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유튜브에 올린 연주 동영상이 그녀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다. 세계 유명 피아니스트들이 자신의 기교를 자랑하기 위해 종종 앙코르곡으로 채택하는 림스키 코르사코프(1844~1908)가 작곡한 ‘왕벌의 비행’ 연주 영상이었다. 그녀의 손은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여왕벌의 날갯짓보다 더 빠르게 움직였다. 휙 하고 건반을 지나갔다. 당시 조회 수 25만 건이 쏟아졌다. 스위스 바젤에서 연주했던 라흐마니노프(1873~1943)의 회화적 연습곡, 쇼팽(1810~1849)의 연습곡 등을 담은 영상에도 찬사가 쏟아졌다. 그녀의 빠른 연주는 그녀만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소문은 마침내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사 EMI 클래식의 앤드루 코널 사장의 귀에도 들어갔다. 그리고 데뷔음반으로 ‘거대한 산맥’에 비유되는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전곡을 녹음했다. 몇 편의 시를 쓴 시인, 하지만 그 몇 편으로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 시인이 빼어난 장편 소설을 세상에 토해낸 격이랄까. 이 음반은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 아이튠스 차트 1위에 올랐다. 임현정은 그렇게 세계무대에 이름을 날렸다.
림스키 코르사코프 ‘왕벌의 비행’. 임현정 연주
지난 10월, 임현정이 쓴 『침묵의 소리』가 국내에 발간됐다. 1986년생인 그녀가 한국,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에서 살아온 여정과 음악에 관한 이야기가 담겼다. 밑줄 긋고 싶은 문장들은 그녀의 성공을 묘사한 대목이 아니었다. 오로지 음악을 위해 노력하던 그녀의 아픔과 눈물이 담긴 문장들이었다. 세상은 그녀에게 아픔을 주었지만, 그녀는 음악과 함께 끝내 이곳은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침묵의 소리』는 산전수전 다 겪은 ‘언니의 책’ 같았다.
나는 가슴속에 인디고 블루 빛의 용기를 가졌다. 나는 그 머나먼 곳에서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내가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될지 전혀 알지 못했다. 오로지 한 가지만 중요했다. 나는 떠날 것이다. 지구 반대편으로, 멀리, 멀리…….
- 『침묵의 소리』, 57쪽
세 살 때 동네 음악학원에서 피아노를 처음 접한 후 중학교 1학년 때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어렸을 적에 피아노가 재밌어서 한 건 아니었어요. 뭐랄까, 의무라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분명한 건 그 누구도 저에게 피아노를 강요한 적이 없다는 것이죠. 저는 신동이나 천재라는 개념도 몰랐고요, 흔히 신동이 받는 강제적인 교육을 받은 적도 없었어요. 피아노는 최종적으로 음악과 영혼을 표현하고 그려내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때는 사실 음악을 표현하는 도구로서의 ‘피아노’를 만난 것이지, ‘음악’을 만난 건 아니었던 것이죠.
나에게는 어휘가, 언어가 없었고 그래서 관계도 없었다. … 세상의 반대편에 있는 엄마를 생각하며 마음을 더 굳게 먹었다. 버텨야 하니까. 버텨야 해. … 나는 열두 살이며, 백 살이기도 했다. 애늙은이이며 혼자이고 천진하면서도 명철했다. 다행히도 나에게는 피아노가 있었다. (57쪽)
중학교 1학년 때, 연고도 없는 프랑스로 건너가 콩피에뉴 음악원과 루앙 국립음악원을 거쳐, 열여섯 살에 파리 국립음악원에 최연소 입학하여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했습니다. 『침묵의 소리』는 사춘기 시절에 이국에서 겪었던 상처의 기록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생각해보면 어느 때가 가장 아프고 힘들었나요?
루앙 국립음악원에 다니던 열다섯 살 때였어요. 나란 존재는 학교가 원치 않는 인물이었어요. 퇴학시키겠다는 얘기도 들었고요. 파리 국립음악원 입학을 준비해야 하는데, 늘 혼자였어요. (*파리 국립음악원의 입학은 스물한 살 이하만 가능하다. 포레(1845~1924), 드뷔시(1862~1918), 라벨(1875~1937) 등의 프랑스 대작곡가들을 배출한 곳이다)
나는 열다섯 살이며, 뼛속까지 철저하게 나만의 길을 가고 싶은 욕망을 가졌다. 그리고 나는 그 욕망을 실제로 고백하려고 하는 참이었다. 내 가슴 안에 일어나는 지진을 고스란히 겪으면서, 흐르는 눈물을 삼키려고 애쓰며 나는 용기 내어 담당 교수님에게 휴학을 요청했다. 그것이 그분에게 견디기 힘든 모욕이었는지, 교수님의 얼굴은 굉장히 빨개졌고 미친 듯한 분노가 그녀를 완전히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125쪽)
홀로됨… 그것이 본인이 그토록 원하던 자유와 고독 아니었나요?
맞아요. 그건 사실 제가 갈구하던 자유였어요.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는 상태와 마음에서 우러러 나오는 연주…. 그리고 거기서 오는 개운함. 물론 이런 것들을 느끼긴 했지만 힘들었던 건 사실이죠. 이런 상태에서 파리 국립음악원 입시 준비는 위험을 건 모험이었고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중 1악장. 임현정 연주
『침묵의 소리』는 어린 소녀의 성장기라기보다는 이미 어릴 적부터 성숙한 꼬마 숙녀의 프랑스 성장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열두 살의 나이에 프랑스에 간 이유는, 어린 나이였지만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한마디로 피아노는 프랑스로 가기 위한 변명이었는데, 프랑스에서 음악과 진정으로 만났던 것이죠. (웃음) 하지만 한편으로는 세상이 나를 대하는 태도 때문에 회의가 들기도 했어요. 제가 처음 살았던 콩피에뉴는 한국 사람이 거의 없었고, 한국이라는 곳도 모르던 곳이었죠.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어린 나이였지만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본질이란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곤 했어요. ‘하찮은 미물인 지렁이조차도 자기 마음대로 국경을 넘나드는데… 인간의 세계는 왜 이런 걸까’라면서요.
프랑스에 처음 떨어진 현정 씨를 돌봐주는 존재였지만, 마치 옛날이야기에나 나올법한 계모를 연상케 하는 ‘이모’에 대한 이야기도 이 책에 나옵니다.
이모는 저를 단단하게 한 존재예요. 그렇게 못되게 구는 것은 어린 시절에 읽은 동화에나 나오는 얘기인 줄 알았는데요, 현실에서도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웃음)
아픈 추억일 텐데, 지금은 웃으며 얘기하는 걸 보니 이제는 용서가 되나 봅니다.
그럼요. 사실 정말 힘들 때는… 또다시 열다섯 살 때네요. 일본 야마하콩쿠르에 나갔어요. 많은 참가자가 왔었죠. 어머니도 객석에서 저를 응원했어요. 어떤 참가자가 현대음악을 연주하는데, 중간에 악보를 까먹어서 울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사위원들이 연주를 계속하라고 해서 결국 무대 뒤에서 악보를 가져와서 연주를 계속했죠. 그 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으면 일본을 돌면서 연주할 수 있는 기회와 야마하 피아노 공장을 견학하면서 유명한 피아노 기술자들을 만날 기회가 주어지는데요, 그 사람이 대상을 탄 거예요. 그걸 보면서 막막했어요. ‘실력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해왔는데, 실력이 전부가 아니라면 난 어떡해야 할까? 무엇을 해야 할까?’ 이런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죠.
그래도 훗날 야마하로부터 후원을 받게 되었잖아요.
‘그래도 끝까지 해보자’라면서 아픔을 잊고 열심히 했죠. 결국 야마하의 후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웃음) 절망했지만, 행운의 별을 바보처럼 믿었죠.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진실 된 자세로, 겁먹지 않고 추구하다 보면 열매가 맺힐 거라고요.
임현정이 출연한 야마하 광고. 연주곡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침묵의 소리』는 프랑스 출판사 알방 미셸에서 출간됐고, 한국어로 번역(양영란 역)되어 10월에 국내에 출간됐습니다. 왜 책을 쓰려고 했나요? (*프랑수아 쳉, 아멜리 노통을 보유하고 있는 알방 미셸 출판사는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펴낸 곳이기도 하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에요. 프랑스의 어느 가톨릭 방송국 기자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수록한 저의 앨범(EMI 클래식 발매)에 수록된 해설을 보았어요. 제가 직접 쓴 것으로, 베토벤의 삶을 ‘영웅’ ‘여성성’ ‘극단의 충돌’ ‘체념’ ‘성취’ 등의 주제로 나눠 쓴 것들이죠. 그 기자가 주목한 것은 베토벤의 음악적인 면보다 제 글에 담긴 베토벤의 영성적인 면이었어요.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고 수락하였는데, 그 방송을 들은 알방 미셸의 편집자가 연락해왔어요. 처음에는 저의 삶이 담긴 전기를 내자고 했어요. 하지만 생전에 전기는 좀… (웃음)
인간에게 불을 주었던 프로메테우스처럼, 베토벤은 자신의 음악을 통해 인류에게 신성한 말씀이 퍼져나간다고 생각했다. (…) 살펴본다면, 베토벤이 결국 프로메테우스의 신화를 초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코카서스산에 갇힌 반신반인은 자신의 운명에 굴복하기를 거부했던 반면, 베토벤은 인류에게 영적인 불을 주면서도 신의 의지에 복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에는 운명에 대한 반항과 그것을 받아들이려는 시도, 그리고 인상 안에 벌어졌던 모든 투쟁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 임현정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이 수록된 앨범 해설지 중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6번 ‘고별’ 중 3악장. 임현정 연주
한 사람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의 삶이 담긴 에세이가 정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피아니스트 러셀 셔먼이 쓴 ‘피아노 이야기’, 프랑스의 문학평론가 미셸 슈나이더가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삶을 담은 ‘글렌 굴드’ 등의 책들이 그렇잖아요.
동양의 영적인 면과 서양의 철학, 둘 사이의 균형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출판 제안을 받았을 때, 전기보다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책이었으면 좋겠다고 했죠. 그랬더니 에디터가 “그러려면 당신이 누군지를 일단 담아야 한다”라더군요. 결국 저를 지켜봐 주시는 성담 스님이 책을 내서 세상에나 저에게나 보탬이 된다면 그것은 세상에 주는 선물이 되지 않겠냐며 권장하셔서 책을 쓰게 되었어요.
『침묵의 소리』에는 1986년에 태어난 임현정 씨의 30년이 담겨 있습니다. 30년 뒤에도 책을 낼 때가 온다면, 그때는 어떤 이야기가 담겼으면 좋겠어요?
그걸 지금 안다면 너무 안타까울 것 같아요. (웃음) 어떤 미래가 올지, 그것을 미스터리로 남겨두는 게 재밌지 않을까요. 프랑스로 왔던 열두 살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목적도, 할 일도 분명했어요. 지금은 정말 모르겠어요. 무엇인가를 강박적으로 추구하는 것보다 이런 상태가 더 좋은 것 같아요.
음악과의 만남도 중요하지만, 성장기에 잊지 못할 사람들과의 만남과 그에 대한 이야기도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만남은 무엇인가요?
마르크 오플레 선생님이에요. 아버지와 같은 분이셨죠. 열세 살의 저를 당신의 가족처럼 맞아주셨어요. “슈만이 그의 아내 클라라와 아이들과 함께 살자고 친히 나를 초청했다고 해도 나는 이보다 더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이 책에 썼어요. 당시 그분의 아홉 살, 다섯 살인 두 아들과 함께 살았어요. 그의 부인은 저에게 ‘프랑스의 엄마’ 같은 분이었고요. 그분의 음악도 너무 좋았지만, 그 음악에 녹아드는 삶의 여유와 관대함이 정말 좋았어요. 마르크 선생님의 소원은 제가 파리 국립음악원에 입학하는 것이었어요. 저는 2003년에 파리국립음악원에 입학했는데, 선생님은 2002년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죠. 저의 입학 소식을 들으셨다면, 그 누구보다 가장 좋아하셨을 거예요.
유튜브에서 화제가 됐던 라흐마니노프의 회화적 연습곡 중. 임현정 연주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리스트, 드뷔시, 라벨, 브람스 등을 공부했는데요, 이중 가장 좋아하는 곡을 묻지 않을 수 없네요.
브람스(1833~1897)가 작곡한 ‘세 개의 인테르메조’에요. 어떤 사람과 사랑에 빠질 때… 조건 없잖아요. 그냥 좋은 거잖아요. 저에게 그런 곡입니다. 이 곡을 연주하지 않고는 못 살 거 같아요. (*인테르메조의 원래 뜻은 ‘간주곡’이지만, 여기서는 19세기 낭만파에 나타난 기악곡을 뜻한다. 브람스가 작곡한 ‘세 개의 인테르메조’가 특히 유명하다)
브람스의 ‘세 개의 인테르메조’. 연주는 엘렌 그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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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에 작곡된 현대음악들은 난해하기 때문에 청중의 외면을 많이 받잖아요. 하지만 최근 젊은 연주자들이 자신들의 명성과 스타일에 힘입어 현대음악을 연주하며 현대음악과 청중 사이에 다리를 놓는 경우도 많습니다. 현대음악에 대한 관심과 흥미는 어떤가요?
루앙 국립음악원 시절에 공부는 많이 했어요. 하지만 저에게 다가오는 곡은 없네요. 하지만 언제 어떻게 사랑에 빠질지는 모르죠.
『침묵의 소리』에는 임현정 씨가 추구하는 자유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나와요. 어떻게 보면 ‘자유’라는 존재에 ‘임현정’이라는 이름 새기기 위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존재처럼 말이죠. 기억과 뇌리에 깊게 남아 있는 이들은 대부분 현정 씨의 음악과 그 안에 담긴 자유를 존중한 사람들이라 생각됩니다. 본인에게 자유란 무엇인가요?
음악에서의 자유라고 한다면 새벽 3시에 벌떡 일어나 그 어떤 곡이라도 연주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어떤 상황에도 구애받지 않고 노예가 되지 않는. 그리고 어떤 상황이라도 나만의 에센스를 지키고 표현할 줄 아는 능력. 한마디로 ‘에센스’를 표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공연이 없는 날과 있는 날, 하루를 어떻게 보내나요?
『침묵의 소리』는 제가 살았던 한국, 프랑스의 콩피에뉴, 루앙, 파리, 벨기에, 그리고 현재 사는 스위스의 뇌샤텔에서의 삶을 순서대로 담고 있어요. 지금 사는 곳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알프스 산이 보여요. 공연이 없는 날은 새벽 4시에 일어나서 5시에 호숫가에서 요가를 해요. 그러면서 알프스 산의 일출을 보거나, 호수에서 수영하는 것을 즐겨요. 오전 10시까지 틈틈이 글 쓰는 작업과 이메일을 주고받아요. 10시 전까지 피아노 없이 하는 일을 하는 것이죠. 그 이후로는 연습하고, 틈틈이 음악에 대한 이론 서적이나 책을 읽어요. 연주가 있는 날은 최대한 늦게 일어나려고 하죠. 공연 전 리허설 시간에 맞춰서 일어나고 연주회장으로 가죠.
인터뷰하면서 굉장히 좋은 향이 나는데요, 향이 굉장히 독특합니다.
(웃음) 제가 직접 만든 유기농 향수에요. 허브향이 나도록. 저만의 컬러를 담은 향입니다.
30년의 인생 중 가장 빛났던 순간을 꼽는다면?
2010년 파리의 생트 크루아(Ste. Croix) 대성당에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을 연주했을 때에요. 베토벤의 인생을 살았던 시간이었죠. 그의 영생과 함께 했으며, 그의 영생 속을 여행해본 경험이었어요. 늘 그에게 고마움을 느끼죠.
베토벤을 만났다고 쳐요. 그에게 딱 하나의 질문을 하고 그 답을 들을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어떤 질문을 할 겁니까?
바로 질문할 수 있어요.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무엇이었나요?’입니다.
그녀에게 앞으로의 계획은 묻지 않았다. 분명히 어딘가에서, 늘 그렇듯 피아노 앞에서 연주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2015년 2월 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입춘(立春)을 앞두고 있던 밤의 공연. 그녀는 생머리를 휘날리며 무대로 나왔다. 훅 하고 빠르게 건반을 훑고 다시 들어갔다. 본 공연이었던 1부와 2부에 이어 7곡의 앙코르를 선사한 그 순간은 예정에도 없던, 그녀가 즉석에서 만든 ‘3부’였다. 임현정과 관객 모두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그 때의 기억을 말하니 2017년에 같은 날짜와 장소에서 또다시 리사이틀을 갖는다고 한다. 2년의 시차가 흐른다. 2017년의 봄을 앞둔 그때. 그녀는 얼마나 더 성숙해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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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소리임현정 저/양영란 역 | 청미래
이 책은 2012년, 클래식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인 스물네 살에 베토벤 소나타 전곡 앨범을 발매한 피아니스트 임현정의 “이야기”이다. 지칠 줄 모르는 음악에 대한 사랑, 끝없이 계속된 도전과 노력으로 치열한 삶을 살아온 피아니스트 임현정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송현민
음악평론가로 음악 듣고, 글 쓰고, 음악가들을 만나며 책상과 객석을 오고간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공부했고, ‘한반도의 르네상스’를 주장했던 음악평론가 박용구론으로 제13회 객석예술평론상을 수상했다. 월간 <객석>을 중심으로 취재 및 집필 활동을, KBS 1FM에서 방송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