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하지만 흥미로운 파티가 시작된다
프랑큰 퍼터가 돌아왔다. 하이힐과 가터벨트, 코르셋으로 무장한 그의 파티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뮤지컬 <록키호러쇼>의 9년만의 귀환이다. 기괴하지만 흥미롭고, 충격적이지만 재밌는 이 이야기는 오랫동안 전 지구인을 매혹시켜왔다. 물론, 2017년의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작품이 베일을 벗기 전부터 관객들은 변함없는 기대와 응원을 보내왔고, 비로소 시작된 파티는 그들을 열광시켰다.
<록키호러쇼>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결혼을 앞둔 브래드와 자넷 커플이 은사 스캇박사를 찾아가는 길에 폭우를 만나게 되고, 프랑큰 퍼터의 성을 찾아가 믿기도 힘들고 잊기는 더 힘든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는 시놉시스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줄거리는 이야기의 뼈대가 아니고, 개연성은 작품이 추구하는 바가 아니다. <록키호러쇼>에서만큼은 그러하다. 때문에 극장을 나서는 관객조차 ‘이 작품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리고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 ‘딱히 한 마디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재밌어!’
그럼에도, 굳이, 설명을 덧붙이자면 <록키호러쇼>는 고정관념과 금기를 정면으로 ‘들이받는’ 작품이다. 우리의 욕망을 가로막는 벽 앞에서 프랑큰 퍼터는 천연덕스럽게 묻는 것 같다. ‘왜 안 돼?’라고. 그의 섹시한 도발을 뒷받침하듯 작품 속에는 ‘놀라운 이야기들이 아무렇지 않게’ 등장한다. 외계인, 양성애자, 인조인간이 한 데 어우러져 있고, 섹스는 자유롭고, 젠더의 경계는 희미하다. 그 안에서 인물들-특히 브래드와 자넷, 스캇박사-은 자신을 감싸고 있던 딱딱한 외피에 균열이 생기는 것을 경험한다. 그리고 보송보송한 맨살 같이 드러나는 ‘욕망이 거세되기 전의 나’와 만난다.
이해하지 말고 느끼세요!
컬트 문화, B급 문화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손꼽히는 <록키호러쇼>는 1973년 런던에서 초연됐다. 배우 겸 작곡가인 리처드 오브라이언과 연출가 짐 샤먼에 의해 탄생한 이야기는 파격적인 의상과 내용, 거친 록음악으로 가득 차 있었고 관객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인기에 힘입어 1975년 영화 <록키호러픽쳐쇼>를 제작하기도 했다. 뮤지컬 <록키호러쇼>는 2000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한 후 이듬해에 한국 관객들과 처음 만났다. 이후 2005년과 2006년, 2008~2009년까지 네 번의 시즌이 이어졌다.
<록키호러쇼>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일단 봐야 아는’ 작품이다. 이 난해한 이야기를 기어이 이해하고 말겠다는 노력은 부질없다. 객석에 앉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관객을 발견한다면, 프랑큰 퍼터는 ‘복잡한 생각 따윈 던져버려’라고 말할지 모른다. ‘쾌락에 몸을 맡기는 건 죄가 아니야’라는 말을 덧붙일지도.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록키호러쇼>는 ‘이해’보다 ‘느낌’이 중요한 작품이다. 그러니 이해하려 애쓰지 말고 그저 느끼시길.
그래도 미리 알아둬야 할 한 가지가 있다. 바로 <록키호러쇼>와 호흡하는 방법이다. ‘콜백(Call Back)’이라는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록키호러쇼>는 관객들의 참여로 완성된다. 브래드와 자넷이 비를 피하는 장면에서는 객석 위에도 비가 내리고, 무대 위의 인물들처럼 관객도 신문지를 펼쳐 비를 피한다. 두 사람이 어둠 속에서 불빛을 찾아 헤맬 때 관객 역시 팬텀(앙상블)과 함께 손전등을 흔들고, 슬픔에 빠진 브래드를 위로하기 위해 무대 위로 빵을 던지기도 한다.
이렇게 함께 즐기는 순간을 만들기 위해 <록키호러쇼>는 ‘월간록키(MAGAZINE ROCKY)’를 발행해 관객들에게 나누어주고 손전등과 고무장갑, 블로우아웃 등으로 구성된 MD를 준비했다. 그리고 공연 시작 전에 상연되는 영상을 통해 MD 사용법, <타임워프> 넘버에 맞춰 춤추는 동작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상의 내용을 숙지하고 있다면 당신은 더 이상 ‘버진(<록키호러쇼>를 처음 관람하는 관객)’이 아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마음껏 즐기기만 하면 된다.
올해로 다섯 번째 시즌을 맞은 <록키호러쇼>는 화려한 캐스팅으로 관객의 기대를 한층 끌어올렸다. 마이클리와 송용진, 조용형균이 프랑큰 퍼터를 맡았으며, 그와 함께 트랜스섹슈얼 별에서 온 외계인 마젠타는 김영주와 리사, 서문탁이 연기한다. 마젠타와 남매이자 프랑큰 퍼터의 집사인 리프라프 역에는 고훈정과 김찬호가 더블캐스팅됐다. 고은성, 박영수, 백형훈은 브래드로 변신했으며 그의 약혼녀 자넷은 김다혜, 이지수, 최수진이 맡아 열연한다. 이 밖에도 인조인간 록키의 최관희, 불량소년 에디의 지혜근, 쇼컬 콜롬비아의 전예지, 내레이터의 조남희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함께한다.
공연은 8월 6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