저 | 이룸나무
1990년대 후반 격동의 시간으로 우리를 되돌아가게 하는 것과 동시에 2018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대변혁 기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풍향계의 역할을 한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