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 작가 김선영도, 쓰임이 많았으면 좋겠다
변화하고 성장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화두 같은 것을 붙들고 늘어져 보는 거죠. 그러다보면 시나브로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를 소설로 쓰는 과정을 거쳐 나가는 거예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8.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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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청소년문학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50만 독자가 선택한 베스트셀러 작가 김선영의 책이 리커버 특별판으로 출간됐다. 김선영의 작품은 성인 독자가 읽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의미 있는 소설이지만 안타깝게도 청소년 문학에 대한 편견 혹은, 외형적인 모습으로 인해 일반 독자의 선택에서 다소 멀어졌던 경향이 있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개선하고, 김선영의 밀도 높은 작품을 일반 독자에게 널리 소개하고자 리커버 특별판이 탄생했다.


청소년 문학의 대표 작가이신데요. ‘청소년을 독자로 한 문학 작품을 써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나 계기가 있을까요?

 

오랫동안 단편 위주로 글쓰기를 했어요. 등단 6년 만에 단편집을 묶어낸 것이 첫 책이었는데, 그 즈음 소설 쓰기가 점점 어렵게 느껴졌어요. 즐겁고 재미나게 작업을 하고 싶은데 소설을 쓰면 쓸수록 즐거움과 멀어진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소설을 쓰려고 했던 처음 마음을 돌아보게 됐어요. 어렸을 때부터 이야기를 좋아해 소설책을 많이 읽었고, 그 일이 가장 재미난 일일 것 같아 시작했다는 걸 다시금 생각하게 됐죠.

 

그 무렵에 제가 중ㆍ고등학생 글쓰기, 논술 지도를 하고 있었는데, 아이들 고민을 많이 듣게 되었어요. 아이들이 수업 시작 훨씬 전에 와서 자기한테 일어난 일을 죄다 털어놓기 시작하는 거예요. 아이들이 하는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게 제 일이었어요. 그러다보니 해주고 싶은 말들이 서서히 쌓이기 시작했고, ‘잔소리가 아닌 이야기로 다가가 보자.’하는 생각에 청소년 소설을 쓰기 시작했어요.

 

중ㆍ고등학교 강연 섭외 1순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아요. 작가님 강연에 참석해보니 초등학교 학생들까지 꼿꼿하게 앉아 강연을 듣더라고요. 지치지 않고 청소년을 만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또, 많은 10대와의 만남이 작가님에게 남기는 의미가 궁금합니다.

 

작가소개 말미에 사족처럼 붙이는 말이 있어요. ‘청소년들에게 힘을 주고, 나도 그들에게 힘을 받는 소설을 쓰고 싶다.’ 제가 소설가가 된 건 청소년기에 만났던 소설책 덕분이에요.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고, 여느 십대들이 겪는 갈등과 방황도 있었어요. 그때 만난 소설은 숨통이었고, 탈출구였고, 해방구였어요.

그러니까 사춘기의 강을 무사히 건너게 해준 것에 대한 보답 같은 거예요. 내가 책으로부터 받은 고마움을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돌려주고 싶어 소설을 쓰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런 그들이 내 책을 만나고 싶다고 손짓을 하는데 달려갈 수밖에요. 사람이 힘든 시기를 지날 때 지푸라기 같은 희망의 끈에도 힘을 실을 수 밖에 없다고 보는데요. 내가 쓴 책과 내가 한 말이 청소년들에게 그런 지푸라기라도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시간을 파는 상점』 에서는 ‘시간’이, 『특별한 배달』 에서는 ‘선택과 책임’이 주요 메시지로 등장했어요. 철학적인 가치를 문학으로 풀어내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살면서 점점 더 중요해지는 건 ‘철학적 사유’와 ‘가치’라고 생각해요. 교과과정의 지식정보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하는 게 철학이거든요. 재미난 이야기로 철학에 접근하면 철학이 고리타분하고, 어렵고, 머리 아프기만 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생각들을 키워주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잖아요. 그래서 철학적 테마를 이야기로 만들어 청소년 소설을 써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고, 처음으로 선정한 주제가 ‘시간’이었어요. 그 다음에는 ‘책임과 선택’, 또 그 이후에는 ‘불안’, ‘관계’, ‘외로움’ 등을 이야기하는 과정으로 책이 나오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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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랑을 받은 청소년 문학 4편이 리커버 특별판으로 출간되었는데, 분야가 ‘일반 문학’ 이네요?

 

청소년 소설을 출간하며 ‘청소년 문학에 가두기에는 다루는 주제가 크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니 중?고등학생들만 읽는 책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막상 읽어보면 성인이 읽어도 만만치 않은 무게의 주제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독자층이 넓어진 것이 아닌가 싶어요. 리커버 특별판도 넓어진 독자층을 반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 많은 독자들에게 다가간다는 건 작가로서 아주 좋은 기회이고, 그런 기회를 준 출판사에게도 감사하고요.

 

『시간을 파는 상점』 은 온라인서점 베스트셀러는 물론이고, 여러 지역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어요. 찾아보니 ‘청소년이 가장 많이 읽은 책’으로 뽑히기도 했더라고요. 『시간을 파는 상점』 이 오랜 시간,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시간을 파는 상점』 을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무척 영광이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 책이 많이 읽힌 데에는 제목의 힘이 큰 것 같아요. ‘시간’이라는 테마는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이 안고 있는 숙명 같은 거잖아요. 정답이 없는 숙제 같은 것이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아주 구체적으로 삶에 개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류가 지속되는 한 계속 얘기할 수밖에 없는 주제거든요.

 

사회가 발달하고 세분화될수록 시간의 가치는 더 커진다고 볼 수 있어요. 물질의 축적도 자아의 성취도 시간을 어떻게 축적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에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인데요. 많은 분들이 ‘추상적인 시간을 어떻게 사고, 판다는 것일까?’하는 호기심을 가진 덕분에 관심을 받은 것 같아요. 결국, 삶이란 시간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 가느냐에 따라 행과 불행이 갈린다는 이야기에 공감해 주었기 때문 아닐까요?

 

여행을 즐기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언젠가 여행에세이를 쓰고 싶다고도 하셨죠. 방문했던 나라 중 문학적인 영감을 받은 나라가 있으신가요? 여행지에서 어떤 형식으로 생각이 기록되고, 이야기가 탄생하는지도 궁금합니다.

 

몽골 고비여행을 다녀왔는데 360도 완벽하게 지평선만 존재하는 곳이 몽골 고비더라고요. 둥근 반원형의 하늘과 똑 고른 황무지 사막 한 가운데에 섰을 때, 제 존재가 그렇게 크게 다가온 적이 없는 것 같았어요. 하늘과 땅 사이, 이 우주에 ‘나’라는 존재가 우뚝 서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준 곳이었어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문명에 치여 인간인 ‘나’가 아주 작고 비루하게 느껴질 때가 많거든요. 결국 문명이 인간의 존재를 아주 작게 만들기도 하는 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 곳이기도 해요. 여행이 좋은 건 내가 몸담고 있는 공간과 내 삶의 태도를 냉정하게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거예요. 그렇게 깨달은 차이를 소설로 쓰기도 하고요.

 

언젠가는 꼭 쓰고 싶은 이야기나 다뤄보고 싶은 주제가 있을까요? 앞으로의 계획도 들려주세요.

 

처음 소설을 쓰고자 마음먹었을 땐 ‘죽을 때까지 해보자’는 긴 호흡이었어요. 그래서 글쓰기로 큰 보상을 받지 않았을 때도 견딜 수 있었고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소설가로서 현역으로 살다 가는 거요.

 

꼭 쓰고 싶은 주제보다는 자연스럽게 나에게 오는 주제들을 성실히 잘 담아내면 좋겠다는 게 바람이고 계획이에요. 무엇이, 어떤 것이 올지 모르지만 그것을 잘 받아 안고, 열심히 들여다보고, 제가 할 수 있는 깜냥으로 직조해내는 것. 그래서 내가 쓴 책도 작가 김선영도 사람들에게 쓰임이 많았으면 좋겠고, 유용했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을 파는 상점김선영 저 | 자음과모음
흐르는 시간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다분히 철학적이고 관념적일 수 있는 이야기를 놀랍도록 편안하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작가의 능력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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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