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끝까지, 말장난
‘웃음이 없으면 세상은 너무 삭막할 거야’ 라는 말에 동의하시는 모든 분들에게요. 책이 마음의 양식이라고 하잖아요. 저는 농담, 장난, 웃음, 그런 것들로 사람은 살아갈 수 있다고 믿어요. 이 책이 누군가에게 그런 양식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7.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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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우 작가

 

중요한 과제를 할 때도, 사랑을 고백할 때도, 하다못해 점심 메뉴를 고를 때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크리에이티브.’ 『툭』은 크리에이티브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TBWA 카피라이터와 일상을 크리에이티브하게 그려내는 LG 이색신입사원이 만나 상상력X상상력의 조합을 뽐냅니다.

 

제목 ‘툭’은 어떤 의미인가요?

 

박지우: 저는 말장난을 좋아합니다. 단어 하나가 여러 가지 뜻을 갖는 게 좋아요. ‘툭’은 동음이의어인데요, 첫 번째로는 ‘툭 던지다’ 할 때 그 툭이에요. 그림 작가와 글 작가 두 명이 기발한 그림을 툭, 재밌는 이야기를 툭, 던진다는 의미로 썼어요. 두 번째로는 ‘took’이에요. 이건 읽는 이의 입장이에요. 저희가 툭 던진 것들을 집어 들어 주었으면, 그러니까 ‘took’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겨 있어요.

 

책에 담긴 그림이 정말 귀엽고 기발한데요. 자칭 공대 여자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리게 되셨나요?


정혜미: 저는 실제로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학창시절에도 그림을 그리거나 색칠하는 데엔 흥미가 없었어요. 사실 저는 “미술”을 좋아한다기보다는 아이디어를 도출해내는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2014년에 외국에서 잠깐 지냈던 적이 있었어요. 그 시절에 방에서 한국방송을 보고 sns를 하면서 자투리시간을 의미 없이 보내는 제 모습을 보고 놀랐어요. 그러곤 훨씬 여유로웠던 그곳에서 평소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때 제 눈에 책상 위에 있던 평범한 호두가 들어왔고, 처음으로 호두를 뇌에 비유한 그림을 그렸어요. 고등학생 때 사물에 손그림을 접목한 외국 작가의 작품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경험이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어요. 갑자기 미술을 배워보지도 않은 제가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다들 놀라세요. 하지만 비전공자인 저도 할 수 있으니 다른 분들도 부담을 갖지 않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보시라고 응원하고 싶어요!

 

내용을 보다 보면 “쉴 새 없이 자꾸 우려내기만 하면, 더 이상 우러나오지 않는단 말입니다!”라든지 “서울의 야경은 야근으로 만들어졌다” 같은 직장인의 ‘과로(?)’를 주제로 한 재미난 글들이 많습니다. 카피라이터로서의 경험이 녹아 있는 글인가요?


박지우: 아뇨, 그 글들에 녹아 있는 저의 경험은 농도가 거의 0%예요. 그런 것들을 쓸 때는 “상사의 불합리한 요구에 시달리고 과중한 업무량에 고통받는 가상의 전형적인 직장인”을 상상하면서 썼어요. 왜 직장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웹툰, 그런 데 나오는 인물들 있잖아요. 그들의 직장생활을 간접 경험하며 간접적으로 받은 스트레스를 풀어낸 이야기예요. 일종의 응원이랄까요? 그러니까 사실 저는 카피라이터(이자 직장인)으로서 받는 ‘스트레스에 삘 받아서’ 뭔가를 쓴 적은 없어요. 실제의 분노를 글로 옮기면 분노가 제곱이 되거든요. 분노 제곱이 판화로 찍혀서 액자에 걸리는 거예요. 제 마음 속의 못생긴 부분이 액자로 걸려있는 모습이라니, 그런 건 보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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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미 작가

 

책 속 그림을 보면 단순히 예쁘고 기발한 그림도 있지만 무언가 메시지를 담은 듯한 그림도 종종 보입니다. 예를 들어, 마른 멸치(?) 밴뎅이(?)가 TV 속 앵커로 나오는 그림이 그러한데요. 이런 그림들은 특별히 의도하고 그리시는 건가요?


정혜미: 전-혀 아니예요. 제가 제일 좋아했던 만화가 스펀지밥이었는데, 거기에 나오는 모든 앵커들이 생선이거든요. 바다 속 이야기니까요. 그래서 저는 그걸 따라 표현했던 건데, 무언가 메시지를 담은 듯한 그림이라고 봐주시니까 조금 당황스러워요! 저는 그림을 그리면 5살짜리 제 사촌동생에게 제일 먼저 보여주곤 했어요. “우혁아, 이게 뭐 같아?” 어린친구의 눈으로 본 것과 제가 표현했던 점이 일치했을 때 저는 제가 그림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그림은 어른, 아이 모두가 보이는 그대로 가볍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같은 맥락에서 진지한 메시지가 보이는 글들이 종종 보입니다. ‘제발 먼저 문 열지 말아요. 나도 팔 힘 있어요.’로 시작되는 ‘친절’이란 꼭지가 대표적인데요. 대한민국에서 20대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박지우: ‘20대 여자를 다른 종으로 바라보는 다양한 연령대의 인간과 맞닥뜨리는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심지어 저 자신도 그 인간군에 포함돼요. 저도 20대 여자이면서 무의식적으로 20대 여자를 다르게 바라보는 거예요. 그 경험은 나쁘다, 좋다를 떠나서요, 신기할 때가 많아요. 이를테면 다음 두 문장을 읽었을 때의 느낌 차이예요. ‘23살의 대학생이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다가 해 뜰 때가 돼서야 자취방에 들어갔다’라는 문장과, ‘23살의 여대생이 밤 늦게까지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다가 해 뜰 때가 돼서야 자취방에 들어갔다’라는 문장의 차이요. 첫 문장에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남자 대학생’을 떠올리면서 읽어요. ‘청춘’이라거나 ‘패기’ 같은 단어가 떠오를 수도 있고요. 한편 두 번째 문장에서 상당수의 사람들은 ‘위험하다’거나 ‘까졌다’와 같은 단어를 떠올릴지도 몰라요. 혹, 문장 자체가 비난조로 읽힐지도요! 이런 은근한 이분법을 겪는 것, 그게 20대의 절반을 보낸 여자로서 제가 생각하는 거예요.

 

톡톡 튀는 그림만큼이나 재기발랄한 글들이 곳곳에 보이는데요. 두 분 모두에게 여쭤볼게요. ‘크리에이티브’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주로 어디서 아이디어를 어디에서 얻으시는지요?


박지우: 전에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외부인들로부터 많이 듣는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실제로 접해보니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내가 좋아하는 색깔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양으로 변형시키는 일에 가까워요. 무에서 유가 아니라, 유에서 다른 유를 만드는 작업인 것 같아요. 유를 유후로 만들면 즐거운 게 되고, 유유로 만들면 슬픈 게 되고, 투유로 만들면 달콤한 게 돼요. 마치 포켓몬스터의 ‘이브이’가 전기 타입으로 진화하면 쥬피썬더가 되고, 물 타입이면 샤미드, 불 타입이면 부스터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래서 그 ‘진화의 돌’을 모으려고, 세상에 존재하는 재미있는 것들을 계속 찾아서 봐요. 너무 많죠. 영화, 책, 만화, 음악, 그림, 심지어 남의 광고까지! 그중 제가 좋아하는 건 영화와 만화예요. ‘아이디어를 얻자’ 하며 눈을 벌겋게 부릅뜨고 영화를 보거나 하는 건 아니에요. 보고 맘에 든 것들을 도토리처럼 쟁여 놨다가 나중에 생각나면 써먹으려고요. 그리고 박지우라는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인 ‘크리에이티브 관’을 이야기하자면… 저에게 ‘크리에이티브’는 ‘웃음과 장난’이에요. 저는 장난칠 때, 그래서 다 같이 한바탕 웃을 수 있을 때 제 인생에서 제일 기발해지는 것 같아요.

 

정혜미: 창의력이란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힘이잖아요. 세상에 없는 것들을 생각해내는 것이 아닌, 관계가 없는 것들을 서로 연결시키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대체로 세상에 없는 대상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세상에 없는 사물을 소재로 가져오지 않아요. 이미 존재하는 일상적 사물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다 보면, 사물의 다른 모양 또는 주목할 만한 다른 특징점이 보이고, 제 펜으로 그걸 더 부각시켜주는 거죠. 결국 저에게 있어서 크리에이티브란 일상적인 사물을 더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보이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 책을 어떤 분들에게 권하고 싶으신가요?


박지우: ‘웃음이 없으면 세상은 너무 삭막할 거야’ 라는 말에 동의하시는 모든 분들에게요. 책이 마음의 양식이라고 하잖아요. 저는 농담, 장난, 웃음, 그런 것들로 사람은 살아갈 수 있다고 믿어요. 이 책이 누군가에게 그런 양식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정혜미: 모든 분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툭』은 지겨운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신선한 휴식을 원하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어요. 특히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분들에게요. 세상을 그 자체로만 보다보면, 오늘도 내일도 호두는 호두일 뿐입니다. 하지만 호두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것이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단 걸 이 책을 통해 경험시켜드리고 싶어요.


 

 

툭 TOOK 박지우 저 / 정혜미 그림 | 알키
맨날 똑같은 이야기에 질렸을 때, 크리에이티브한 한 끗이 부족할 때, 바짝 말라버린 머리에 촉촉한 영감을 주고 싶을 때, 이 책은 그럴 때 필요합니다. 자, 여러분도 “툭” 할 준비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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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