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인 과학자’ 최재천 최초의 경영서 『숲에서 경영을 가꾸다』가 출간되었다. 이번 책은 최재천 교수의 12년 만에 전작(全作)으로, 생태학과 통섭을 삶과 일에 있어 지혜의 장으로 옮겨와 최재천의 경영 십계명을 제안한다. 한평생 관찰학자에서 국립생태원을 한국 최고의 조직으로 이끈 최재천의 공감 경영을 엿볼 수 있다.
선생님이 경영 십계명 중 ‘군림(君臨)’하지 말고 군림(群臨)하라’라는 말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실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군림(君臨)’하는 리더들이 많은데, ‘리더에게 군림(群臨)’을 강조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더불어 열 가지 십계명 중 경영을 함에 있어 특히 중점을 두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대학에 몸담고 있어서 더 그렇겠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군림(君臨)’하는 리더를 따를 의향이 없습니다. 시대가 변한 줄 모르고 우선 권위부터 내세워서는 조직을 이끌 수 없습니다. 저의 경영 십계명에서 이 계명과 특별히 함께 해야 할 계명은 “이를 악물고 듣는다”와 “실수한 직원을 꾸짖지 않는다”일 겁니다. 제가 이 책에서 주장한 것처럼 공감 경영을 하려면 우선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우선 리더가 입을 다물어야 하고 뭔가를 해보다가 실수한 직원을 너무 나무라지 말아야 또 도전합니다.
책을 보면 “생태학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천재지변은 물론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환경 변화에 대한 각종 생태계의 반응과 적응을 관찰해왔다. 경제학자들에게 우리 공책을 빌려줄 용의가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경영자들이 생태학의 어떤 부분을 배우고 알아두면 좋을지 설명해 주시면 좋겠네요.
요즘 부쩍 경제 분야에서 ‘생태계’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그러나 그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면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기업 경영에도 등장하는 저항력(resistance)과 회복력(resilience)은 오랫동안 연구된 생태계 속성입니다. 자연 생태계가 어떻게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살아남고 또 스스로 복원하는가에 대한 혜안이 기업 생태계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의 창의성이 꽃피려면, 조직이 성장하려면 우두머리 입에 재갈을 물려야 한다"는 다소 과격한(?) 표현을 쓰신 것처럼, 리더보다 조직의 구성원들이 먼저 이야기를 하고, 아이디어를 낼 기회를 많이 주셨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리더가 앞장서서 이끌고,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들도 있었을 텐데요. 그것들 간에 조화를 이루기 위해 어떻게 하셨을지 궁금합니다.
말을 아끼는 것은 리더가 가장 지키기 어려운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드디어 우두머리가 되어 “나를 따르라”고 부르짖고 싶은데…. 하지만 리더가 입을 여는 순간 조직의 창의성은 사라지고 모든 직원은 곧바로 수동적인 자세를 취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직원들이 군중심리에 휩쓸려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것을 지켜만 보라는 얘기는 절대 아닙니다. 제가 “이를 악물고 듣는다”라고 했습니다. 귀담아들으면서 원칙에 어긋나거나 사악한 것들은 바로잡아야지요.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여왕개미처럼 경영하니 성공했다’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여왕개미 경영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여왕개미 경영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위 답변에 이어지는데 여왕개미는 여왕물질이라는 페로몬을 분비해 자신을 제외한 그 누구도 번식할 수 없게 만들고 그걸 어기는 일개미가 적발되면 가차 없이 처단합니다. 그러나 실질적인 모든 일은 일개미들이 다수의 결정에 따라 지극히 민주적으로 수행합니다. 인간 조직에 비춰 말하면, 리더는 대원칙을 세우고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지만 실제 일들은 현장에서 그걸 담당하는 직원들이 스스로 창의성을 발휘하며 하는 게 최선의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경영은 공감”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직원들과 공감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지위와 나이를 뛰어넘어 진솔한 소통을 추구했습니다. 절대 거들먹거리지 않고 일체 대접받으려 하지 않고 대접하고 섬기며 함께 즐겼습니다. 노래방에도 가고 당구와 볼링도 함께 치고 도시락 싸 들고 사무실마다 찾아가고 급기야는 ‘원격바(원장이 격주로 구워주는 바비큐)’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도 내며 공감대를 끌어내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노는 것만 같이 하고 중요한 결정은 혼자 내리면 공허합니다. 거의 모든 운영 결정을 늘 사전에 상의하고 토론하며 진행했습니다. 수시로 노조 사무실도 방문해서 허심탄회하게 상의하며 운영했습니다.
위 질문에 이어서 “공감은 길러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타고나지만 살면서 무뎌진다”라는 말씀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공감력이 무뎌지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제가 최근에 번역한 책 『공감의 시대』에서 저는 공감의 진화적 뿌리가 매우 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공감이 우리 현생 인류에 와서야 진화한 속성이 아니라 쥐 같은 동물에서도 관찰되는 매우 오래된 심성이라는 점은 공감이 거의 본능과 같다는 뜻입니다. 신경학적으로도 거울 뉴런이 발견되며 입증된 현상입니다. 누구나 남의 아픔을 느끼고 남을 돕고 싶은 마음을 갖고 태어나지만, 살면서 입시 같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남을 꺾어야 하는 세상에 살다 보니 차츰 무뎌지는 것이지요. 이제라도 교육이 이런 공감을 잃지 않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예전의 교육에서는 상당히 강조하던 심성이지요.
경제경영서이지만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관찰, 공감, 소통 등이 우리 모두의 삶에 필요한 능력이 아닐까 싶네요. 책에 쓰인 교수님의 경영 십계명과 별도로 독자들께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경영서가 꼭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장에게만 필요한 건가요? 가정도 하나의 조직이고 친구 관계도 조직입니다. 남과 함께 살아야 하는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이 모름지기 갖춰야 할 덕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 조금 비겁해졌으면 합니다. 너무 자신감에 충만해 남을 윽박지르며 살지 말고 나보다 남이 더 훌륭할 수 있음을 믿고 조금은 ‘비겁’하게 서로 배려하며 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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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경영을 가꾸다최재천 저 | 메디치미디어
여러 생명이 공존하는 숲은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고 말한다. 이 책은 경영서인 한편 솔직하고 재치 있는 체험담으로, 저자가 생태학자이자 성공한 CEO이기에 더욱 울림이 크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