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자살의 전설』로 데뷔한 후 출간하는 작품마다 세계 각국의 문학상을 휩쓸며 미국 현대문학의 새로운 거장으로 부상한 데이비드 밴의 신작 『아쿠아리움』이 국내 출간됐다. 어둡지만 안전한 아쿠아리움 속에서 바다를 꿈꾸던 열두 살 소녀 케이틀린이 아픔으로 얼룩진 가족의 비밀과 마주하고, 이를 극복하려 노력하는 가족 소설이자 성장 소설이다. ‘서울 국제 축제’ 참석차 방한한 데이비드 밴 작가를 서면으로 만났다.
『아쿠아리움』은 어떤 소설인가요?
제 소설 중에서 비극이 아닌 작품은 이 책이 처음입니다.(웃음) 그러니 무서워할 것 없어요. 모든 게 잘 끝나거든요. 용서와 가족이 다시 모이는 이야기예요. 시애틀에 사는 열두 살 소녀 케이틀린은 물고기를 사랑해서 학교가 끝나면 언제나 아쿠아리움에 가요. 거기서 어떤 노인을 만나죠. 알고 보니 그 노인은 케이틀린의 외할아버지였어요. 그는 가족에게로 돌아오고 싶어 하죠. 이전에 병든 아내와 딸을 버리고 떠났었거든요. 케이틀린의 어머니는 여전히 그에게 매우 화가 나 있어요. 케이틀린의 어머니가 아버지를 용서하고, 케이틀린이 할아버지를 갖게 되는 것이 큰 줄기인 책입니다.
소설의 화자가 열두 살짜리 소녀이군요. 소녀의 눈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나요?
서른두 살이 된 케이틀린이 열두 살에 겪은 일을 회상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돼요. 20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어머니와의 힘들었던 관계와 용서의 본질에 대해 뒤돌아볼 수 있죠. 저는 제 경험을 토대로 케이틀린의 이야기를 썼습니다. 저도 아버지의 자살 때문에 어머니와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찾았고, 마침내 서로를 용서했죠. 케이틀린과 엄마 셰리의 관계는 저와 어머니의 관계와 근본적으로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여동생의 강인한 모습도 이 소설 속에 담겨 있어요.
어떻게 아쿠아리움이라는 소재와 이야기를 구상하게 되었나요?
아주 예전에 시애틀에 있는 아쿠아리움에 간 적이 있어요. 그때 기억에서 영감을 얻었죠. 수조를 하나하나 둘러보면서 안에 사는 물고기에 대한 설명을 읽었는데, 그 설명이 물고기들의 행동에서 우리 인간 모습을 찾는 일종의 시(詩)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넙치는 두 눈이 모두 머리의 한쪽 면에만 있고 바닥에 몸을 누워서 생활하죠.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거기서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요?(웃음) 케이틀린의 무의식 속에서 물고기들은 인간과 같습니다. 물고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케이틀린과 노인은 사실 자신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예요.
작가님도 케이틀린처럼 물고기를 좋아하나요?
그럼요. 저는 늘 물고기를 좋아했어요. 케이틀린만 한 나이, 그러니까 열두 살쯤에, 저도 아쿠아리움을 돌아다녔고 밤마다 물고기 사진을 봤어요. 제가 물고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물고기들의 이상한 행동이 인간에게서도 고스란히 발견되기 때문이에요. 저는 우리 자신에게서 물고기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건 바로 아쿠아리움에서 찾았던 것이기도 해요.
물고기에 대한 관심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건가요?
저는 알래스카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거기서 본 물고기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커다랬어요. 처음 잡은 연어는 제 키보다도 컸죠. 제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은 크기의 물고기가 수면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커지는 거예요. 무서울 정도로 황홀한 경험이었어요. 물고기를 잡는 일이 글을 쓰는 일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고기가 수면으로 점점 올라와 가까이 다가오면서 놀랍게 변하는 것처럼,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숨겨져 있던 의식과 무의식이 글의 표면으로 떠오르는 거죠.
『아쿠아리움』에는 여러 물고기 삽화들이 포함돼 있네요. 소설 속에 왜 그림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나요?
독자들이 그림이나 사진을 보고 제 묘사를 읽으면서, 물고기가 어떻게 글로 표현되었는지 그 변화 과정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글을 쓸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책을 만든다는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기를 원하기도 했고요. 무의식이 어떤 식으로 변형되는지, 형식과 의미가 어떻게 조형되는지를 볼 수 있길 바랐습니다.
이번 작품은 전작들보다 훨씬 밝은 느낌입니다. 작품 성향이 바뀌었다, 새로운 글쓰기를 시도했다는 평도 많았는데요. (상대적으로) 해피엔딩인 이야기를 쓰는 건 어떤 경험이었나요?
사실 저는 비극을 좋아해요. 우리 문학은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사랑하는 사람들이 왜 서로를 다치게 하는가라는 비극에 대해 써왔습니다. 이야기 속 인물들은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채 무의식적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줍니다. 우리 현실과 마찬가지로요.『아쿠아리움』의 캐릭터들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케이틀린은 관용의 미덕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너그러움이 할아버지를 용서하게 하고 가족을 다시 모이게 하죠. 저는 『아쿠아리움』을 쓰면서 관용이라는 긍정적인 감정이 전작에서 등장했던 어두운 감정들보다 더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해피엔딩은 예전에 제가 써온 비극적인 엔딩만큼이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죠. 어떻게 끝날지 계획을 세우지 않고 이야기를 썼기 때문에, 사랑을 통해서는 어떤 일들이 가능할지를 생각하면, 쓰면서도 무척 두근거렸습니다.
다음 작품을 조금이라도 소개해줄 수 있을까요?
지금 쓰고 있는 책에는 'Bright Air Black'이라는 제목을 붙였어요. 내년 3월경에 출간될 예정으로 막바지 작업중이죠. 에우리피데스가 쓴 비극의 주인공 '메데이아'에서 모티프를 따온 소설이에요. 다시 비극과 잔혹한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로 돌아가게 됐어요. 아주 흥미로운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편으로는, 『아쿠아리움』의 영화 시나리오를 검수하고 있어요. 영국 제작사에서 영화화할 예정이에요. 어떤 영화가 될지 무척 기대가 됩니다. 영화와 새로운 작품 모두 한국 독자들에게 사랑 받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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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움 데이비드 밴 저/조연주 역 | arte(아르테)
출간하는 작품마다 세계 각국의 문학상을 휩쓸며 미국 현대문학의 새로운 거장으로 부상한 데이비드 밴의 신작 『아쿠아리움』이 출간되었다. 어둡지만 아쿠아리움 속에서 바다를 꿈꾸던 열두 살 소녀 케이틀린이 아픔으로 얼룩진 가족의 비밀과 마주하고, 이를 극복하려 노력하는 가족 소설이자 성장소설이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