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나라 때의 정자(程子)는 “『논어』를 다 읽은 후에 전혀 아무런 일이 없는 사람도 있으며, 읽은 후에 그중의 한두 구절을 터득하고 기뻐하는 자도 있으며, 다 읽은 후에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며, 다 읽은 후에 바로 자기도 모르게 손발이 춤추는 사람도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참으로 『논어』의 논어다움을 잘 묘사한 말이라고 하겠다.
- 『내 인생 최고의 교양: 논어』 16쪽
공자의 말과 삶, 공자와 제자 간의 문답을 집약한 『논어』는 2,5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삶의 지혜를 찾아주는 동양철학의 고전으로 손꼽힌다. 영산대학교 교수를 역임한 국내의 대표적인 중국철학자 황희경은 논어를 두고 ‘기이한 책’이라 표현했다. 특별한 내용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평범한 문장들이지만, 그 안에 담긴 함의는 무엇과도 견줄 수 없어, 읽으면 읽을수록 깨달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펴낸 『내 인생 최고의 교양 : 논어』 는 지난 20여 년의 독서와 연구를 통해 『논어』를 새롭게 해석하고 그 여백을 채우는데 집중한 책이다. 황희경 교수는 책의 출간을 기념해 정독도서관에서 인문학스터디 ‘새 시대, 새로운 논어 읽기’ 강연을 진행했다.
첫 번째 강연이 열린 7월 19일에는 ‘공자, 곤경을 헤쳐 나가다’라는 제목으로 어려움에 처한 현대인들을 위해 공자의 지혜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500장의 논어 중 오늘 다룰 것은 한 장에 불과하지만, 바닷물이 짜다는 것을 단 한 모금만으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한 장의 내용으로도 논어의 진수를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진행된 강연에서 황희경 교수는 『논어』의 ‘위령공편 2장’에 등장하는 아래의 구절에 대한 세 가지 변주를 들려주었다.
在陳絶糧 從者病 莫能興 子路?見曰 君子亦有窮乎 子曰 君子固窮 小人窮斯濫矣
(재진절량 종자병 막능흥 자로온현왈 군자역유궁호 자왈 군자고궁 소인궁사람의)
진나라에 있을 때 양식이 떨어지니 따르는 자들이 병들어 일어나지 못하였다. 자로가 성난 얼굴로 공자를 뵙고 “군자도 궁할 때가 있습니까?” 하고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진실로 궁한 것이니 소인은 궁하면 넘친다.”
- 『논어』 위령공편 2장 중
‘군자는 때를 기다리는 자’이다
위령공편의 2장은 소크라테스 최후의 변론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표현하는 이들이 있을 만큼 『논어』에서 아주 유명한 구절이지만, 공자와 제자들이 왜 곤궁한 상황에 빠졌는지에 대한 설명이 등장하지 않아 그 이후의 일들에 대해 많은 상상을 일으킨다. 황희경 교수는 “이 구절에 대해 통상적으로 9가지 다른 해설이 존재한다”며 강연을 통해 그 일부를 소개했다. 첫 번째 순서는 ‘성악설’로 잘 알려진 춘추전국시대의 학자 ‘순자’의 변주다.
“순자는 이 대목을 중요하게 보고 나름대로 해석을 했습니다. 『논어』 구절의 ‘연의(衍義)’인 셈이죠. 이 상황에서 공자는 어떻게 곤궁을 벗어났을까,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생각하면서 의미를 확대했습니다.”
공자가 남쪽으로 초나라에 가려고 하는 도중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칠 일 동안이나 불에 익힌 음식을 먹지 못했고 명아주 국물에 쌀 알갱이 한 톨도 못 넣었다. 제자들이 모두 굶주린 안색을 띠었다.
자로 : 선을 행한 이에게 하늘이 복으로 보답하고 좋지 못한 짓을 한 자에게 하늘은 화로 보답한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선생님께서 덕을 쌓고 도의를 행하며 아름다운 이상을 품고 선을 행한 날이 오래되셨습니다. 어찌 처지가 곤궁할 수 있겠습니까.
공자 : 유야 알지 못하는 구나. 내가 너에게 말해주마. 너는 지혜로운 자가 반드시 등용된다고 생각하느냐. 왕자 비간(比干)이 가슴이 쪼개지는 일을 당하지 않았느냐. (중략) 저 지란은 깊은 숲 속에 자라더라도 사람이 없다하여 향내를 풍기지 않거나 하지 않는다. 군자의 학문도 영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곤궁하더라도 괴로워하지 않고 근심은 하더라도 의기가 쇠하지 않으며 화와 복의 처음과 끝을 잘 알아서 마음이 헷갈리지 않는 것이다. 대저 현명하다 모자라다 하는 것은 재주이다. 선을 하고 안하는 것은 사람이다. 때를 만나고 못 만나는 것은 시운이다. 죽고 사는 것은 명이다. 만약 사람이 그 때를 못 만난다면 비록 현명하더라도 그가 능히 행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적어도 그 때를 만난다면 어찌 어려움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군자는 널리 배우고 깊이 생각하며 몸을 닦고 단정히 하여 그때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공자가 거듭 말하기를, “유야 거기에 앉거라. 내가 너에게 말해주마. 옛적에 진나라의 중이(重耳)의 패심은 조나라에서 생겼다. (중략) 그러므로 처지가 곤궁하지 않았던 자는 생각이 원대하지 못하고 스스로 떠돌아다니지 않았던 자는 의지가 넓지 않다. 너는 내가 상락(桑落) 아래 이를 얻지 못했으리라고 어찌 알겠느냐.”
- 『순자』, 유좌편
은나라의 충신 비간(比干)은 폭정을 일삼는 주왕에게 직언을 한 인물이다. 직언을 들은 주왕은 비간이 자신의 숙부임에도 불구하고 “성인의 가슴에는 일곱 개의 구멍이 있다고 하던데 한 번 열어서 확인해 보자”며 그의 심장을 파헤쳐 죽였다. 한편 진나라의 왕족으로 태어난 중이(重耳)는 아버지의 후처가 꾸민 계략에 빠져 19년간 망명생활을 했다. 황희경 교수는 이러한 비유를 들어 공자의 사상을 해설한 순자의 변주를 높이 추켜세웠다.
“군자는 기회가 왔을 때 쓰임받기 위해 스스로를 단정히 해야 하는 것이고, 쓰이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것입니다. 위령공편의 문장은 차치하고, 『순자』 의 유좌편만 읽더라도 우리는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진실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공자가 그랬음직한 태도를 상상함으로써 완전한 인간, 본받을만한 인간은 곤경에 처했을 때 어떻게 행동했을지 고민해보는 것입니다. 자꾸 이렇게 나름대로 해석을 하다 보면 그만큼 공자에 가까워지게 됩니다. 즉, 공자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었는지를 따지는 게 아니라, 자기가 그런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죠. 그래서 『논어』의 내용이 얼마나 보이느냐는, 그 사람의 깊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공자가 이렇게 곤궁을 버텨냈다는 것을 본받아, 우리도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러한 이야기를 두고두고 꺼내 볼 수 있겠지요.”
세상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군자의 진면모가 나타난다
황희경 교수는 두 번째 변주로 사마천의 『사기』 ‘공자세가’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소개하며, 사마천 개인이 심혈을 기울여 저작한 문학서이자 역사서인 만큼 앞서 살펴본 『순자』 의 변주와 달리 문학적 요소가 더욱 가미되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공자의 세 제자 ‘자공’, ‘자로’, ‘안회’가 등장하여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도 차이점이다.
공자의 일행은 식량이 떨어졌고, 병이 들어 일어서지도 못하였다. 그러나 공자는 변함없이 제자들을 가르치고 거문고를 타면서 노래를 불렀다. 그러자 자로가 화가 나서 공자를 보고 물었다. “군자에게도 역시 궁박할 때가 있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그렇다. 그러나 군자는 궁박함을 참아 견디지만, 소인은 궁박하면 무슨 짓이든지 하게 마련이다.” (중략)
자공: 선생님의 도는 너무도 큽니다. 그래서 천하가 선생님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조금 이상을 낮추시는 것이 어떨까요?
공자: 사야! 훌륭한 농부가 아무리 농사를 잘 지어도 반드시 곡식을 거둔다는 보장은 없으며 훌륭한 장인의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모든 사람의 기호에 맞출 수는 없는 법이다. 군자가 도를 통달하였다고 해서 반드시 기용되는 것은 아니다. 너는 자신의 도에 정진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고민하는구나. 사야 너의 뜻은 원대하지 못하구나.
자공이 나가고 안회가 들어와 공자를 뵙자 공자가 물었다. “회야! 시에 ‘코뿔소도 아니고 호랑이도 아닌데 저 광야를 달리네’라는 구절이 있다. 우리의 도가 잘못된 것인가? 우리가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
안회: 선생님의 도가 너무나 커서 천하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선생님께서는 밀고 나가십시오. 용납되지 않은들 무슨 걱정입니까? 용납되지 않은 연후에 군자의 진면모가 나타나는 법입니다. 도를 닦지 않은 것이 우리의 수치이지, 도를 크게 닦았는데도 채용되지 않는 것은 군주들의 수치입니다. 용납되지 않은들 무슨 걱정입니까? 용납되지 않은 연후에 군자의 진면모가 나타나는 법입니다.
공자는 흔연히 웃으며 말하였다. “옳은 말이다. 안 씨의 아들아, 만약 네가 재산이 많이 생긴다면 나는 너의 재산 관리인이 되겠다.”
- 사마천 『사기』, 공자세가
“공자는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라고 하여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면 이 또한 군자’라고 했습니다. 또 ‘불환인지불기지 환부지인야(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라고 해서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지 못할 것을 걱정해야 한다’고 했죠. 이 두 구절은 『논어』에 특히 많이 나오는 말입니다. 공자는 곤궁 속에서 이를 암시처럼 마음에 두고 상황을 견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안회는 ‘우리의 도가 잘못된 것인가?’라는 공자의 질문에 공자의 도가 너무 커서 천하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답합니다. 이 답을 요즘 청년들의 고민과 접목해 보면,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대기업에 취직하지 못하는 것은 나의 수치가 아니라 그 기업 대표의 수치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죠. 이런 생각으로 곤궁을 버티는 사람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 논어의 구절 하나를 통해 이처럼 다양한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장자』에서 해석된 군자의 달관적 태도
황희경 교수는 마지막 순서로 『장자』 의 해석을 들려주었다. 『장자』 에는 공자가 곤궁에 빠진 대목을 해석한 이야기가 세 군데에 등장한다. 첫 번째 해석은 세속적 기준에서 벗어나 도(道)에 있어 흔들리지 않는 군자의 태도를 보여주는 공자의 이야기다. 공자를 따라나섰다가 함께 곤궁에 빠진 제자 자로와 자공은 노나라에서 쫓겨나고, 위나라에서는 추방되었으며, 진과 채나라에서는 포위당하는 등 굴욕적인 상황 속에서도 거문고를 타며 노래를 부르는 공자를 비판한다. 이에 두 제자의 얕은 견해에 실망한 공자가 제자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황희경 교수는 『장자』 의 구절을 따라 읽으며 장자 철학으로 해석된 공자의 지혜를 역설했다.
공자 : 그게 무슨 소리냐. 군자가 도에 통하고 있음을 통이라 하고 도에 궁하고 있음을 궁이라 한다. 지금 나는 인의의 도를 품고 이것을 실천하려다가 난세의 재난을 만난 것이다. 이를 어찌 궁하다 할 수 있겠느냐! 그러므로 내면을 돌이켜보아도 궁함이 없고 환난을 만나도 덕을 잃지 않는 것이다. 추위가 닥치고 눈서리가 내려야 비로소 소나무와 잣나무의 잎이 무성하다는 것을 안다. (자한 28) 진과 채에서의 환난은 내게 오히려 다행일 것이다.
공자는 마음 편한 모습으로 거문고를 끌어다 놓고 다시 타며 노래했다. 자로는 신바람이 나서 방패를 잡고 춤을 추었다.
자공 : 나는 하늘 높은 줄도 땅이 얕은 줄도 모르는 것과 같다. 옛날의 도를 터득한자는 궁해도 즐기고 통해도 즐겼으니 그가 즐긴 바는 궁핍이나 통달 자체가 아니었다. 이처럼 도를 터득하면 궁과 통은 마치 추위와 더위, 바람과 비의 변화 같은 것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허유는 영수(潁水)가에 숨어 살면서 즐겼고 공백(共伯)은 구수(丘首)산에서 살며 자득했던 것이다.
- 『장자』 양왕편
“쉽게 이야기하면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웃음) 공자의 말을 듣고 불만을 가졌던 자로도 신바람이 나서 방패를 들고 춤을 추고 있죠. 세속적인 것을 시비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 도가적인 태도가 드러납니다. 공자는 군자의 세속적인 태도를 견제했음을 장자의 입으로 이야기한 것입니다. 이 일화에서는 자로의 단순함과 자공의 센스, 안회의 수준은 『논어』의 내용과 일견 비슷하지만, 공자의 형상은 여전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대화의 상대가 자로에서 안회로 바뀌어 나타난다.
공자는 진, 채 두 나라 사이에서 곤경에 빠져 이레 동안이나 끓인 음식을 못 먹었다. 그러나 공자는 태연히 왼손은 마른 나무에 기대고 오른손은 마른 나뭇가지를 쥐고 두들기며 신농 시대의 노래를 불렀다. (중략) 공자는 안회가 자기 자신을 높이 평가한 나머지 과대망상에 빠지거나 자기를 아낀 나머지 지나치게 슬퍼하지 않을까 염려하여 안회에게 말했다.
공자: 안회야 천지자연의 재난을 당하지 않기는 쉬우나 인간이 부여한 이익을 받지 않기는 어렵다. 시작한 것은 끝나지 않는 것이 없다. 인간도 자연도 그 근본은 하나이다. 지금 노래를 하고 있는 자가 과연 누군지 누가 알겠느냐?
안회: 천지자연의 재난을 당하지 않기는 쉽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공자: 굶주림과 목마름, 추위와 더위를 겪고 곤궁하여 오도 가도 못하게 됨은 천지의 운행이며 만물 변화의 발로인데, 다만 이 조화와 함께 따르는 길밖에 없음을 말한 것이다. 신하인 자는 임금의 명령을 받고 거기서 떠나 버리지 못한다. 신하의 도를 지키는 일도 이러한데 하물며 하늘에서 받은 재난에 대해서는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중략)
안회: 인간도 자연도 그 근본은 하나라고 하신 건 무엇입니까?
공자: 사람이 생긴 것은 자연에 의한 일이고 천지 자연 역시 자연의 조화에 의해 생겼다. 사람이 때로 자연의 대도에 순응하지 못하는 것은 자기의 성분(性分)의 한계 때문이다. 성인만이 이 이치에 능통하기 때문에 편안히 자연의 변화에 몸을 맡길 수 있는 것이다.
- 『장자』 산목편
“자신에게 충실한 제자인 안회가 잘못될 것을 염려해 공자가 이 곤궁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고 있습니다. 인간과 자연의 구분이 사라지고, 자연 속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는 장자의 중요한 생각이 드러나는 대목이죠. 대화의 수준이 앞선 이야기보다 훨씬 고상해졌고, 공자의 입을 빌려 장자의 철학을 설파합니다. 극단적인 상태에서 달관의 태도를 보이는 공자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공자가 장자 철학에 완전히 심취한 인물처럼 그려진다. 황희경 교수는 “이렇게 해설이 점차 심화되는 양상이 재미있다”며 장자의 추가적인 변주를 소개하는 것으로 강연을 마쳤다.
공자가 진과 채, 두 나라 사이에서 포위되었을 때 이레 동안이나 끓인 음식을 먹지 못했다. 대공임이 그를 위문하러 가서 말했다.
대공임: 선생은 곧 죽을 것만 같습니까?
공자: 그렇소
대공임: 그럼 내가 시험 삼아 불사의 도에 대해 말해보리라. 동해에 새가 있는데 이름을 의태(意怠)라고 하오. 그 새는 느려서 높이 날지 못하고 무능한 새와 같습니다. 날 때는 같은 새떼의 도움을 얻어서 날고 머물 때는 새떼 속에 끼어 있으며 나아갈 때는 앞장서지 않고 물러설 때는 꽁무니에 쳐지지 않으며 먹을 때도 앞에 나서지 않고 반드시 그들이 먹다 남긴 것을 먹소. 그러니까 이 새는 그 행력에서 배척당하지 않고 사람으로부터 해를 입지도 않소. 바로 이런 이유로 해서 재난을 면할 수 있는 것이오. (중략) 선생은 자기 지식을 꾸며서 어리석은 사람을 놀라게 만들고 스스로의 행실을 닦아 남의 잘못된 행동을 돋보이게 하며 해나 달이 운행하듯 눈에 드러나게 자기를 과시했을 거요. 때문에 재난을 면하지 못하는 거요. (중략) 덕이 지극한 사람은 세상의 명성을 바라지 않는 거요. 그런데 선생은 그런 따위를 얻는 것을 어찌 기뻐한단 말이오.
공자는 “좋은 말씀이오”라고 대답하고는 이윽고 사람들과의 교제를 끊고 제자들을 돌려보냈다. 광야에 숨어 들어가 남루한 옷을 입고 도토리를 먹으며 무심무욕하게 살았따. 이윽고 그는 짐승들 속에 들어가도 짐승들이 놀라서 무리가 어지럽게 흩어지지 않고 새떼 속에 끼어도 새들이 놀라서 행렬이 흩어지지 않게 되었다. 새나 짐승도 두려워하거나 미워하지 않는데 하물며 사람이야 더 말할 나위 있겠는가!
- 『장자』 산목편
“가상의 인물인 대공임의 말에 감화되어 공자가 자연의 일부로 숨어들어가 곤궁을 피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공명심을 버리고 은거하면 화를 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논어』의 한 구절만으로도 이렇게 다양한 해설이 있다는 게, 재미있지 않나요?
역사상 위대한 인물들은 인생에 닥친 어려움을 잘 극복한 사람들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이 곤궁을 헤쳐 나가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현재와 미래에 어려움이 닥쳤을 때, 공자의 지혜를 나침반삼아 나아갈 길을 모색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논어황희경 저 | 메멘토
현대 서양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그리스 로마 시대를 연구하듯이 현대 중국을 알기 위해 고대 중국을 공부하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성소영
쓸수록 선명해지는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